'고양터미널 화재' 쿠시먼·CJ 책임 없어

2017-12-01 11:01:02 게재

민사소송서 잇따라 면책 판결

2014년 5월 발생한 경기도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사고와 관련 공사관련 업체들이 입점 업체들의 손해를 보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법원은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자산관리업체)와 CJ푸드빌(공사 발주업체) 등에는 책임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9부(이정민 부장판사)는 지난 9월 오 모씨 등 상인 10명과 1개 기업이 삼구아이앤씨 등 5개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 5개 업체 중 쿠시먼코리아와 CJ푸드빌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고 보고 삼구아이앤씨 등 3개사가 오씨 등에게 10억1748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당시 건물주는 한국증권금융으로 쿠시먼코리아가 자산관리를 맡고 있었다. 쿠시먼코리아는 세계적인 부동산컨설팅업체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한국법인이다. 쿠시먼코리아는 삼구아이앤씨에게 시설관리를 맡겼고, CJ푸드빌은 지하에 푸드코트를 운영하기 위해 동양공무와 명진이엔지 등에게 공사 하청을 맡겼다.

문제는 인테리어 공사를 하다가 불이 나면서 9명이 사망하고 60여명이 부상당하면서다. 인명피해가 큰 만큼 재산상 손해도 컸다. 상인들은 화재로 진열·재고 물품과 설비가 모두 불에 타거나 손상됐고, 사태가 수습되는 5개월간 영업을 하지 못했다.

오씨 등은 쿠시먼코리아가 전체 건물의 관리 책임업체이고, CJ푸르빌은 화재 발생 장소의 임차인으로 관리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쿠시먼코리아와 CJ푸드빌에 대해 "화재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는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발주자가 세부공정을 분리 발주하고 공사기간을 지키도록 독촉한 것 자체를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며 "CJ푸드빌 직원들이 공사에 관여하지 않은 점, CJ푸드빌이 공사기간을 단축시켰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으로 비춰 과도하게 짧은 공사기간을 부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7단독 김혜진 판사도 터미널 상가에서 안경점을 하는 이 모씨가 삼구아이앤씨 CJ푸드빌, 동양공무, 명진이엔지 등 4개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했다. 앞선 사건과 마찬가지로 CJ푸드빌은 책임을 면했다. 같은 이유다.

가장 큰 근거는 이 사건으로 인한 형사소송 확정 판결이다. 당시 검찰은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7명을 구속기소하고 18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이후 관할 법원은 시설관리업체 와 공사 현장소장 등에게 징역형 등을 선고했다. 다만 발주처인 CJ푸드빌과 자산관리업체인 쿠시먼코리아 등의 직원들에 대한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도 이들의 유무죄 판단은 바뀌지 않았다.

형사사건과 연계된 민사소송의 경우 형사소송 판결이 주요 판단 근거가 된다. 다만 상인들이 민사소송 1심에서 승소했지만 실제 배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법조계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경우 대기업들에게도 소송을 걸어 실질적 보상을 기대했지만 현재 판결이 뒤집어지기는 쉽지 않다"며 "손해를 배상해야 할 업체 중 일부는 소송에서 변호사를 고용하지 못할 정도여서 실제 배상을 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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