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변혜정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

"젠더폭력 예방 사각지대 살핀다"

2017-12-18 09:57:06 게재

부처별 정책 한데 엮어 피해자들이 혜택 받도록

처우개선, 내부역량 강화

"법에서 챙기지 못하는, 젠더폭력 사각지대까지 살필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각종 폭력 피해 여성들이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아나갈 수 있을지, 현장의 소리를 최대한 많이 들으려고 해요."
사진 이의종

13일 서울 충정로에서 만난 변혜정 한국여성인권진흥원장의 말이다. 지난달 21일 제4대 원장으로 취임한 그는 임기 3년 동안 해야 할 일이 많다며 당찬 포부를 내비쳤다. 변 원장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연구소장, 서강대학교 성평등상담실 상담교수,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비상임 이사, 충북도청 여성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여성혐오 데이트폭력 디지털폭력 등 갈수록 다양해지는 여성폭력 근절과 예방 및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한 활동을 하는 기관이다. 여성단체 및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시설 등의 네트워크를 통해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업무를 하고 있다.

변 원장은 "여성폭력은 생애주기별로 연결이 되는 측면이 있다"며 "부처별로 제각각 나눠져 있는 각종 정책들이 유기적으로 엮여 실제 피해자들이 체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정폭력 성매매 성폭력 등은 일정 부분 연결이 돼요. 어린 시절 가정폭력을 당해서 가정 밖으로 떠돌다가 당장 먹고 사는 문제로 성매매 피해 청소년이 되는 등 생애주기별로 여성폭력이 상존합니다. 이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 서비스가 섬세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부처별로 제각각 나눠진 상태로는 힘들어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개별적으로 나눠진 서비스들을 엮어서 실제 피해자들이 체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코디네이터 역할을 할 생각입니다."

젠더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정책은 여성가족부 경찰청 법무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문화관광체육부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진다. 연령별 세대별 계층별 등 다양한 여성의 니즈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 집행시 제대로 녹여내야 한다는 게 변 원장의 지론이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처럼 작은 기관이 각 부처별 정책들을 꿰어내는 일이 쉽지는 않겠죠. 하지만 우리는 현장 지원 단체들과의 네트워크가 탄탄해요. 각종 폭력 피해 지원 활동가들의 얘기를 폭넓게 듣고, 법을 제대로 해석해 현장에 적용한다면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변 원장은 또 내부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여성 관련 업무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의 처우가 열악, 이런 상태로는 질 좋은 피해자 지원 서비스가 나올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한 예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직원 대다수가 해당되는 비정규직 문제는 하루이틀 얘기가 아니다. 문재인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사실상 열외인 상태다. 여가부 산하의 기타공공기관에 속하지만 설립을 위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답보 중이다.

"성폭력, 가정폭력 등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활동을 하시는 분들은 하는 업무의 가치나 중요도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시죠.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와보니 이곳도 별반 다르지 않더라고요. 가정이 있고 휴식이 있어야 일도 제대로 할 수 있어요. 직원들이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원장으로서 역할을 다할 생각입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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