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안으로 보는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 ③법적 구제수단

집단소송 등으로 보험사 견제 필요

2018-01-08 00:00:01 게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소비자 권익 제고 법안 여러건 발의돼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특약에 따른 사고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해지된 저축성 보험이 연간 200만건이 넘었다. 이는 2016년 말 기준 2165만여건의 저축성 보험 중 10%에 달하는 수치였다.

소비자와 보험사간, 정보 비대칭 커 = 저축성 보험은 가입 당시 약속한 예정이율로 이자를 붙여주는 상품으로, 주계약인 저축 외에 질병, 사망 등을 보장하는 특약(특별약관)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중도해지하거나 만기가 될 때까지 특약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 내용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의 부주의 때문일 수도 있지만 보험회사가 계약자에게 보장 기능의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해 마무리된 '자살보험금 사태'도 재해사망특약에 대한 설명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확대된 사안이다. 해당 보험의 주계약은 사망이나 제1급 장해상태시 보험금 70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었고, 특약은 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하거나 장해등급분류표 중 제1급 장해상태가 됐을 때 5000만원을 추가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유가족들은 사망보험금과 재해사망보험금을 합한 1억2000만원을 보험사에 청구했지만 보험사는 주계약 보험금 7000만원만 주겠다고 하면서 법정으로 가게 된 것이다.

해당 소송이 시작된 지 4년 후 유가족들은 대법원으로부터 '보험회사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아냈지만 그즈음 보험회사는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2년 또는 3년)가 지나 보험금을 줄 필요가 없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는 소멸시효 소송에서 이겼지만 결국 금융감독원의 징계로 인해 자살보험금을 모두 지급했다.

이와 관련해 김창호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현안보고서에서 "보험전문가인 보험회사가 관련 보험의 정보와 지식이 불충분한 보험소비자를 상대로 해당 보험의 보험금 지급에 관한 설명이나 보험금 지급범위, 미지급내역 및 사유 등을 성실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아 피해를 입은 사례"라면서 "자살보험금 사건과 관련해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다면 소멸시효 판단을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소비자 권익 제고 위한 법안들 = 보험보장 내용에 대해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의 권익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입법적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실효적인 대안으로 집단소송제도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연말 금융행정혁신위원회도 최종권고안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불완전 판매, 수탁자 의무 해태 등의 행위에 대해 집단소송을 폭넓게 허용하고 소비자 보호 규제 위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등을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

20대 국회에서도 이미 관련 법안이 몇건 제출돼 있다.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의원은 소비자보호법 제정을 통해 집단소송제도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집단소송제도는 피해자 중 한 사람 또는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하면 다른 피해자들은 별도 소송 없이 그 판결로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박주민 의원은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안' 제안이유서에서 "1인당 손해가 소액인데 반해 많은 소송비용의 지불과 장기간의 소송기간에 대한 우려로 소송에 나서지 않아 정작 소송을 제기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은 실정"이라면서 "소비자집단소송 제도를 도입해 소비자의 피해 보상을 용이하게 함은 물론, 국민의 사법적 접근성을 높이고 같은 내용의 소송을 다수의 소비자가 각각 제기해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다. 20대 국회에 금융회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의안이 5건 제출돼 있다.

박용진 의원은 '금융소비자 보호 및 금융상품 판매에 관한 법률안' 제안 이유에서 "금융상품판매업자등의 위법행위로 인해 금융소비자의 피해가 광범위하게 양산되는 등 위법성이 큰 경우 손해액의 3배 이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고, 금융상품 판매로 인한 손해배상과 관련해 집단소송 제도를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종걸 최운열 의원 등도 "금융소비자, 금융회사 등 거래당사자들이 금융업권별로 규제의 내용을 정확히 인지하기 어려워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 등을 초래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에 미흡한 측면이 있다"면서 "손해배상 입증책임 전환, 손해액 추정,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및 집단소송제도 등을 도입해 금융소비자 피해의 사후적인 구제수단을 강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며 관련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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