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건강하고 의미있는 인생 2막은

2018-01-12 10:24:54 게재
김찬호 외 지음 / 서해문집 / 1만3500원

젊은 세대들이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고 볼 만한 노년의 삶은 어떤 것일까?

'문래동 홍반장' 최영식은 시대에 '비껴서 있었던 삶'을 반성하며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 갈 것을 제안한다. 정년 이후 찾아올 차고 넘치는 시간의 과잉과 한산한 사람관계의 빈곤에서 벗어나 생활을 다시 짜고 재구성하는 인생 2막을 이야기한다.

문학평론가 고영직은 최영식의 삶에서 '생산자로서의 노년'을 발견한다. 무엇을 먹고, 입고, 발라야 젊어 보일지 고민하는 삶이 아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동체가 끊임없이 관계 맺으며 더 나은 곳으로 재탄생하기를 꿈꾼다.

'봉사의 달인' 김춘화는 '낀 세대의 여성'이지만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닌 김춘화로 살아왔다. 딸로서, 아내로서, 어머니이자 며느리로서 감내해야 하는 지난한 돌봄 노동과 갱년기까지도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봉사다. 봉사를 하며 취득한 전문 자격증은 경제적인 노후 걱정을 덜어 줬다.

여성학자 조주은은 김춘화의 삶에서 여성이 남성 중심적 규범에 저항하고 '스스로를 위한 삶'을 가능케 하는 새로운 인생 전략을 봤다.

'이우학교 초대 교장' 정광필은 '어떻게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며 노동운동과 교육 운동에 헌신해 왔다. 우정과 연대를 향해 나아가는 그의 행보는 베이비부머의 인생 이모작을 위한 노년 공동체로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사회학자 김찬호는 '지렛대로서의 노년세대'를 기대한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막대한 인구 규모만큼이나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세대라 한국 사회에 산적한 부조리와 모순을 청산할 힘도 있다고 봤다.

'당신의 이야기는 무엇입니까' 이 책은 유쾌하고 멋진 노년은 당신 자신에게 이미 담겨 있음을 보여 준다.

청장년이라면 누구도 가 본 적이 없는 노년. 그 노후 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 건강을 챙기고 소득을 마련하는 것을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저자는 "그러나 그것은 필요조건일 뿐"이라며 아픈데 없고 돈이 궁하지 않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30여년의 세월을 무엇으로 건너야 할까.

인생 이모작의 주제가 잡히지 않으면 시간 자체가 버거운 짐이 될 수 밖에 없다. 정신적인 공허함이나 무료함은 심신의 활력을 떨어뜨려 건강을 위협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경제적인 손실이 생길 수도 있다. 자신의 삶을 새롭게 창조하면서 황혼기를 맞이하는 길은 어디에 있는가. 그 실마리는 이미 지나온 발자취에 숨어 있다. 수십년 동안 형성되고 굳어진 관성에서 벗어나 다른 궤적으로 나아가려면 자신의 지난날들을 냉정하게 복기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베이버부머의 생애사를 구술해 정리했다. 그리하여 그 세대의 현주소를 되짚고 향후 삶의 방향을 가늠하는 작업을 더했다. 앞에서 소개한 세 사람이 살아온 자취는 전혀 다르다. 동시대를 지내 온 삶의 모습이 그토록 다를 수 있음은 그만큼 사회가 격동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들은 혹독한 환경에서 좌충우돌하면서 살아 왔으며, 그 속에서도 성찰의 끈을 놓지 않고 자아를 돌봐 왔다. 그리고 지금도 배움의 나침반을 듣고 낯선 세계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이들을 보면서 노년의 아름다운 그림을 상상해 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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