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의 시대 … 미국경제 어디로 갈까

50년대식 성장이냐 70년대식 침체냐

2018-02-13 11:19:07 게재

영국 가디언지 진단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국의 기준금리가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낮았다. 이제 임금이 오르고 세계 경제가 호황을 지속하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값싼 돈의 시대'를 끝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경제가 어떤 흐름을 띠게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지는 '금리의 역사'(A History of Interest Rates) 저자이자 뉴욕대 명예교수인 리처드 실러를 인용해 "현재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1950년대인가 70년대인가" 분석했다.


금융시장과 금융기관의 역사에 정통한 실러 교수는 가디언지에 "지금은 확실히 전환기"라며 "금리경로는 20년 또는 30년 주기를 갖고 있다. 그동안 금리인상의 시기가 오랫동안 지체돼왔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경제가 확장하고 있다"며 "따라서 모든 조건은 '금리추이가 곧 상승반전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어떤 종류의 흐름이 나타날 것인가"라고 덧붙였다.

실러 교수는 역사적으로 2가지 모델이 있다고 지적했다. 1950년대 흐름과 70년대 흐름이다. 둘은 서로 상반된 결과를 낳았다.

금리도 경제도 점진적 상승

1950년대 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30년대 대공황에서 제2차 세계대전까지의 저금리시대를 끝냈다. 실러 교수는 "50년대 초부터 60년대 초까지 경제성장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졌다"며 "50년대 일부 시기 빠른 경제성장이 일어나면서, '금리인상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기존관념이 잘못됐음을 증명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1960년대는 미국 자본주의의 꽃에 해당하는 시기였다.

실러 교수는 "만약 이번에도 그같은 상황이 재연되는 행운이 따른다면 부동산의 점진적 상승기 또는 안정기가 올 것이고, 증시의 투기적 거품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역사적으로 낮은 기준금리가 정상화되면 증시와 부동산은 이전같은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10여년 동안의 금리정상화 기간 동안 급격한 인플레이션 상승이나 경제성장 둔화를 일으키지 않았으면 하는 게 모두가 원하는 장밋빛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그 반대상황은 1970년대 초에 벌어졌다. 연준은 1973년을 전후해 기준금리를 21차례나 올렸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였다. 이는 결국 경제성장보다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낳으며 경제를 멈춰세웠다.

물론 현재는 당시의 석유파동과 같은 대형악재는 없다. 하지만 실러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1조5000억달러 규모의 감세안이 그를 대체할 수 있다고 봤다. 완전고용 수준으로 팽창한 경제에 또 다시 엄청난 규모의 정부 지출을 새로 주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연준은 경제과열을 점진적으로 냉각시키려 하는 반면 정부는 또 다른 군불을 때려 하는 격이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제는 불황

실러 교수는 "정부의 무책임한 재정정책을 보여주는 신호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뿐 아니라 증시의 과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며 "이는 장기간의 저금리로 부양돼 온 것들로,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른다면 1970년대 시나리오를 현실화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치솟느냐, 그에 따라 연준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느냐에 대해 그는 "현재로서 50대 50의 가능성으로 보고 있다"며 "그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경기침체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MIT 국제경제학, 경영학 교수인 사이먼 존슨은 암울한 시나리오에 더 큰 비중을 뒀다. 최근 증시와 채권시장 등 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이 급격히 출렁이는 상황을 예사롭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완전고용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쓰고 있다. 반면 연준은 이미 긴축으로 방향을 틀었다"며 "이는 1970년대식 상황으로 빠져들어가는 정책적 실수다. 경제학 교과서는 연준이 트럼프 행정부의 재정 부양책을 상쇄하기 위해 보다 가파른 긴축정책을 써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엇박자가 문제

존슨 교수는 현재의 상황이 닉슨 행정부가 베트남전을 수행하던 1960년대 후반과 더 닮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연준은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었지만, 이미 경제주기상 고점을 지난 때였다. 이에 따라 70년대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치솟는 시대가 열렸다. 그는 "현재도 마찬가지로 연준은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역사적 평균인 3~4% 사이에 정상화시키려는 것에 대해 대부분 전문가들이 수긍하고 있다. 적어도 그같은 수준은 돼야 향후 경제적 충격이 닥쳤을 때 금리정책을 활용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걸림돌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는 역사적 교훈을 새겨 듣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부동산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고금리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값싼 돈을 좋아하는 대통령"이라며 "중간선거 또는 재선 투표 때까지는 저금리를 유지하기 위해 각종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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