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브프라임 오토론 시장 '찬바람'

2018-04-10 11:04:45 게재

연체율↑ 업체파산↑

미국의 서브프라임 자동차대출(오토론) 시장에 위험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온라인매체 울프스트리트는 9일 "저금리 시대가 저물면서 신차구입 대출과 관련한 연체가 크게 늘고 있다"며 "관련 대출업체의 재정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신용 고객의 신차 구입에 대출을 하는 건 위험이 따른다. 하지만 경제가 좋을 때, 금리가 낮을 때엔 신차 구입 고객들에게 고금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사업상 매력포인트다. 하지만 이제 자업자득의 손실이 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내상을 크게 입은 메이저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서브프라임 신차구입 대출에 보수적이었다. 소득증명서 등 자격요건을 까다롭게 설정했다. 이 때문에 소규모 전문대출업자들이 그동안 공격적 영업 활동을 벌여왔다. 소규모 서브프라임 신차구입 대출업체들은 수십곳이다. 이 중 일부는 사모펀드(PE)가 운영한다. 서밋파이낸셜코프와 스프링트리렌딩, 펠리칸오토파이낸스 등이 최근 파산했거나 폐업했다.

이들 업체는 대형 은행으로부터 한자릿수 금리로 자금을 빌려 서브프라임 등급 신차 구입자에게 두자릿수 이자율로 대출한다. 이자율 차액이 이들 업체의 수익이 된다.

업체들은 서브프라임 자동차대출 증서를 한데 묶어 구조화된 자산담보부증권(ABS)을 내놓기도 한다. 다양한 몫으로 쪼개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서브프라임 등급이지만 일단 구조화한 뒤 쪼깨면 AA 또는 AAA 등급을 붙여서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대출 고객들이 두자릿수 금리에 허덕이면서 상당수가 연체를 하기 시작했다. 업체간 경쟁이 격화하면서 서브프라임 대출시장 전반이 악화되고 있다. 울프스트리트는 "침몰이 천천히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대출 ABS의 등급을 산정하는 피치사에 따르면 서브프라임 자동차 대출의 60일 연체율은 현재 5.8%다. 1년 전 5.2%, 2014년 2월 3.8%에서 상당히 높아졌다. 1996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심지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높다.

지난 2년간 손실을 본 신차구입 대출업체들은 현재 대출 규모를 줄이고 있다. 이는 서브프라임 등급 고객들이 신차 구입에 애로를 겪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신차 판매량이 2015년보다 하락한 이유다. 피치사에 따르면 지난 2월 서브프라임 대출업계의 순손실율은 9.8%에 이른다.

앞서 언급한 서밋파이낸셜코프는 지난달 23일 법원에 파산신청을 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서밋에 가장 많은 돈(7700만달러)을 빌려준 뱅크오프아메리카(BoA)는 "서밋이 돌려받을 수 없는 악성채무를 장부에 반영하지 않아 손실을 축소했다"며 "운용손실을 감추고 더 많은 돈을 대출받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스프링트리렌딩 역시 지난달 28일 채권은행에 떠밀려 법원에 '비자발적 파산신청'을 낸 상태다.

펠리칸오토파이낸스는 자금을 대던 사모펀드 '플렉스포인트 포드 LLC'가 지원을 중단하자 지난달 폐업했다. 펠리칸 CEO인 토르오 카발라로는 블룸버그에 "업체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이익을 내지 못했다"고 폐업 이유를 설명했다.

사모펀드 '페렐라 웨인버그 파트너스'는 2010년 신차구입 대출업체인 '플래그십 크레딧 액셉턴스'를 인수했다. 플래그십은 공격적 영업을 펼쳐 2011년 8900만달러에 불과하던 대출 규모를 2017년 30억달러까지 늘렸다. 하지만 대출에 대한 연체가 늘어나면서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현재 영업을 하면 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상황이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블랙스톤그룹'도 2011년 '엑시터파이낸스'를 인수했다. 엑시터는 미국 전체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신차대출업체다. 블랙스톤은 4억7200만달러를 투자해 공격적 확장을 꾀했지만 현재 발을 더 들일 수도 뺄 수도 없는 진퇴양난 상황에 몰렸다.

서브프라임 자동차대출 시장은 경기변동에 매우 민감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997~1999년 서브프라임 자동차대출 시장이 얼어붙었을 때 41개 업체가 파산신청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주택시장(모기지)과는 달리 금융시스템을 붕괴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구입 대출의 약 25%가 서브프라임 등급으로 추산된다. 2017년말 기준 자동차 대출 총액은 1조1100억달러다. 따라서 2800억달러 정도가 서브프라임 등급 대출이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1조3000억달러에 달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규모에 비하면 1/4 수준이다. 서브프라임 자동차대출의 50%가 손실로 확정된다 해도 그 금액은 1400억달러 정도다.

또 다른 차이점도 있다. 신차구입 대출이 3개월만 연체돼도 자동차 소유권은 재빨리 업체로 넘어간다. 경제상황이 나빠도 중고차에 대한 경매시장은 매우 활발히 돌아간다.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택처럼 수년 동안 업체가 들고 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

울프스트리트는 "시장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보니 업체의 파산이 잦은 편이다. 살아남은 업체들도 대출 기준을 높일 수밖에 없다"며 "이는 신차를 구입하려는 낮은 신용등급의 고객들이 쉽사리 차를 살 수 없게 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