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기남 제6기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위원장

"문재인정부, 도서관위원회 위상 복원해야"

2018-04-30 10:23:19 게재

2019년 종합계획 발표, 시급한 임무 … 4차 산업혁명 시대, 도서관역할 증대 전망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도서관위원회)를 탄생시켰습니다. 참여정부 시절은 도서관계의 리즈시절이었습니다. 도서관위원회 발족을 앞두고, 도서관계 인사들과 함께 청와대에 들어가 노 전 대통령에게 도서관계의 현실과 대통령위원회의 필요성에 대해 보고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가 따랐습니다. 도서관위원회가 설치돼 막 활동을 시작했을 때 이명박정부로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법정기구인 사무기구 설치는 무산되고, 청와대와의 연결고리도 끊어졌습니다. 지난 10년간 위축일로를 걸어왔습니다. 지금은 사무실 하나가 없어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일을 합니다. 문재인정부가 노 전 대통령의 업적인 도서관위원회를 승계, 발전시켜야 합니다."

사진 이의종

지난 26일 서울 강서구 법무법인 한서 남부사무소에서 만난 신기남 제6기 도서관위원회 위원장의 일성이다. 전직 의원이자 변호사인 그는 이달 도서관위원장에 위촉된 이후 '대통령 소속 도서관위원회의 현황과 과제에 관하여'라는 건의서를 직접 작성해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해 도서관계의 현실을 알렸다. 내일신문은 신 위원장을 만나 건의서 내용과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 도서관이 나아갈 방향, '책 읽는 사회'를 만드는 방안 등에 대해 들었다.

도서관위원회는 대통령 직할 기구로 범정부 차원에서 모든 종류의 도서관을 아우르는 총괄적인 도서관 정책을 수립, 심의, 조정하기 위해 2007년 발족됐다.

도서관문화는 진보·보수 등 정권의 이념과 상관이 없을 것 같은데.

참여정부 시절에 도서관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이명박정부는 이를 없애려고 했었다. 박근혜정부에서도 모든 것을 최소화하는 위축정책을 계속했다.

도서관은 문화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인프라다. 어느 나라에서도 도서관분야에 대해서만큼은 진보, 보수가 따로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은 인수위에서 대통령 소속 위원회 중 '경제'가 들어가는 것 말고는 다 없애라고 했다. 도서관위원회도 대상이었다. 그때 도서관계, 국회 등의 노력으로 가까스로 도서관위원회를 존속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 후 10년간 대가를 치러야 했다.

관련 건의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들었다.

11년 전 도서관위원회가 발족할 때 청와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앞에서 온 비서관들이 참석한 대규모 보고회를 가졌다. 문화 분야에서 이렇게 보고회를 한 게 처음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역점 사업이었던 셈이다. 그 보고회 자리에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이 계셨다.

내가 임명된 것은, 원래 다른 사람이 후보로 올라갔는데 문 대통령이 직접 내 이름을 얘기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마음이 흔들렸다. 도서관계 인사들을 만나서 상의하며 고민을 많이 했는데 모두 이 일을 맡아달라고 권유했다. 침체한 도서관위원회를 크게 한 번 바꿔 보라는 대통령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수락했다.

건의서는 도서관위원회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탄압을 받았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서 지금 도서관계와 도서관위원회가 처한 현실을 말한 것으로 보면 된다. 법에 보장돼 있는 사무기구도 구성되지 않고 사무실조차 없어진 도서관위원회를 대통령이 직접 챙겨 달라는 내용이다. 극도로 약화된 위상을 복원해 달라는 취지다.

그 건의서를 각계에도 보냈는데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청와대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

2019년에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을 발표해야 한다.

올해 안에 제3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을 확정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내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하게끔 하는 일이 제6기 위원회 발등에 떨어진 시급한 임무다. 종합계획은 5년마다 수립, 시행하는데 내년부터 3차계획이 시행된다. 도서관 분야의 경제개발 5개년계획에 해당한다.

도서관 육성을 위한 예산 확보, 사서 확충, 공공도서관 증설 등 지속적 과제는 물론 도서관법 개정, 공공도서관 행정체계 개선, 지역 격차 해소와 같은 시급한 현안을 포함시키려고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하는 도서관의 새로운 역할 제시, 도서관 남북교류도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점차 황폐의 길을 걷고 있다고 지목되는 대학도서관을 살리는 획기적인 정책도 위원회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매번 되풀이 되는 추상적 계획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필요한 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이를 강력하게 집행하도록 점검하는 방안도 포함시켜야 한다.

공공도서관 관련 현안이 많은데.

도서관 중에서도 공공도서관이 가장 중요하다. 시민들이 누구나 가까운 거리에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이 돼야 한다. 2017년 기준 1042개가 있고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긴 한데 실제 운영여건은 열악하기만 하다. 정규직 사서는 법정 충원기준의 20%에 불과하다. 사서 없는 도서관은 선생님 없는 학교와 유사하다. 예산, 전문인력 확보에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건물만 짓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인력 확충과 운영비 증액이 관건이다.

작년 문체부가 공개한 사서배치 기준 개선안 관련 논란이 일었는데 현장과 소통부족이 원인이라고 본다. 위원회도 관련 TF를 꾸려 현실성과 타당성을 갖춘 안을 제시하려고 한다. 공공도서관 발전 정책 전반에 관해 공공도서관 운영 주체인 지방자치단체, 교육청과의 소통에 나서겠다.

올바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기 위해 전국을 다니며 각계각층의 도서관인들을 만나 여론을 수렴할 것이고,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 각 부처 책임자들과도 긴밀히 접촉함으로써 소통을 강화하겠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도서관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각종 정보통신 기술과 신기술이 융합해 사회에 혁신적 변화가 온다는 것인데, 한마디로 한층 고도화된 지식정보 사회가 온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지식정보 사회의 핵심기구인 도서관의 역할은 축소는커녕 대폭 증대될 것이다.

지방분권 시대에 공공도서관은 지역공동체의 핵심적 문화공간이자 학습공간이 될 것이다. 개인화 시대에 도서관은 학교 이상의 지식정보 공급처가 될 것이다. 도서관의 설비, 운영방식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빠르게 진화할 것이다. 사서의 역할도 도서관의 역할과 비례해 증대되고 더욱 고도화된 전문직종으로 진화할 것이라 본다.

'책 읽는 사회'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민이 도서관을 잘 활용하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시민을 도서관으로 끌어들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각 도서관은 시민이 쾌적하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춰야 한다. 사서들을 중심으로 관련 전문가들이 협업, 시민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최고수준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와 지자체 정책 담당자들이 정책의 우선순위에 도서관을 넣어야 한다.

제대로 된 도서관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할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시민들에게 여유 있는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도록 하는 범정부적인 사회정책이 따라야 시민들이 독서를 하고 도서관을 방문할 수 있다.

대담 남봉우 정치편집위원
정리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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