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생 스트레스 심각

10명 중 7명이 불안증상 위험군

2018-05-02 11:00:05 게재

최근 1년 내 자살 시도 1.6% … 우울증상 경험도 43.2%

국회·대교협 세미나 … 정부·대학 '체계적 지원' 없어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입시경쟁에서 벗어나자마자 취업을 위한 학점경쟁과 스펙 쌓기 등 학업 스트레스로 인한 심리적 우울과 상대적 박탈감,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압박감과 불안감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대상들의 자살 시도율이 한국사회 전체의 2배에 달하지만 정부 또는 대학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국회교육희망포럼, 전국대학교학생생활상담센터협의회가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하는 '대학생의 불안,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공동 세미나에 앞서 배포한 자료집에 의해 확인됐다.


주제발표자로 나서는 오혜영 이화여대 학생상담센터 교수는 대학생 26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리상태와 학교 적응도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74.5%(위험군 41.2%, 잠재위험군 34.2%)가 불안증상에 대한 잠재위험군으로 확인됐다. 43.2%(위험군 18.8%, 잠재위험군 34.2%)는 우울증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설문조사 응답자의 14.3%는 자살위기의 잠재위험군 이상으로 나타나 대학생들의 심리적 위기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1년 이내에 자살을 시도한 학생이 1.6%로 확대됐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체 자살 시도율0.8%의 2배에 달한다. 특히 심리적 문제로 심리치료 또는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학생도 14.8%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결과를 학업적응, 관계적응으로 구분해 비교하면 24.7%가 학업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적응위기 5.8%, 적응 어려움 18.9%) 또 73.3%가 관계적응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적응 위기 12.2%, 적응 어려움 61.1%)

오 교수는 "그동안 정부는 고등교육 인재양성과 관련해 국가장학금 지원과 대학을 대상으로 한 각종 재정지원사업 등 주로 경제적인 지원에 초점을 두었을 뿐 심각한 심리적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학생들을 위한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투자는 전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인재양성 차원에서 다루어야 할 중요한 현안"이라면서 "개인이 극복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심리적 강인성에 기반을 둔 건강한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체계 구축이 시급히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김인희 서울대 인권센터 전문위원은 학내에서 성희롱·성폭력뿐 아니라 명예훼손과 모욕, 자퇴·휴학 강요, 차별·혐오 발언 등 다양한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위원은 "대학은 다양한 지위와 연령의 사람들, 그리고 교육과 연구 문화가 중첩되어 나타나는 공간과 관계의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런 특수성을 고려한 해결책으로 △법률자문·상담역량 강화 등 인권센터의 전문성 향상 △사건 조사와 심리상담 분리 △인권센터의 독립성 보장 △물적·인적 자원의 확보 △조사·교육·연구의연계 등의 대안 마련을 주문했다.

또한 '대학상담센터 운영 모형 연구'를 주제로 발표에 나서는 김동일 서울대 교수는 "현재 초·중등학교는'wee 클래스-wee 센터-wee 스쿨'의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갖춰진 반면, 대학에 대한 지원 시스템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대학 구성원들에게 더욱 체계적이고 실제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통합적 대학상담센터 운영 모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합적 대학상담센터 모델은 통합적인 심리지원을 위해 '중앙센터-거점센터-개별대학상담센터'체계가 구축돼야 하고, 상호 유기적인 긴밀한 협조체계가 이뤄진다.

장호성 대교협 회장은 "지금까지 정부는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완화를 위한 경제적인 지원에 치중해 왔다"면서 "대학생들의 심리적 안정 및 정신건강을 지원함으로써 대학생을 위한 종합적 복지서비스 확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교협은 지난 1월 정부에 학생들을 위한 상담인력의 전문성과 안정성 확보를 위한 지원과 대학의 상담센터가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연계하여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학생의 심리적 위기 극복 및 인성계발 지원사업' 추진을 건의했다. 대교협은 이를 위해 권역별 시범대학 10여개, 1개 거점센터를 지정,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국회교육희망포럼 안민석 의원(민주당)은 미리 배포한 개회사에서 "오늘날 대학생들이 겪는 심리적, 정신적 스트레스는 대학생들 개인의 몫을 넘어선 우리 사회 모두의 책임과 아픔"이라며 "그럼에도 너무나 안일한 대응과 지원뿐이었다"고 지적하고, "이제는 대학생의 정신건강에 대하여 국가적 수준에서의 관심과 대응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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