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학생의 불안, 이대로 괜찮은가?

2018-05-09 11:28:00 게재
박제일 용인대 교수

전국대학교학생생활상담센터협의회가 실시한 '전국 대학생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참가자 중 9.7%가 당장 상담 및 심리치료가 필요한 '심한 우울상태'로 나타났다. 불안의 위기수준을 살펴본 결과에서도 약 28.4%가 '극심한 불안상태'로 나타났다. 또 지난 5월 3일 국회 정책세미나에서 발표된 실태조사 자료에서도 75%의 대학생이 크고 작은 불안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서 제시한 2016년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5.6명으로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자살은 청년층의 사망원인 중 1위로 나타나고 있다. 취업스트레스, 대인관계 문제, 학업스트레스, 대학적응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학생의 심리적 위기는 대학진학률이 70%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는 청년층 전체의 위기로 볼수 있다.

일자리 창출에만 집중된 청년정책

지금까지 청년층 문제에 대한 국가적 인식과 대응은 일자리 창출과 같은 진로영역에 집중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자료에 따르면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이 27.7%에 이르고 증가추세다. 퇴사이유는 '조직 및 직무적응 실패'가 49.1%로 가장 높다. 결국 정부가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취업이 이뤄져도 기업은 조직과 직무적응을 위해 다시 심리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 채용, 조기퇴사로 이어지는 문제는 다양한 요인이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청년 즉, 대학생의 심리적 강인성을 높여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대학생 심리적 위기에 대응하고 있는 곳은 각 대학 학생상담센터다. 그러나 대학 학생상담센터의 현실은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대학생 심리적위기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대학이 1년 단위 계약직이라 2년 이상 근무할 수 없는 불안정한 신분의 상담자들에게 업무를 떠안기고 있다. 또한 상담자 1인당 담당하고 있는 학생 수도 3000명에서 5000명에 이른다. 초·중·고교에 배치된 전문상담교사 1명이 700명에서 1000명의 학생을 담당하는 것과 비교해도 전문적 상담서비스는 불가능한 현실이다. 대학생들이 겪고 있는 심리적 문제가 훨씬 다양하고 복잡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대학 상담센터 담당자들의 겪고 있는 과도한 업무 부담을 쉽게 에상할 수 있다. 상담실에 배정된 예산도 학생 1인당 1000원이 못 미치는 대학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학생의 심리적 위기를 진단하기 위한 심리검사를 실시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학생 1명의 심리검사를 실시하는 동안 적어도 5명 이상은 어떤 서비스도 받지 못하고 대기해야 하거나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실정이다.

대학 상담센터의 규모, 인력, 예산은 대학에 따라 차이가 크다. 국립대학과 사립대학이 차이가 있으며, 사립대학의 경우 재단과 총장의 의지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의지가 있더라도 대학 재정 상태에 따라 학생상담을 위한 예산투여가 어려운 대학이 있다.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나서야 할 때이다.

국가 차원 대학생 상담지원 필요

그동안 교육부는 재정지원사업을 통해서 잘 가르치는 대학에 우선적으로 지원해왔다. 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돌보는 것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대학생의 심리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본 조건인 재정지원을 평가를 통해 몇몇 대학에 지원하는 방식은 중단해야 한다.

학생 수에 대비해서 전체 대학에 지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물론 국가가 지원하는 정도에 따라 대학에 대응투자를 요구할 수도 있다. 또 중앙센터나 거점센터가 대학상담센터 운영을 지원하는 국가 차원의 관리 지원체계를 구축해 협력체계를 만드는 만드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대학생의 심리적 위기를 개인 또는 학생이 소속된 기관에게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생각할 때 무책임한 일이다.

국가의 미래는 청년자원에 의해서 결정난다는 것을 명심하고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박제일 용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