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의료로 암치료 … 환자고통 줄이고 생존율 높여

2018-05-21 10:30:41 게재

서양의학 한의학 등 다양한 의료기술 환자맞춤형으로 적용 … "배타적 의료환경이 통합의료 발목 막아, 국회·정부 나서야"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질환으로 고통 받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130만명이나 된다. 가족까지 합치면 인구 중 10%가 넘는 사람들이 암질환으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사망가능성의 두려움과 치료 자체의 고통스러움이 가져다주는 힘겨움이 크다. 이 때문에 암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은 낮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령사회로 먼저 진입한 많은 외국의 의료현장에서는 다학제적 의료기술을 환자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통합의료가 자리잡은 지 오래다.

하지만 한국 의료현장에서는 배타적인 진료문화가 만연해 암질환자는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최낙원 대한통합암학회 이사장

최낙원 대한통합암학회 이사장(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은 "미국 중국 등 해외 암 치료의 중심에는 통합의학이 있다"며 "우리나라도 근거가 있는 의료기술이라면 의학이든 한의학이든 다른 대체의학이든 다양한 의료기술을 받아들이는 암환자 중심의 진료문화가 절실하다. 이들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등 국회와 보건복지부는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인 치료 없는 기존 암진료, 환자 고통 방치 =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건강보험 청구한 2017년 암 진료인원은 129만9000여명이나 된다. 진료비(비급여와 한방진료비 제외)는 6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조기검진에 의한 암 발견과 치료 성공률이 높아지면서 전체적인 암환자 생존율이 증가하는 긍정적인 모습도 보인다.

하지만 3기 암환자 등 말기 악성 환자와 재발된 환자의 경우 치료만족도는 여전히 낮고 말기암환자의 생존율 제고는 비용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반복되는 수술과 화학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에 따른 부작용이 해소되지 않아 환자는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도 고통스럽게 진료를 받다 사망에 이르고 있다.

5월 13일 서울성모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통합암학회 학술대회에서 미국 메모리얼 슬로안캐터링 암센터 통합의학부 마오준 교수가 통합종양학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규철 기자


이와 관련 최낙원 통합암학회 이사장은 "모든 국민은 국가로부터 건강하게 살 수 있게 최선의 최고의 보건의료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암세포 확산을 막거나 제거하는 치료도 필요하지만 환자가 건강을 회복하고 암질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암이 어떤 이유로 발생했는지 원인을 찾아 예방하고 치료하는 통합의료적 접근이 한국에 확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합의료로 본 암치료는 일반병원에서 시행되는 표준치료(서양의학적)인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이외 한의학, 기능의학, 자연요법 등 다학제적인 의료기술을 사용해, 표준치료의 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여 암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전인적 치료를 추구한다.

한의치료, 표적항암제 내성 등에 효과 = 통합의료는 독일 미국 일본 중국 등 외국에서 수십년째 활성화됐다. 그 효과성에 관련한 수많은 연구와 임상논문들로 발표됐고 의료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다. 침 마사지 요가 건강기능식품 기공 천연약재(한약) 캡슐 음악 댄스 등 다양한 기법들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난치병인 암질환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사용되고 있다.


윤형준 미국 메모리얼슬러안캐터링암센터 연구원은 "암치료 기술인 수술, 화학요법, 방사선요법 등 모든 치료법은 각기 불안, 만성피로, 불면증, 신경장애, 백혈구감소증, 림프부종, 수술후 통증 등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며 "지속적인 암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기존 치료 부작용을 줄이거나 해소할 수 있는 보완요법을 사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침요법의 암환자에게 대한 사용은 미국 전국종합암네트워크의 가이드라인에도 포함될 정도로 인정받았다. 가이드라인에는 성인암 통증, 암관련 피로, 속 미식 꺼림, 생존에 필요할 경우 임시방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16년 미국 45개 암센터 가운데 33곳(73.3%)에서 침 치료를 시행했다.

중국에서는 중서의학 결합을 기본으로 암치료를 진행해 왔다. 리샤오칭 중국 복단대 기능의학연구원은 중국에서 진행되는 기능의학을 이용한 항암치료를 소개하면서 "암은 환경오염 만성염증 방사선 독소 영양불량 혈액순환장애 정서불안 등으로 인체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발생한다"며 "안마, 침구, 중약, 명상이나 종교 활동, 필수영양소 섭취, 세포환경 회복 등 다양한 치료기술을 시행한다"고 말했다.

공공차원서 통합의료 획기적 지원 필요 = 국내에서는 2015년 이후 통합의료 차원에서 암치료법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통합의료에 뜻있는 의사·한의사가 대한통합암학회를 그해 2월에 발기하고 10월에 창립총회를 거쳐 국제학술대회 등 연구학술활동을 이어오다 올해 1월 사단법인을 복지부로부터 인가받아 활동하고 있다.

또 2015년 9월 통합의료진흥원 전인병원이 대구에 설립됐다. 이후 장흥에도 통합의료센터가 만들어졌다.

한의계에서는 대전대동서한방병원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연구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유화승 대전대동서한방병원 동서암센터 교수는 "한의학의 통합암치료는 세포독성항암제나 표적항암제의 독성 내성을 떨어뜨리고, 항암효과를 높이며 부작용을 완화하고 생존율 연장, 면역반응 증진, 억제형질전변, 항암기능 조절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존 항암치료에 한의약 치료를 병행할 경우 생존율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위암환자에게 항암시 한의치료 병용 효능' 논문(2018년 2월. 유화승 등)에 따르면 "한약과 항암치료를 함께 병용한 군이 항암치료만 받은 군보다 전체생존기간의 위험도가 44% 감소했고, 무병생존기간의 위험도가 46% 줄었다"고 밝혔다.

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연구임상성과들이다.

그런데 통합의료 암치료 효과에 대한 국내외 다양한 연구임상성과가 있음에도 아직 빠른 전파를 타지 못하고 있다. 큰 방해요인은 의료계의 한의치료나 다른 대체의학에 대한 배타적 시선이다. 여기에 역대 정부와 국회는 암환자의 의료비 지원을 확대하는데 관심을 모으면서 암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의료기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데는 등한시해 온 정책적 오류가 더해졌다.

유 교수는 "수차례 국회국정감사를 통해 국립암센터가 법적으로 정한 한의사 채용을 하지 않는 점을 반복 지적했지만 국립암센터는 아직도 채용하지 않고 있으며, 통합의료병원이 지방에 중소병원형태로만 설치되고 있는 등 통합의료에 대한 정책추진이 더디다"며 "암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고 삶의 질을 개선할 통합의료 암치료를 공공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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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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