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기에 폭력·학대 경험 78.9%

2018-05-24 10:14:06 게재

특수한 경우 아닌 '흔한 경험' … 보사연, '학대·폭력 대물림' 심층조사

아동기 폭력과 학대 피해를 경험한 경우가 8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학대와 폭력이 세대간 대물림되는데 그 경우를 일부분 특수한 부류로 치부해 왔다. 하지만 보건사회연구원 연구보고서에서는 다수의 흔한 경험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아동기 폭력과 학대를 처벌 단속 관리 위주에서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정책대응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보사연은 2017년 8월부터 두 달 동안 '18세미만의 미성년 자녀를 둔 가구의 성인(만19-59세)을 대상으로 전 생애주기에 걸친 학대와 폭력경험을 회고적으로 파악하고, 응답자의 개인특성별과 가구 특성별 학대와 폭력의 발생 등을 분석하는 아동가족 생애경험 실태조사를 수행해 생애주기별 학대경험의 상호관계성을 파악'한 내용을 '생애주기별 학대경험의 상호관계성 연구'보고서에 담았다.

이번 조사는 조사원이 직접 가구를 방문해 4008명의 면접조사로 이뤄졌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4008명 중 78.9%가 아동기 적어도 한번 이상의 부정적 생애경험(학대나 폭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60%, 영국 46.4%, 동유럽8개국 50%, 베트남 76% 등 다른 나라의 발생률과 비교해 높은 수치다.

특히 아동기 부정적 경험과 과거 성인기 폭력피해경험을 동시에 답한 경우가 전체의 41.6%에 이른다.

생애주기에 전혀 경험하지 않은 경우는 18.8%에 불과했다. 81.2%가 아동기 또는 성인기에 학대나 폭력을 비롯한 부정적 생애경험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고서는 "한국사회에서의 생애주기에 걸친 학대와 폭력의 경험은 특수한 욕구와 개인 특성의 문제를 가진 소수의 문제가 아닌 다수의 보편적 경험으로 이해된다"며 "학대와 폭력의 피해 또는 가해집단을 개인적 차원의 심리정서적 문제를 가진 특수집단으로 간주해 처벌을 중심으로 사후 대응식 정책적 접근을 통해 학대를 예방하는 것은 큰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연구결과, 아동기 부정적 생애경험이 자녀 폭력, 배우자폭력, 노부모폭력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가정폭력 가해경험을 가진 성인의 89.5%가 과거에 아동기 부정적인 사건을 경험했음을 확인됐다.

또한 아동기 부정적 경험과 성인기 폭력피해 경험 모두 현재의 학대가해경험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의 중복된 학대나 폭력피해경험은 현재의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며, 특히 과거 성인기의 폭력피해경험은 삶의 만족도와 자기존중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우울도는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아동기 부정적 생애경험은 우울정도를 높이는 것으로만 나타났다.

한편, 현재의 배우자폭력 그리고 노부모학대 여부와 아동학대 가해경험과의 상호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교차분석을 실시한 결과, 아동학대 가해경험이 있는 경우 배우자폭력 가해가 35.1%로, 아동학대 가해경험이 없는 경우의 가해율 14.2%보다 높았다. 노부모학대경험이 있는 경우 아동학대 가해경험은 53.2% 수준(217명)으로 나타났다.

아동기 부정적 생애경험과 아동학대 가해의 관계에 대한 분석 결과, 아동기 부정적 생애경험과 과거 성인기 폭력피해경험 모두 아동학대 가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동기 부정적 생애경험이 과거 성인기 폭력피해경험보다 연구 결과에 더 확신을 높여 줬다.

또한 아동기 부정적 경험과 배우자폭력의 관련성을 살펴본 결과, 아동기 부정적 경험이 많을수록 배우자폭력의 가해율, 피해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기 경험이 0점인 경우 배우자 가해가 4.6%, 피해가 3.5%인데 비해 7점인 이상인 경우 각각 61.2%, 62.8%로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결과, 성인 중 지난 1년간 노부모를 학대했다고 보고한 비율은 13%로 높았다. 대부분 정서적 학대를 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기에 부정적인 생애경험이 많을수록 노부모학대 가해경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아동기 부정적 생애경험과 노부모학대가 연관되어 있다는 가설을 지지해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학대와 폭력이 보다 많은 사람이 생애과정에서 보편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사회문제로 정의하고 학대와 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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