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주주권행사 나선 국민연금│② 어디까지 할 수 있나

'사외이사·감사 추천' 주주제안 가능

2018-06-07 11:03:20 게재

이사회·경영진 면담 요구는 한진그룹 경영관리체계 개선 위한 낮은 경고

밀수·탈세 혐의로 기소되면 회장 일가 '이사해임안 제안' 가능성 높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5일 대한항공의 경영진과 사외이사에게 면담을 공개 요청한 가운데 면담 이후에도 대항항공 등 한진그룹의 경영관리체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이 주주권행사를 어디까지 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사받고 나오는 조현민씨 한진 총수일가가 밀수, 탈세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사진은 조현민 전 전무가 '물벼락 갑질' 논란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후 뒤 귀가하는 장면.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먼저 (임시)주추종회에서 사외이사와 감사추천 제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만약 6월 현재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각종 불법 행위, 밀수·탈세 혐의에 대한 수사당국의 조사 결과 구체적인 증거 확보와 기소로 이어진다면 국민의 경영진 교체 요구가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는 이사해임을 위한 공개활동으로도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연금 공개서한 등 주주권행사 본격 시작 = 국민연금기금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전문위원회)는 최근 언론에 계속 보도되고 있는 대한항공과 한진칼 등 한진그룹 경영진 일가의 일탈행위 의혹이 기업 평판 악화 등으로 이어지면서 대한항공, 한진칼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고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확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전문위원회는 한진그룹 관련 여러 불법 혐의에 대한 조사가 이어지고 국민들의 우려가 가라앉지 않는 일련의 상황을 보면서 국민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해 실효성 있는 대책과 예측 가능한 계획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전문위원회는 "한진그룹 측에 경영관리체계 개선 등을 포함해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5일 밝혔다.

같은 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는 대한항공 경영진과 사외이사 비공개 면담을 요청하면서 15일까지 답하라고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런 국민연금의 입장표명은 대한항공의 2대주주로서 주주이익을 높이기 위한 활동이며 낮은 단계의 경고라 볼 수 있다.

그런데 국민연금의 공개서한이나 면담활동 이후에도 대한항공 경영진의 경영관리체계 개선노력이 만족스럽지 못한 상태가 이어진다면 국민연금은 추가 주주권행사를 할 가능성이 높다.

◆주주 이익 위해 경영진 감사 견제 활동 가능 = 우선 경영진의 활동을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한 사외이사 및 감사 추천을 제기할 수 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대한항공 경영진에 대한 감시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임시주주총회를 열거나 내년 정기주총 때 사외이사와 감사 추천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위해 맡긴 연구용역보고서에서도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 주주제안이 시행가능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 사외이사후보 추천은 현재 자본시장법상 경영참여를 못하게 하는 규정에 해당될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대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연구보고서에서는 "비공개 주주활동을 했으나 효과가 없어 경영참여 해당 주주활동을 할 필요가 있다면, 국민연금의 주식 보유목적을 단순 보유에서 경영참여로 변경신고한 후 관련 주주권행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물론 국민연금이 사외이사와 감사를 추천하는 제안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활동들이 회사 경영진의 문제 개선노력에 지속적인 자극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이 지적이다.

◆해외 연기금, 일상적인 활동으로 기업 투명성 수익성 높여 = 해외 연기금의 경우 투자회사의 오너가 회사에 부정적 활동을 할 경우 대응은 일상적이고 신속·과감하다.

노르웨이 NBIM은 2016년 투자회사 이사회와 233회 미팅을 진행하고 사외이사를 추천했다.

미국 CalPERS는 지배구조 개선과 주식가치 제고를 위해 1987년부터 소수의 회사를 선정해 집중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오고 있다. 1999~2014년 10월 사이 188개 회사에 대해 진행했다.

주주제안 입법운동이 이뤄졌다. CalPERS가 주주활동을 집중시킨 회사들의 주가수익률은 벤치마크 수익률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 APG는 2016년 투자배제 회사 19곳을 공개하고 ESG 관련 기업 245곳과 미팅을 진행했다.

APG의 주주권행사 중에는 정유화학 관련 기업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근로자 안전보장 정책 등을 점검하고 수정할 것을 요구 등도 있었다. 해외 연기금은 우리나라와 달리 투자기업에 대한 주주권행사가 세세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사무국장은 "일상적으로 연기금에 의한 주주권행사가 이뤄지고 있는 해외 사례를 보듯이 대한항공 경영진을 자주 만나서 경영관리체계 개선을 자극하는 활동들을 해야 한다"며 "만약 탈세 같은 혐의로 기소까지 된다면 보다 더 경영진을 감시 견제할 수 있는 사외이사나 감사 추천 제안활동, 이사 교체까지 나아가는 주주권행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철 김영숙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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