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회석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이사장

"4차산업혁명시대 '정맥산업'에 주목해야"

2018-06-15 11:27:17 게재

폐비닐 등 필름류, 재활용제품으로 재탄생시켜야 … 다양한 이해관계 조율, 소통이 가장 중요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희소한 자원 확보가 경쟁력을 결정할 것입니다. 광산에서 지속적으로 천연자원을 채굴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고 볼 때 소비한 제품을 어떻게 다시 자원화하느냐가 더 중요해 지고 있습니다. 산업은 크게 동맥산업(자원을 채취해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에 공급)과 정맥산업(소비된 뒤 버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을 줄이고 다시 자원화 하는 것)으로 구분되는데, 최근 불거진 폐비닐 수거거부나 미세먼지, 4대강 녹조 등만 봐도 정맥산업에 문제가 생기면 커다란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자원이 순환되는 지속가능한 사회가 이뤄지기 위해 기본기가 탄탄한 정맥산업은 필수인 시대죠."
정회석 한국순환자원유통센터 이사장│△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재활용사업실장 (2016년 5월 ~ 2018년 2월) △ 환경부 상하수도국장, 영산강유역환경청장, 대변인 등 역임 주요 저서 및 논문 △ '무엇이 강자를 만드는가'(2018) △ '기후변화의 이해' (2013) △ '과학과 경제에서 환경을 보다'(2012) △ 'EU 신화학물질정책(REACH) 도입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2009, '환경정책연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KCI 등재)). 사진 이의종

12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정회석(59)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이사장은 인터뷰 내내 자원의 순환구조를 튼튼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순환유통지원센터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운영하는 공익법인이다. 병, 캔 등을 사용하는 사업자들은 시장에 판매한 제품이나 포장재를 회수와 재활용하는 의무를 지고 있는데 이를 대행하고 있다.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는 맥주병이나 소주병 등 보증금이 붙는 빈용기의 회수 및 재사용 촉진을 위한 업무도 한다. 궁극적으로는 재활용가능한 자원의 안정적인 수요 및 공급을 통해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는 게 목표다.

새 부가가치의 재활용 제품 개발, 지속가능한 사회를

"지구는 유기물 등 버려진 자원을 모두 순환시키는 시스템을 운영하여 46억년을 유지해왔어요. 하지만 인간은 자원순환 기술을 충분히 개발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 번 쓴 자원은 매립하거나 소각하는데 그 결과가, 심각한 생태계 오염입니다. 가장 치우기 힘든 게 플라스틱이죠.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사회, 자원이 순환하지 않는 사회는 동맥경화를 앓는 사람과 같이 지속가능하지 않고 생명의 안전도 담보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소비와 관련한 생각과 행동을 바꿔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정 이사장은 우리 시대의 환경문제는 단순한 오염이 아닌 생명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각 영역에서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게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재활용 산업은 분리수거에서 출발해 선별, 가공, 제품생산 등 여러 단계를 거치고 취급하는 원료 재질도 다양하죠. 신재와도 경쟁해야 하는 등 이해관계가 복잡합니다. 하지만 의무생산자, 지역 주민, 회수·선별·재활용사업자, 소비자 등 각 분야의 어려움을 열린 마음으로 듣고 소통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다보면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사회 구축은 그리 먼 미래가 아닐 거라 믿습니다. 재활용이 잘 되려면 분리수거가 중요한데 이는 첫 출발부터 잘 이뤄져야 해요. 동일 재질, 재활용이 쉬운 재질로 만든 제품이 생산돼야 시민들이 분리배출도 손쉽게 할 수 있어요. 여러 가지 재질로 복잡하게 만들어진 제품인데 시민들에게 제대로 분리배출하라고 강조하면 현실적으로 실천하기 힘들죠. 센터에서는 이해 관계자들끼리 서로의 상황과 여건을 이해하고 협조할 수 있도록 소통 기회를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 이사장은 불편을 감수하고 분리수거에 동참한 시민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재활용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가격이다. 신재를 사용한 제품과 비교했을 때 적어도 품질은 비슷하고 가격이 저렴해야 재활용품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데 분리수거 이후에 운반·선별·가공 등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는 재활용 산업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재활용 품목별로 여건을 고려해 부가가치가 있는 새로운 재활용 제품을 개발해 난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더불어 그 제품의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겠죠. 한 예로 폐비닐 등 필름류의 경우 상·하수도 부설자재 등 다른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물질 재활용 비중을 높여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GR 마크(우수 재활용제품에 부여하는 인증규격)확보 등 품질 보증 방안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고 개발된 재활용품에 대한 국내 수요를 늘리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고민 중이죠."

유리병 재활용 문제도 시급 … 시민들의 협조 중요

정 이사장은 EPR 대상 품목 중 하나인 유리병 재활용 역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수입 와인·맥주 등이 대거 들어오면서 재활용이 어려운 색상의 유리병의 배출이 증가하는 반면 페트병이나 캔 등 대체용기 사용량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덩달아 유리병을 재활용한 제품에 대한 수요는 줄어 분리배출된 유리병들의 적체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유리병의 경우 제대로 분리·수거 되지 않으면 매립해야 하고 깨진 상태로 방치할 경우 안전 문제도 발생할 수 있죠. 단기적으로는 급한 적체 물량을 해소하고 유리병 관련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방안을 병행해 추진 중입니다. 잡색 유리병이나 사기류 등이 섞이면 재활용이 어려워지는데, 이러한 재생원료의 경우 도로 보조기층재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방안을 관련기관과 협의 중이에요. 철저한 분리수거와 유리병 수요 확대가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협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정 이사장은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생각과 행동이 전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플라스틱이나 1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머그컵이나 텀블러 이용하기 등 소소한 행동의 변화가 모여 새로운 미래를 창출한다는 것.

환경부에서 선거 현수막을 장바구니로 재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환경부는 폐현수막 활용 'My 장바구니' 제작 공모전을 25일까지 진행한다. 선거가 끝난 뒤 버려지던 폐현수막을 장바구니나 에코백으로 재탄생시키는 시민 아이디어를 공모, 선정된 경우 환경부 장관상과 상금도 준다.

"최근 시민들의 재활용 의식이 굉장히 높아졌어요. 이러한 의식을 바탕으로 시민 눈높이에 맞는 분리배출 가이드라인 마련, 스마트폰 앱 개발, 재활용현장 주부체험단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올바른 분리수거가 정착되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최근 발간한 '무엇이 강자를 만드는가'라는 책에서 자연의 생명체는 자신의 DNA와 상대방의 특성, 그리고 변화하는 환경을 함께 고려해 최적의 생존전략을 개발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생태계의 생존 전략은 우리의 삶에도 적용됩니다. 우리가 의사결정을 할 때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야 실수가 줄어들 듯 생태계에서도 다양한 종이 함께 공존해야 합니다. 여러 생각들을 하나로 수렴하는 과정에는 소통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구성원들이 소통하며 서로의 장점을 배워 전문성과 열정을 키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 센터가 우리나라 재사용·재활용 선도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꿈입니다."

EPR제도란 = EPR (Ext 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은 사용 후 발생되는 폐기물의 회수 및 재활용까지 생산자의 책임으로 범위를 확대한 제도다. 소비자·지방자치단체·생산자·정부가 일정 부분 역할을 분담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제품의 설계, 포장재의 선택 등에서 결정권이 가장 큰 생산자가 재활용체계의 중심적 역할을 하도록 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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