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블록체인 상상력을 키우다 | ②네덜란드·독일

'대안의 도시' 베를린, 스타트업 몰려

2018-07-04 10:56:17 게재

독일블록체인협회 구성

'규제 불확실성' 해소 위해

연방정부 및 정당과 소통

[독일] 비트코인으로 음식을 사먹을 수 있는 식당이 세계 최초로 생긴 곳이 바로 독일 베를린이다. 'Room77'이라는 이름의 이 레스토랑은 매주 목요일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밋업(Meet-up)을 여는 '블록체인의 성지'이기도 하다.

지난달 30일 방문한 Room77 레스토랑은 운영자가 중앙정부의 통제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미국 정부의 도청사실을 폭로한 뒤 러시아로 망명한 애드워드 스노든의 사진이 한쪽 벽에 걸려 있는가 하면 '누군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문구가 쓰여진 포스터도 눈에 띄었다. 이 레스토랑이 중앙은행의 '간섭'을 받지 않는 비트코인 결제를 일찌감치 수용한 이유가 충분히 짐작되는 분위기였다.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 결제를 받은 독일의 'Room77' 레스토랑 전경. 많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안티 정부' '안티 은행'에 대한 이데올로기가 깊이 뿌리내린 베를린에 매료돼 이 도시에 둥지를 튼다. 사진 박소원 기자


베를린을 찾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은 이곳에 배어 있는 이러한 정서에 반해 베를린에 둥지를 튼다. 소액결제 스타트업인 사토시페이의 스벤 로스바흐 CRO는 "베를린은 안티 은행, 안티 정부에 대한 이데올로기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면서 "그게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가장 원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플로리안 글라츠 독일블록체인연방협회장 역시 "베를린은 항상 대안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었다"면서 "특히 베를린은 동독 시절 슈타지(국가보안부)에 대한 기억 때문에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는 생각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바탕 때문에 실제 독일은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비트코인 국가이고 이더리움 사용 비중도 전세계에서 네번째로 높다. 많은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들이 독일에 자리잡고 있으며 현재까지 독일에서 진행된 ICO(가상화폐공개) 규모는 20억유로(약 2조6000억원) 수준이라고 글라츠 회장은 소개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베를린의 독특한 문화에 매료돼 이곳을 찾고 있지만 독일 정부 역시 블록체인 산업과 관련해 아직까지 명확한 법적 기준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은 산업을 위축시키는 요소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모여 협회를 만들었고 연방정부와 각 정당 인사들도 회원으로 참여시켜 주기적으로 소통을 하고 있다.

글라츠 회장은 "독일 연방정부가 '좋은 규제'를 강조했는데 법 제정 등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1년 전 협회를 설립했다"면서 "(블록체인과 관련해) 아직 확실한 법이 없는 초기단계이고 정부에도 전문가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어 이걸 이해시키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규제와 관련해 글라츠 회장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을 보호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연방정부가 독자적으로 하나의 입장을 가지고 있어야 큰 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될 위험을 막을 수 있고 국가별로 다른 것보다 EU 전체에서 통용되는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18 KPF 디플로마-블록체인 과정에 참여 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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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독일)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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