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여는 책 | 플랫폼이 콘텐츠다

시청자의 '소비패턴'을 파악하라

2018-07-13 11:04:06 게재
마이클 스미스 외 지음 / 임재완 외 옮김 조대곤 감수 / 이콘 / 1만5000원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인이었던 이들은, 그동안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자신의 힘을 유지하며 소비자에게 콘텐츠를 전달해 왔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콘텐츠의 창작, 유통, 소비 등 다양한 변화를 동시에 가져왔고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에 피할 수 없는 대혼란을 야기했다. 기존의 전략과 수익 모델을 위협하는 격변을 틈타 넷플릭스와 유튜브 같은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했고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이들에 의해 주도되는 양상이다.

새로 나온 책 '플랫폼이 콘텐츠다'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혁신이 된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에서부터 시작해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영화, 음반, 출판 등 다양한 영역에 끼친 영향과 변화를 살펴본다. 또 기존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현재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실제 사례들을 언급하며 자세히 알려준다. 이 가운데서도 문화 콘텐츠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과 관련한 데이터의 중요성에 주목한다.

가입자 3300만명이 좋아하는 배우는

책이 지목하는 첫 사례는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다. 하우스 오브 카드 제작진은 기존 방송사로부터 방영권을 따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파일럿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투자를 받지는 못했다. 아마 '웨스트윙'(2006)의 실패 이후, 정치 드라마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고정관념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후 하우스 오브 카드는 넷플릭스에서 최초 공개됐고 전세계적으로 대대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기존 방송사들이 선뜻 선택하지 않았던 하우스 오브 카드를 선택한 바탕에는 가입자 데이터가 있었다. 넷플릭스는 가입자 3300만명의 시청패턴과 인구사회학적 정보 등을 바탕으로 시청방식, 선호 장르, 배우 등을 꿰뚫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넷플릭스는 영화감독 데이비드 핀처,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함께 하는 하우스 오브 카드에 주목했다.

나아가 넷플릭스는 500~600만달러를 투자해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든 이후 전체 드라마를 제작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전체 에피소드 26편을 한번에 제작할 수 있는 1억달러(한화 약 1143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가입자 정보를 바탕으로 하우스 오브 카드의 성공을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에 기존 방송사들의 조심스러운 파일럿 제작 관행을 따를 필요가 없었다. 이를 통해 작가와 배우들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보다 창의성을 발휘해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었다.

또 넷플릭스는 일주일에 1편씩 작품을 선보이는 전통적인 편성 대신 13편에 달하는 에피소드들을 한번에 공개했다. 기존 방송사들의 경우 13편을 한번에 선보이면 다른 프로그램들은 방송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넷플릭스는 특정 시간에 실시간으로 프로그램을 전송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입자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편성이 가능했다.

정리하자면 넷플릭스는 '많은 비용이 드는 파일럿 프로그램이 아닌 가업자에 대한 섬세한 관찰' '불특정 다수를 위한 방송이 아닌 개인화된 채널' '시청자별 취향에 따른 개인화된 홍보' '특정 관객만을 만족시키기 위한 주문형 콘텐츠' 등을 전략으로 내세웠고 시청자들은 이에 호응한 셈이다.

'사소한 소비'에 관심을 가져라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변화는 책의 유통에서도 나타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고정관념은 소수의 인기 상품이 매출을 책임지는 것이지만 온라인 채널을 통한 소비는 편리함과 새로운 상품에 대한 접근성을 선사함으로써 작은 상품들도 성공하게 한다. 예컨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는 여러 출판사들에 출간을 거절당해 전자책 형태로 출간됐지만 이후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고 1억권 이상이 판매돼 블록버스터로 성장했다. 이와 같은 성공사례는 사람들의 사소한 소비에도 관심을 갖고 소비자들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넷플릭스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성공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데이터에 대한 중요성이다. 데이터는 더 이상 보조 자료가 아니며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수단이 됐다.

데이터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2000년대 초 NBC는 사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애플의 아이튠즈에서 철수하는 전략을 선보였다. 그러나 아이튠즈에서 NBC 콘텐츠를 찾지 못한 소비자들은 NBC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았고 불법 복제물을 택했다. 소비자들의 새로운 소비 방식을 읽지 못한 NBC는 오히려 불법 복제의 피해를 입었고 다시 아이튠즈로 복귀할 수밖에 없었다.

콘텐츠 창작자와 고객, 직접 만나다

나아가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현재 콘텐츠 시장의 새로운 흐름은 고객과 콘텐츠 창작자의 직접적 교류다. 역사적 인물들 사이의 랩 배틀을 제작한 'ERIC RAP BATTLES OF HISTORY', 라디오헤드의 'IN RAINBOW' 앨범 온라인 발표,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롤링의 'POTTERMORE' 홈페이지를 통한 미출간 버전 발표 등이 그 성공사례들이다.

이 책은 이처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문화 콘텐츠 소비와 관련된 데이터의 힘에 주목한다. 데이터에 근거해 결정을 해야 하고 데이터를 활용한 콘텐츠가 성공한다는 얘기다.

기존의 책들이 넷플릭스 등 플랫폼 분석에 초점을 맞췄다면 '플랫폼이 콘텐츠다'는 플랫폼의 성공을 가능하게 만든 데이터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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