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경험 중시해 제품 만들어야"

2018-07-20 11:14:27 게재

켄 시걸 전 애플 마케팅 총괄 … "15년 전 삼성전자에서 일할 뻔"

"삼성에는 다양한 제품군이 있지만, 사람 경험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19일 43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한 켄 시걸(사진) 애플 전 크리에티브디렉터는 제주 신라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켄 시걸 애플 전디렉터는 애플, 인텔, 델, IBM, BMW 등 유명기업의 광고와 마케팅을 맡아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특히 17년간 애플 광고와 마케팅을 담당해왔고, 애플 대표 제품들인 'i 시리즈'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켄 전디렉터는 "삼성을 비롯한 한국기업들은 여전히 사람이 아닌 기술 중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CEO들은 한 발 뒤로 물러서서 고객경험을 더 중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티브 잡스 사후 애플 혁신이 둔화됐냐는 질문에 대해선 "애플 혁신에는 문제가 없다"며 "단지 잡스를 완전 대체할 인물이 없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플에는 잡스 가치가 그대로 있고, 유능한 사람들이 애플에 있기 때문에 혁신속도는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켄 전디렉터는 "애플은 최초 제품을 발명하는 기업이 아닌, 트랜드를 분석해 기존 제품 중 최고 제품을 만들어내는 회사"라고 분석했다.

'애플의 단순한 디자인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켄 전디렉터는 "애플은 원래 '단순함'의 철학 유지를 위해 노력 중이고 현재도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훨씬 단순한 제품 라인업을 가진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시걸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개발 초기에 애플 아이폰을 베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삼성이 애플 아이디어를 빌린 부분도 있고, 애플도 다른 이들의 아이디어를 빌렸다고 본다"면서 "이는 법적인 측면에서 해석해야 할 문제"라며 말을아꼈다.

시걸은 스마트폰 미래에 대해서는 "이제 더 이상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PC가 혁신을 거듭하다가 거의 변화가 없는 성숙 상태에 접어들었는데, 스마트폰도 그와 비슷하다"면서 "다만 음성인식 기술 등은 아직 원시적인 단계에 있으므로 발전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삼성전자에서 영입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일화도 공개했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에 삼성에서 의뢰를 받아서 거의 일할 뻔했고 최고마케팅책임자(CMO)로부터 전화도 받았다"면서 "그러나 삼성은 본사가 서울에 있어서 근무가 어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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