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수출업체 피해 더 커질 듯"

2018-07-24 11:33:29 게재

미·중 상호관세부과에 유럽 세이프가드 발동

철강주 하락세 이어져

미국의 철강 수입 쿼터 제한에 이은 유럽연합(EU)의 철강재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잠정 조치로 국내 철강 업체들의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 관련업계는 EU 수출 비중이 큰 업체들은 쿼터량을 넘는 물량에 대한 관세부과로 계약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시장 다변화를 추진하는 업체들은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철강금속 업종지수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로 연초 대비 13% 가량 떨어지는 등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24일 원자재 시장분석전문기관 코리아피디에스에 따르면 지난 19일 유럽위원회(EC)는 일부 철강 제품에 대해 200일 동안 세이프가드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15~2017년 평균 수입량에 근거한 글로벌 쿼터를 초과해서 EU로 들어오는 수입 철강재에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이번 세이프가드 예비 관세 부과 대상은 총 23개 카테고리로 HS코드(국제상품분류번호) 6자리 기준으로 총 271개 품목이 해당되며 판재류, 봉형강류, 강관류가 총 망라되어 있다.

한국에서 EU로 수출되는 철강재 가운데 이번 세이프가드 예비 관세 부과 대상은 HS 코드 6자리 기준 총 104개 품목이다. 지난해 기준 이들의 총량은 204만톤으로 EU 수입 철강재 전체의 7%에 해당된다. 한국 대EU 수출 강재 중 판재류 비중은 98%로 대다수였으며 EU의 수입 강재 중 한국산 보통강 및 스테인리스강 냉연코일, 금속코팅강판, 스테인리스강 무계목강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상이었고 전기강판의 경우 40%를 상회했다.

코리아피디에스에 따르면 이번 세이프가드 예비 관세 대상은 무방향성 전기강판으로 냉장고, 에어컨의 모터, 헤드폰 스테레오 등 소형 가전의 부품에 사용되며, 최근에는 전기 자동차 모터를 제작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미국에서 2014년 10월 6.88%의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 후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으로 인해 25% 관세 부과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최근 방향성 전기강판이 중국에서 37.3%의 관세가 철폐됐음에도 무방향성 전기강판의 경우 여기에서 제외됐다. 중국, 일본에서의 무방향성 전기강판 수요가 견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미국, EU시장의 무역 장벽이 높아지면서 포스코의 무방향성 전기강판 수출 시장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무방향성 전기강판 수요업체들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유럽 지역에서 무방향성 전기강판을 사용해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의 조달 비용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임석 코리아피디에스 연구원은 "무방향성 전기강판의 경우 한국에서 수출되는 물량은 EU 전체 수입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국내 생산의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관측되면서 전기강판과 관련된 업체 및 산업의 피해가 가장 두드러질 것"이라며 "EU의 세이프가드 예비 관세 부과는 국내 판재류, 특히 무방향성 전기강판 생산업체 뿐만 아니라 현지 진출 국내 수요 업체들에게까지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반면 금융투자업계는 EU의 철강 세이프가드 잠정조치는 미국의 쿼터제와 달리 국가별이 아닌 글로벌 쿼터를 적용했다며 국내 철강업계가 입는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 분쟁의 여파로 유럽으로 추가 유입되는 물량을 막겠다는 것이지 철강 수입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아닌 만큼 결국 한국과 중국이 현재 유럽에 수출하는 물량이 감소할 가능성은 낮다"며 "유럽 수출 비중이 높은 도금강판과 냉연강판은 주로 자동차와 가전업체에 공급되는데 모델이 변경되지 않는 한 철강 공급사를 중간에 바꾸기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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