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

"한국의 동반성장 점수 C학점 … 임금격차 해소에 전력"

2018-07-25 11:17:14 게재

노동전문가에서 동반성장 전도사로 변신

"대·중소기업 임금격차는 양극화 상징"

최저임금 인상은 속도조절로 성공해야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는 한국사회 양극화를 상징하는 지표다. 동반성장 결과는 임금격차 해소로 보여진다. 안타깝게도 한국사회 동반성장 문화는 C학점 정도다. 구국결단 의지로 임금격차해소에 나서야 한다."

내년이면 고희를 맞는 노신사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 노신사는 한국사회 동반성장 수준을 낙제를 간신히 면한 'C학점'이라고 평가했다.

청년실업, 저출산, 인구절벽, 중산층 몰락 등 한국사회가 처한 문제는 대부분 대·중소기업 간 지나친 임금격차와 맞닿아 있다는 게 노신사 판단이다. 현재 중소기업 평균 임금 수준은 대기업의 61%이다. 제조업 기준으론 51%에 불과하다. 이런 임금격차 현실이 현재 동반성장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는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남대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참여정부 초대 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단국대 총장도 역임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TK 인맥으로 분류된다.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이 19일 서울 구로구 동반위원회 사무실에서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해소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동반성장위원회 제공

노 신사는 바로 권기홍 제4대 동반성장위원장이다. 권 위원장은 '임금격차해소' 주창자이다. 그가 동반위원장 자리를 거부하지 못한 이유도 '말 빚' 때문이다. '말 빚'은 권 위원장이 노동부장관 시절부터 대·중소기업 간 지나친 임금격차를 해소하지 않으면 한국사회에서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던 것을 의미한다. 취임 직후 '임금격차해소운동'을 동반위 중점사업으로 추진한 이유이기도 하다.

노동문제 전문가이기도 한 권 위원장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속도조절론'을 주문했다. 탄력근로제에 대해서는 운영방식 유연화와 기간 연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권기홍 위원장을 19일 서울 구로구 동반성장위원장 사무실에서 만났다.

■ 한국사회 동반성장문화는 어디까지 와 있다고 평가하나.

한국사회 동반성장은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 초기 인프라구축 단계에 들어섰다고 본다. 앞으로 동반성장에 대한 철학이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어 동반성장이야말로 선진국으로 가는 중요한 이정표로 인식돼야 한다. 동반성장이라는 개념은 우리나라에서 만든 것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상생과 협력을 통한 동반성장을 이루지 못한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세계적으로는 낙수효과가 미미해짐에 따라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한국사회 동반성장 문화를 점수로 표현한다면 C학점 정도다.

■ 동반성장문화를 저해하는 가장 핵심적인 원인을 꼽는다면.

'수직적 기업생태계'와 '포용적 성장 문화의 미비'가 동반성장문화 확산을 막고 있다. 한국경제는 압축성장을 위해 경제성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중후장대형산업을 중심으로 한 수직적 생태계가 고착화됐다. 수직적 관계에서는 1차 협력사뿐만 아니라 2, 3차 협력사까지 모기업 지시에 따르는 전속거래 형태로 발전했다. 성장일변도는 승자독식과 지나친 이윤추구가 고착화 돼 '배려'나 '관용'이 설 자리를 잃었다. 이는 양극화 심화로 나타났다.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이다.

■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수직적 기업생태계를 수평적으로 전환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기술이 고도화 되고 경제가 복잡해져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구조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 4차산업혁명시대 경쟁방식은 기업별경쟁에서 수평적 상생생태계경쟁으로 바뀌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포용적성장을 경제성장에 따른 기회가 국민 각계각층에게 주어지며 늘어난 부가 사회전체에 공정하게 분배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동반성장은 선진국 포용적성장의 한국형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 위원장 취임 후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해소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동반성장에서 임금격차해소운동이 중요한 이유는.

임금격차는 한국사회 양극화를 상징하는 지표다. 청년실업, 저출산, 인구절벽, 중산층 몰락 등 한국사회가 처한 문제는 대부분 대·중소기업 간 지나친 임금격차와 맞닿아 있다. 이걸 해소하지 않고는 어떤 정책을 써도 소용없다. 외환위기 이전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75% 수준이었다. 지금은 61%이다. 제조업 기준으론 51%밖에 안된다.

임금격차가 심한데 누가 중소기업에 취업하고 결혼해 아이를 키우려 하겠는가. 2027년이면 총인구가 감소한다. 한국경제가 위기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해소는 위기를 극복하는 첫 단추다. 구국결단 의지를 갖고 임금격차해소에 나서야 한다.

■ 임금격차해소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동반위는 임금격차해소 방안으로 '대금 제대로주기 3원칙'을 제시했다. △최저임금 및 원자재인상에 대해 '제값쳐주기' △수위탁 및 하도급거래시 제반 대금을 법정기일 내에 지급하는 '제때주기' △상생결제시스템 활용 등 '상생결제로 주기' 등이다.

올해 안에 최소 15~20개사와 '임금격차해소운동'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현재 이랜드리테일과 한국남동발전이 협약을 체결하고 임금격차해소운동에 동참했다. 동반위 위원사를 중심으로 주요 대기업 및 공공기관과 협약 체결을 협의 중에 있다.

■ 그동안 동반위 무용론이 제기돼 왔는데.

2010년 12월 출범한 동반위는 어려운 여건에서 동반성장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해왔다. 정운찬 전 총리가 동반위 초대 위원장이다 보니 동반위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초과이익공유제 추진 등으로 기대감도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문화가 기업이나 국민들이 느끼기에 미흡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특히 지난 정부가 동반성장에 대한 인식이 약하지 않았나 싶다. 이번 정부는 중소기업 중심 경제를 내세우고 있다. 문제인식을 하고 있는 정부이기에 앞으로 동반위가 할 일이 많아질 것이다. 많은 지원바란다.

■ 생계형과 중소기업 적합업종간의 정책혼선이 있다.

중소기업적합업종은 중소기업이 사업하기에 적합한 업종을 지정해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확장 등을 제한하는 제도다. 2011년부터 동반위는 이해당사자 간 민간자율합의를 기본원칙으로 중소기업적합업종을 선정해 운영해 왔다.

생계형적합업종은 중기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된 업종·품목 중에서 사업영역 보호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 추가로 생계형적합업종 지정을 통해 일정기간 보호하는 제도다. 따라서 생계형과 중소기업 적합업종 공통점은 영세한 중소상공인의 사업영역을 보호하는 데 있다.

다만 중기적합업종은 권고인 반면 생계형은 법으로 규정해 강제 및 구속력이 강하다. 중기적합업종은 미 이행시 동반위의 공표로 끝나지만 생계형은 벌칙(2년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이내 벌금)과 이행강제금(매출액의 5% 이내)을 부과한다.

■ 법으로 보호하더라도 경쟁력확보를 위한 대책이 필요한데.

생계형으로 추가 지정돼 보호받는 업종·품목 외에 중기적합업종 만료 품목 중에서 업종별 협의를 통해 이해당사자 간 상생협약으로 상생방안을 추가로 모색하고 있다.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사업을 확대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도록 하겠다. 중소기업중앙회와 공동으로 이행점검반을 운영해 산업 및 시장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면서 업종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 앞으로 활동 방향은.

동반성장 문화를 전도사처럼 설파해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 내리도록 하는 것이 동반위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올 4월 제4기 동반성장위원회는 '임금격차해소운동 추진 원년'을 선언한 바 있다.

앞으로 주요 대기업 및 공공기관들과 협약을 체결해 임금격차해소운동을 확산시켜 나가겠다. 동반성장 성공모델 발굴 및 우수사례 전파를 통해 범 산업계의 동반성장 분위기 확산에도 노력하겠다. 특히 수평적인 기업생태계 구축, 임금격차 해소 등 동반성장과 사회적 관심사에 대해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 전 노동부장관으로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견해는.

최저임금이 2년간 29.0% 올라 내년에 8350에 달한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의 임금격차를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할 때 아직도 낮은 수준이다. 급격한 인상에 대한 목소리에는 중소기업과 노동계 모두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노동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지속가능한 한국사회 구축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속도조절을 통해서라도 성공해야 한다. 지금 보여지는 부작용은 혼란이 아닌 성장통이다. 이를 반기업적 정책 결과로 몰고가는 것은 지나치다. 탄력근로제도 기간 연장이나 운영방식 유연화를 통해 해결했으면 한다.

이선우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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