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인을 위한 돌봄 개선│③ 치매국가책임제 전문가 좌담회

안심센터, 의료·요양·복지기관 손 잡고 코디역할 강화할 때

2018-07-26 11:05:07 게재

"주민·학생 홍보교육으로 동참 이끌어야" … 전문인력 양성·배치, 치매지역안심지도 구축 시급

문재인정부가 치매국가책임제 추진계획을 밝힌 지 1년을 앞두고 있다. 치매노인과 가족의 부담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치매국가책임제는 치매안심센터를 통한 1:1 맞춤형 사례관리, 치매안심요양병원·치매전담 요양시설 확충, 장기요양 대상자를 경증치매까지 확대, 요양의료비 등 경제적 부담 완화, 국가치매검진 등 치매지원사업 확대, 치매연구 투자확대, 전담부서 등 정책체계 구축 등을 주요 골자로 삼고 있다.

특히 치매노인들이 최대한 이전에 거주하던 지역사회에 생활할 수 있도록 의료·요양·복지서비스를 통합·연계해 맞춤형으로 제공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이후 전국 시군구 보건소에 치매안심센터를 구축하는 등 추진계획에 맞춰 치매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내일신문은 20일 오후 내일신문 대회의실에서 치매관련 분야 전문가 좌담회를 열어 정부의 치매국가책임제 추진 중간 점검을 하고 그 개선점을 찾아 봤다.


◆치매안심센터와 지역기관 경쟁 안돼 = 먼저 내일신문 전문가좌담회 참석자들은 치매에 대한 국가적 통합관리의 취지를 인정하면서도 제도 추진에 있어 시군구지역의 치매사업 관련 기관과의 협력이 부족함을 지적했다.

박건우 고려대의대신경과 교수(서울 강북구 치매안심센터장)은 "치매국가책임제를 지역에서 실천하기 위해서는 치매안심센터가 지역 의료기관 의사들이나 요양센터장이나 복지관장 등 다양한 지역의 기존에 치매관련 활동을 해오던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지원을 약속하는 등 협력체계 구축에 힘써야 했는데 그게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의 치매안심센터가 지역의 의료요양복지기관과 연계 협력체계를 구축하지 않고 되레 경쟁하는 형국을 낳기도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센터장은 "요양재가센터에서 요양서비스상담을 해왔는데 이제 치매안심센터에서도 안내상담을 하면서 상담결과가 다르게 나오기도 하고, 동네의원에 치매검사를 하려 왔다가 치매안심센터에서 한 검사를 하면서 왜 비용을 받느냐는 이의제기도 나온다"고 사례를 설명했다.

이런 결과, 지역사회 다양한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치매안심센터와 협력하려는 동력이 약해지고 참여가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박지현 평택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존 민간 기관의 활동을 배려하는 것이 지역에서 치매안심사업이 성공할 수 있는 길로 보인다. 지역의 허브로서 치매안심센터가 역할을 하려면 지역 치매돌봄협의체를 갖춰야 할 것이다. 지자체 보건소도 들어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그 협력 속에서 치매 지역안심지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치매안심센터는 네비게이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기검진 등 행정위주 인력 문제 = 치매안심센터와 대해서는 인력의 전문성 부족과 코디네이터 역할이 미약함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김영숙 전 경기도 광역치매센터 사무국장은 "현재 치매관리법안에는 치매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내용이 없다, 현재 보건복지인력개발원에서 치매케어매니저 양성과정으로 조금 손을 대고 있지만 미약하다. 치매관련 전문간호사 전문임상심리사 등 전문가양성과정을 만들어 지금이라도 배출해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주 연희시니어스너싱홈 원장은 "새로 전문가 양성과정을 거치는 것과 지금 있는 전문인력을 배치하는 것을 투트랙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4년이상 경력을 갖춘 사회복지사, 간호사, 역량이 갖추어진 전문간호사 등 우선 케어메니져 역할을 할 수 있는 준비된 인재들을 배치하여 구심점이 되어 대상자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을 세워 현장을 이끌어야 하며, 또한 현재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지속적인 교육으로 서비스 질 표준화 작업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성미라 용인송담대 간호학과 교수는 먼저 지금 치매안심센터의 인력배치 문제점을 지적했다. 성 교수는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인력을 행정적으로 배치하면 치매사업을 진행하는 데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는 것 같다"며 "일본의 지역포괄지원센터는 우리나라 안심센터와 형식이 비슷한데 그곳에서는 보건의료전문가 사회복지사 개호예방보호사 의사 등이 한 팀을 이루며 치매노인과 가족들에게 코디를 해준다. 우리나라 안심센터는 지금 팀제 접근도 없고 그를 수행할 인력도 없다"고 말했다.

김현주 원장은 "치매 대상자를 케어하는데 경험이 중요하다. 인지기능저하로 인한 증상은 다양하며, 그에 따른 케어 접근 방법이 다르므로 현장 경험이 꼭 필요하며, 전국적인 인프라가 이루어진 치매안심센터는 지역 주민을 위한 케어매니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현 교수는 "치매안심센터 인력들이 자기 일을 소화하기도 힘든 상태인 것 같다"며 "지역사회 자원을 꿰뚫고 있는 전문인력의 부재, 1:1 맞춤형 사례관리 코디네이터 역할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다. 현재의 안심센터의 인력은 주어진 업무만으로도 소화하기 버거운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박건우 센터장은 "보건소 소장은 바쁘고 보건소 전체를 관리하는 일을 하는 책임자로 지시와 통제에 익숙해 지역사회기관을 연결하고 협력을 구하는 일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치매에 대한 전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문가 영입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지역에서 치매안심센터가 전문성 차원에서도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코디네이터 역할을 아직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우려를 자아냈다.

박지현 교수는 "국가책임제 안에서 제도가 성급하게 추진된 부분이 있다. 역할정립을 세워지기 전에 시범사업을 중심으로 효과성효율성을 확인하고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코디네이터 역할은 필요한데, 지금 건보공단에서 케어매니저를 별도로 양성한다고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치매에 대한 코디네이터 역할을 그쪽으로 빼길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성미라 교수는 "부모가 치매에 걸렸을 때 부모를 어느 곳에서 치료를 해야 하는지 요양을 해야 하는지 막막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하늘이 무너지는 감정의식 상태에서 가족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와 요양, 복지 등 다양하게 부모를 돌볼 수 있는 서비스를 안내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며 "현재의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이런 역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 원장도 "보건소에 안심센터를 갖춘 것은 획기적인 일이다. 현재까지 양적 인프라를 갖추었다면, 앞으로는 내실을 기해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치매정도에 따라 지역사회의 치매안심센터, 장기요양 재가, 요양시설, 병원 등은 대상자 중심의 체계적인 서비스를 받도록 전문가에 의한 개별화된 맞춤 정보 제공이 필요하며 각 기관 간에 의뢰시스템이 잘 이루어지는 등 통합적 관리가 되도록 제도적 지원책이 마련돼야한다"고 말했다.
 

◆ 주민 참여 없이 지역 돌봄 성공할 수 없어 = 이날 내일신문 전문가 좌담회에서는 지역사회에서의 치매사업에 대한 홍보와 교육 부족문제가 제기됐다.

김영숙 전 국장은 "요양시설과 재가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를 교육시키는데, 보건소에 설치되어 있는 치매안심센터를 알고 있느냐 하면 70~80%는 모른다고 답한다"며 "해당 종사자들도 정확히 모르는 센터를 일반주민들이 알고 있겠나. 복지부 미팅에서 주민 홍보를 늘려라 하는데도 아직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 원장은 "우리나라는 아직 '치매' 하면 무섭다는 인식이 강하다. 장·단기적으로 초등학교 교육부터 성인교육까지 치매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한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지역에서 정신행동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치매노인을 옆에서 정서적 지지 및 돌봄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 주민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라고 주문했다.

성미라 교수는 "초중고 교육이 특히 필요하다. 교육청에도 치매교육 협조를 구해봤는데 학교 교사들도 별 관심이 없다. 교육받은 아이들은 교육 후에 치매노인에 대한 행동이 많이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역사회에서 치매노인이 생활하는데 어려움이 없으려면 지역주민들의 동참이 필수다. 이에 걸맞는 홍보 교육이 뒤따라야 치매국가책임제가 지역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로 요양서비스의 전문인력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영숙 전 국장은 "요양시설 종사자들 가운데 급여공제지침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곳이 많다. 치매노인을 돌본다는 자부심이나 직업의식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미라 교수는 "장기요양 시행 초기 아무런 제한없이 몇시간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준, 그 잘못된 결과를 지금 겪고 있는 것"이라며 "복지부가 요양지도사로 다시 숙련도를 높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지현 교수는 "요양서비스 쪽 질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요양보호사나 시설 등을 일부 공공화하는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영숙 전 국장도 "경기도만 요양시설이 1700여곳이나 되는데, 전국적으로 시설이나 서비스 차원에서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주 원장은 "장기요양 쪽에서 간호인력 확충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노인들은 거의 만성질환자들이고 같은 약을 쓰더라도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며 "이를 세심하게 문제를 발견하고 맞춤형 케어를 위하여 임상경험이 있는 간호사들을 장기요양 쪽에 배치함으로써 질 관리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고 의료비 절감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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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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