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정부, 가난한 국민

2018-08-17 12:57:07 게재

지난해 사상최대 초과 세수 … 소득하위 60%는 소득감소

세금이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걷히고 있다. 정부는 돈이 남는다며 2년 연속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야당에서는 '돈잔치'라며 비판적이다. 반면 가계살림은 쪼그라드는 분위기다. 특히 서민들의 주머니는 날로 가벼워지고 있다.

17일 국회 예산결산특위 수석전문위원이 내놓은 '2017년 결산심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에 발생한 국세수입은 예측액보다 본예산대비 23조1000억원, 추경예산대비 14조3000억원으로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율로 따져도 9.5%, 5.7%로 최근 10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예결위는 "정상적인 재정운용을 저해할 정도로 높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세수 과잉 현상'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국가재정포럼 기조연설에서 "올 상반기에 초과 세수가 19조원 발생했고 올해와 내년 세수가 좋을 것으로 본다"며 "5년간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60조원이 더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예상보다 많은 '초과세수'는 추경의 상시화와 확대재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당 예산관련 핵심관계자는 "세수가 많아지고 남으면 정부와 국회에서는 당연히 추경편성을 요구하고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당은 올해와 내년 초과세수를 근거로 내년 지출증가율을 올 5.7%에서 10%대로 올려 잡을 것을 요구했고 김 부총리도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 역동성을 살리기 위해 확장적 재정 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총지출 증가율이 7.7% 이상 되도록 내년 예산안을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민들의 주머니는 점점 얇아지고 있다.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계청 자료를 근거로 올 1분기 총소득은 전년동기대비 4.1% 늘었지만 소득 5분위 중 1분위(하위 20%)는 11.5% 줄었고 2분위(하위 20~40%), 3분위(하위 40~60%)는 각각 6.5%, 1.9% 감소했다. 5분위(상위 20%)의 총소득이 9.9% 상승하며 전체 소득상승률을 견인했다. 4분위(상위 20~40%) 총소득 증가율은 2.3%에 그쳤다.

1~3분위(소득 하위 60%)는 노동소득, 근로소득, 사업소득에서 모두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고 소득이 낮을수록 감소폭이 컸다. 양극화가 더 심해지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팍팍해지는 분위기다.

국회 예결위는 "정부가 제시한 규모를 대규모로 상회하는 국세수입 징수는 조세저항을 유발하는 등 부정적 인식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강신우 연구위원은 "심화하는 불평등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은 경제사회의 근본적인 변화에 주목해야 하며 다양한 수단을 동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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