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의 국내 은행업 신청 막을 수 없다"

2018-08-24 11:22:00 게재

은산분리 규제완화 부작용 우려 … "인터넷은행 부실땐 제2의 저축은행 사태"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 제한) 규제를 완화하는 특례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향후 외국 ICT(정보통신기술) 기업의 국내 은행업 진출 등 각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일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알리바바와 같은 대표적인 ICT기업이 우리나라에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겠다고 신청하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금융위가 여러 이유를 들어 인가를 거부하면 당장 ISD(투자자-국가 간 소송)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개악법 처리 중단 촉구 |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추혜선 의원등이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의당, 민변,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 관계 단체 공동주최로 열린 은산분리 규제완화 등 규제개악법 처리 중단 촉구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고 교수는 "은산분리 규제완화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정부에서 네이버와 카카오 등 ICT기업의 은행업 진출을 위해 제도를 추진한다고 하는데, 알리바바 등과 같은 기업의 진출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은산분리 규제완화는 결국 삼성과 SK 등 재벌 대기업의 진출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안을 보면 삼성의 진출이 어렵지 않다"며 "컴퓨터 제조업체인 애플도 정보통신업으로 분류하는데 국제적인 기준에 맞춘다고 하면서 삼성도 ICT기업으로 분류할 가능성이 있다. 통계청장이 산업분류와 관련한 고시 하나만 바꾸면 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은산분리 규제완화로 은행업에 삼성 등 대기업이 진출할 가능성이 크고 사금고화는 전혀 통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카카오의 경우 60여개의 계열사가 있고 비상장사도 있어서 기업대출을 막는다고 해도 개인대출과 기업대출이 구분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은행은 개인에게 대출했는데 개인이 기업에게 자금을 빌려줄 수 있어서 자금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는 "돈에 꼬리표가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자산운용도 규제하기 어려운데, (몇몇 규제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했다고 여기는 것은 천진난만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은산분리 규제완화로 제3, 제4의 인터넷전문은행이 나오면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박상인 서울행정대학원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기업대출을 막겠다고 하는데, 비대면 방식으로 얼마나 기업대출이 이뤄질지도 의문이고 외국의 인터넷전문은행은 대부분 소비자금융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소비자금융은 달리말해 가계부채라고 볼 수 있다"며 "정부가 가계부채를 억제하겠다고 했는데, 다시 소비자금융쪽에 2~3개의 은행이 생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고 이들 은행의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신규로 설립된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케이뱅크처럼 어려움을 겪으면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도산과 합병, 소비자피해 문제가 발생하면 결국 인수가 가능한 삼성과 SK 등 재벌 기업에도 문을 열어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은 인터넷전문은행을 금융혁신과 핀테크, 4차 산업혁명의 상징처럼 언급하면서 '은산분리 규제완화'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 오해라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핀테크가 가장 발전한 미국에서도 은산분리 규제를 엄격하게 유지하고 영국에서는 규제기관이 집행을 그렇게 하고 있다"며 "중국의 모바일 지급결제가 확대된 것을 예로 들면서 중국을 금융강국처럼 얘기하는 것은 정말 지적 수준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신용카드 사용을 위한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아 자연스럽게 모바일 결제수단이 발전했다는 것이고 인터넷전문은행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고 교수도 "마치 인터넷전문은행이 핀테크의 전부인 듯 여기는 것 자체가 문제다. 기존 은행과 차이가 없기 때문에 크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며 "은산분리 규제에서 카카오뱅크는 잘 운영되고 있는 반면에 케이뱅크는 어려움을 겪는 현재의 상태를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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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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