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데이터 경제, ‘안전’한 개인정보 ‘활용’부터

2018-08-28 08:57:21 게재
김석환 한국인터넷진흥원장

2011년 2월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3차 산업혁명의 본질이 정보의 ‘디지털화’에 있다면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축적된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에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2018년 2월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글로벌 시가총액 10대 기업을 보면 당시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가 얼마나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했는지 알 수 있다.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가운데 2위 알파벳(구글), 3위 아마존, 5위 텐센트, 6위 페이스북, 7위 알리바바는‘데이터 처리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들은 10년 전인 2008년에는 단 한 곳도 글로벌 시가 총액 10대 기업에 들지 못했다.

페이스북은 2004년만 해도 대학생들이 사진과 프로필, 짧은 글 등을 올리고 친구들과 공유하는 서비스였다. 인공지능으로 약 20억명의 가입자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에게 맞춤형 광고를 노출시킨다. 페이스북은 이 같은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로 2017년 399억4200만달러(44조6951억원)의 광고 수입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무려 98.3% 수준이다. 페이스북 사례에서 보듯 이제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이자 자본과 노동 같은 기존 생산요소를 능가하는 새로운 경쟁원천으로 부상하고 있다.

데이터는 ‘21세기의 원유’

데이터는 개인정보와 비개인정보로 나눠볼 수 있다. 하지만 정보가운데 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은 개인정보이다. 개인이 경제적 활동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비롯, 중국과 인도 등이 자국 국민의 데이터보호무역정책을 펴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세계경제포럼은 2024년 인터넷을 이용하는 1인당 개인정보 가치가 1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방식이었던 기존 산업구조는 인공지능을 통한 개인정보의 분석과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개인에 대한 맞춤생산과 맞춤소비’구조로 바뀌고 있다.

인터넷진흥원은 2017년 초부터 ‘개인정보보호포럼’을 통해 시민사회·업계·학계 등과 함께 국내·외 정책연구 및 기술동향을 분석해 ‘비식별 처리를 통한 익명정보 활용’, ‘정보주체 사전동의 전제하의 활용’ 등 2가지 트랙의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전략을 마련하고, 국회, 4차 산업혁명위원회, 관계 부처 등에 제안하는 등 정책·기술적 지원을 해왔다.

하나는 비식별 처리를 통한 익명정보 활용 방안이다. 비식별 처리된 데이터의 복원을 어렵게 하면서 경제적 활용 가치가 남아있는 조치 수준에 대한 기술적 절충점을 찾는 ‘개인정보 비식별 기술 경진대회’를 올 11월에 국내 최초로 개최한다. 안전한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기술적 합의수준을 도출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기여할 계획이다.

또한 데이터 산업 활성화를 위해 기업이 비식별 처리를 실습해보고, 프라이버시 보호의 적정성, 유용성 등을 판단하고 안전하게 비식별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려고 한다.

안전한 개인정보활용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기여

두 번째는 정보주체의 사전 동의를 받는 블록체인 기반의 시범사업이다. 개인이 동의해 제공한 자기 개인정보를 기업으로부터 돌려받아 자기 스스로 관리·통제하고 필요한 곳에 제공하는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PDS(Personal Data Store) 모델인데 나주 지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려고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다. 나주 지역 개인 1000여명과 100여개 중소상공인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연결해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을 언제든지 알 수 있도록 하는 형태이다. 개인은 PDS를 통해 중소상공인과 나주지역의 물품구매 정보를 교환해 편익을 얻고, 중소상공인은 상권분석, 재고관리에 활용하는 시범사업을 통해 개인정보 활용 이슈를 검증하고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데이터 경제로의 흐름이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인터넷진흥원도 ICT 전문기관으로서 개인정보의 실질적 보호와 합법적 활용체계를 보장하는 다양한 방안을 도출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김석환 한국인터넷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