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누가 청년예술을 허하는가

2018-09-04 11:12:33 게재
김재상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활동가

최근 청년예술을 중심으로 하는 예술지원 사업에 대한 열기가 상당하다.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예술정책을 수립한 서울시의 '서울 예술인플랜'과 서울문화재단의 '최초예술인지원사업' '서울청년예술단 지원사업'을 계기로 전국의 공공기관들은 "청년예술을 지원하겠다"며 연일 신규사업을 쏟아내고 있다.

대다수의 예술인들이 그러하겠지만, 불안정한 예술생태계에서 이제 막 예술현장에 진입한,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예술인들이 설 자리는 보다 더 불안하다. 때문에 청년예술 지원정책은 더욱 세심하고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예술지원 사업이 '청년예술'이라는 개념에 대해 문화예술계와 다층적, 지속적으로 협의하지 않고 단순하게 연령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사업 대상자인 '청년예술가'의 조건을 보면, 대개 30대 중반에서 후반까지이고 비대학생을 기준으로 두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평소에 '나이와 상관없이' 예술가의 정체성으로 살아가고 있던 예술가는 청년예술 지원 사업에 지원할 때만 '청년예술가'가 되는 셈이다.

지원사업이 실행되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문제점들이 존재한다. 청년예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부족한 '어른 전문가'(?) 그룹들에 의해 예술가들이 일방적으로 선택받고 평가받는 구조, 예산의 부족으로 청년에는 속하나 대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청년예술 지원사업에서 배제되는 상황,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예술인들을 배려하기 보다는 규격화된 시스템에 순응할 것을 강요하는 갑질 행정 등이 그러하다.

문화예술계 내부에서도 그동안 부족했던 예술 현장에 부합하는 '청년예술'이라는 개념과 '청년예술 지원 체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예술정책이 실효성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문화예술인들의 실천 의지와 행동이 분명하게 드러나야 한다는 얘기다.

예술생태계를 객관적으로 보고, 사회 구성원인 예술가의 활동이 다변화된 삶의 양식과 흐름 안에서 어떤 예술적 가치를 품고 있는지, 그리고 이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논의할지 고민해야 한다. 나아가 예술현장에 기초한 숙의민주주의를 활성화해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예술공론장을 형성하고 제도화해야 한다.

지금은 문화예술생태계의 혁신과 진화를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한 때다. 청년예술을 포함한, 예술정책을 허하는 주체는 문화예술인들이어야 한다.

김재상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