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황주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

"쌀목표가격 21만원 안되면 심사 거부할 것"

2018-09-12 10:40:58 게재

내년 농어업예산에서 문재인정부 농어업 홀대 드러나

해운·조선 상생정책 지원 … 바다환경 황폐화 막아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여·야 갈등이 적은 상임위원회로 이름이 높다. 야당인 민주평화당 소속 황주홍 위원장도 이런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위원장이 여당이냐 야당이냐에 따라 상임위 운영에 변화가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회의장은 무소속으로 하는데 상임위원장도 무소속, 중립이라는 생각으로 오직 농어업인을 중심에 두고 운영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4일, 황 위원장은 농해수위원회 현안과 운영방침에 대해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 정부가 제출한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의 내년 예산안에 대한 총평은

문재인정부가 농어업을 홀대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게 사실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내년 정부 전체 예산안은 올해보다 9.7% 늘어난 470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시기인 2009년 10.6% 증액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다. 그러나 농어업예산은 올해 대비 고작 1% 늘어나 농식품부 14조6000억원, 해수부 5조1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농어업인의 상대적 가난과 침체를 생각하면 전체 예산 증가액보다 더 늘어나야 하는데 실질적인 농어업 예산은 대폭 감소한 셈이다.

■ 문재인정부 농정과 해양수산정책이 반영됐다고 보나

문재인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농업을 챙기겠다'고 했다. '농민들에게 쌀값은 월급'이라 했고, 농민을 두고 '공익을 위해 복무하는 공직자'라는 표현도 썼다. 그러나 불편한 진실이 있다. 전임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이 퇴임한 후 신임 이개호 장관이 취임할 때까지 무려 5개월간 장관 공석사태가 벌어졌다. 건국 이래 초유의 일이다. 이게 문재인정부가 농업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해양수산정책도 마찬가지다. 연근해 수산자원 감소와 해양쓰레기·해운산업위기 문제, 해양·항만지역 육성 등 다양한 현안에 걸맞는 적재적소의 대응책이 없다. 현장에선 정부가 농어업을 홀대한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 쌀 가격과 공급에 영향을 미치는 쌀목표가격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 목표가격을 24만5000원으로 제안했는데, 재정지출과 공급량을 늘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우려는 없나

좋은 문제제기다. 하지만 그것은 한국농정을 다루는 고위관료들이 갖고 있는 잘못된 생각이다. 쌀이 남으니까 정부가 벼 재배면적을 줄이는 정책을 내놓았는데, 이는 하책 중 하책이다. 소비를 늘릴 생각은 안 하고 생산을 줄이면 된다는 생각은 현장을 모르는 관료들의 탁상공론이다. 지난주 민주평화당 의원들과 함께 쌀값이 최소 24만5000원은 돼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다양한 분들에게 지지받고 있다. 민주평화당은 정부가 결정하는 쌀목표가격이 최소 21만원을 넘지 않으면 심사 자체를 거부할 생각이다.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 무허가축사를 법에 맞게 정비하는 일도 현장에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농민들은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현실에 맞게 제도를 운영해 달라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미허가축사의 적법화 이행계획서 제출 시한이 이번 달 27일로 코 앞에 다가왔지만 정부가 약속한 제도개선 방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자칫 4만여 농가가 범죄자가 될 상황이다. 지난달 18일 축산단체가 이낙연 총리를 만나 미허가축사 문제에 대한 실질적 제도개선을 요구했고, 총리는 이행계획서 제출만료시간 전까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두달 전까지 준비가 안 됐는데 이제 만들어 대통령 결재를 맡아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까. 정부가 약속한 제도개선이 안 된다면 이행계획서 제출시한을 연장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 정부는 해운과 조선의 상생을 통해 해운강국을 구현하겠다고 했는데, 제대로 되고 있나

해운과 조선의 상생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대안을 마련하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가 손을 놓는 순간 해운업과 조선업 경쟁력은 갈수록 악화되고, 폐업과 대량실업으로 이어질 것이다.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이는 특정 정부의 일이 아니라 관련 산업의 일이다. 정부와 국회의 지원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업계가 지금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강력한 자구책을 이행하지 않으면 어떤 정책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국정감사에서 집중 점검하겠다.

■ 바다모래 채취를 둘러싼 골재채취업체와 어업인들간 갈등이 폭발 지점으로 다가가고 있다. 정부가 잘 대응하고 있나

일부 현장에서 허가량을 초과해 바다모래를 채취하고, 무허가 채취도 빈번하다. 이로 인해 쉽게 해양생태계가 파괴되고, 어획량 감소로 이어지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해양생태계는 한번 파괴되면 복구하는 게 매우 어렵다. 해수부가 국토교통부와 함께 2022년까지 바다모래 채취비중을 선진국 수준인 5%로 낮추기로 했는데,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골재채취업계의 반발과 피해도 커지고 있다. 국토부도 골재수급에 대한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 깨끗한 바다에서 나오는 수산물에 대한 수요는 국내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바다환경관리정책은 적절한가.

연근해어업 생산량이 2016년 92만3000톤으로 떨어졌다. 44년만에 100만톤 이하로 추락한 것이다. 기후변화 등 자연적인 원인도 있지만 환경오염으로 인한 어업환경 악화와 어장 황폐화도 원인이다. 정부가 해양쓰레기나 해양폐기물 해양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많이 부족하다. 최근 플라스틱 재질의 일회용품이 바다로 흘러가는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한 법률도 시행 중이지만 효과는 미진하다. 지속가능한 수산업 발전을 위해 바다환경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정연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