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박사의 '청년실업 극복, 독일에서 배운다'│④ 이원화 대학, 최고취업률·최고임금 자랑

교육 질 높이려 대학과정에 이원화 도입

2018-10-01 11:01:32 게재

강의실에서 3개월, 기업에서 3개월, 이론·훈련 병행

실업계 교육이 발달된 독일의 경우, 대학교육도 직업과 높은 연계성을 자랑한다. 한국의 전문대학에 해당되며 우리에게 마이스터학교(Meisterschule)로 알려져 있는 각종 전문학교(Fachschule)를 비롯해 일반 대학과정에서는 전체 대학생 30%를 수용하고 있는 산업대학교(fachhochschule)가 대학교육의 직업연계성을 담보한다. 여기에 최근 독보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이원화대학이 있다.

이원화대학은 지난 1972년 다임러벤츠사가 주도해 설립했다. 대학의 교육과정에 이원화 교육 훈련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이 프로젝트는 대표적인 교육혁신 프로젝트로 통한다. 이 대학의 교육과정은 방학 없이 3년간 대학 강의실의 이론교육과 기업의 훈련을 3개월 단위로 반복한다.


독일에서도 높은 교육열로 몸살을 앓은 경험이 있다. 2차 대전의 전후 복구가 마무리 되는 1960년대 독일에 교육열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대학입학시험(Abitur)에 합격한 학생과 대졸자가 급증했다. 독일에 고등실업자 시대가 도래하는 것 아닌가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기업들은 높은 대학교육열이 대학교육의 질을 저하시켜 대졸자가 기업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사회에 진출하는 게 아닌가 걱정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다임러벤츠사가 나섰다. 다임러벤츠는 대학교육의 실용성과 효율성을 혁신적으로 향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1971년 바덴뷰템베르그 주 내각 문화부에 대입시험합격자를 대상으로 이원화된 대학교육과정을 개설할 것을 제안했다.

지멘스 세드리크 나이케(1973년생) 부회장은 지멘스에서 이원화 양성훈련을 받은 직업학교(실업계 고등학교)출신 경영자이다. 출처 www.siemens.com

대학입시 합격자에게 이원화 교육 = 이러한 제안이 받아 들여져 1974년 10월 1일 바덴뷰템베르그주의 슈튜트가르트와 만하임에 직업아카데미가 시범적으로 운영됐다. 전체 163명의 학생들이 제조 및 엔지니어링 분야 43개 훈련과 훈련계약을 체결하고 기업의 추천을 받아 직업아카데미에 등록했다. 이후 1982년 주정부는 '바덴뷰템베르그주 직업아카데미에 관한 법'을 제정하여 직업아카데미를 정규 대학교육기관으로 인정했다. 그리고 2006년 바덴뷰템베르그주에 기민당-자민당 연합정부가 들어서면서 연정합의에 의거해 2009년 3월 1일 바덴뷰템베르그 직업아카데미는 바덴뷰템베르그 이원화대학(DHBW)으로 정규대학의 자격을 갖추게 됐다.

◆학생수 163명에서 출발해 현재 3만4천명 = 1974년 163명으로 출발한 학교는 이후 학생수가 급격히 증가해 현재 학생수가 3만4000명에 달한다. 그리고 2015년까지 15만1000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다. 2017년 현재 이원화대학의 학생들에게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은 독일 전역에 9000여개에 달한다. 이원화대학은 20개 전공분야, 100여개 학과에 이원화 교육을 제공한다. 수업은 일반적으로 30명 이하 소규모 학급단위로 이뤄진다. 집중적인 교과운영으로 1년 이수학점이 60학점인 일반대학과 달리 1년에 70학점을 취득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7학기에 걸쳐 진행되는 독일의 학사과정이 6학기에 종료된다.


3년 간의 학업이 종료되면 졸업생은 문학사, 공학사 또는 이학사 학위가 수여된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석사과정에 등록할 수 있고 석사과정은 일반적으로 직장생활과 병행된다.

◆대입 수학 최고 득점자군이 모여들어 = 학생들에게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을 이원화 파트너라고 하는데 이들은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재학기간 3년 동안 직업훈련 계약을 체결한다. 이를 통해 이원화 파트너는 스스로 이원화대학 신입생의 선발에 참여하게 된다. 달리 표현하면 이원화대학의 신입생은 기업이 직업훈련계약을 체결한 신입사원 후보다. 기업은 신입사원 후보를 이원화 대학 입학하도록 하고 이들에게 3년간 사내훈련을 제공해 3년이라는 길지 않은 기간에 기업 맞춤형 대졸직원을 양성할 수 있다. 이 대학의 경우 전체 교수진 중 전일제 정규교수의 수는 650명이고 파트너 기업출신의 교수진이 6500명이다.

전 포르쉐 이사회 부회장, 현 폭스바겐 인사담당 이사 토마스 에디히(1961년생)는 대표적인 바덴뷰템베르그 이원화대학 출신 경영자이다. 출처 www.automobil-industrie.vogel.de

튜빙엔대학은 한 연구보고서에서 "바덴뷰템베르그 이원화대학은 종합대학, 산업대학과 비교해 대학입시 고득점자군, 그 중 수학 최고 득점자군이 가장 많이 지원한다"고 보고한다.

◆최고 임금과 최고 취업률 = 이원화대학은 고등교육기관 중 최고의 취업률을 보장하는 대학이다. 훈련기업은 자사에서 훈련을 마친 학생들을 85%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학업이 끝나기 전에 기업과 정규노동계약을 맺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기업은 일반대학의 교육과정과 비교해 대학의 이원화 교육과정에 더 큰 만족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독일금속노동조합은 조사한 자동차, 전기전자, IT, 기계제조, 철강, 통신 분야의 전형적인 대졸 신입사원 월급수준을 비교한 바 있다.

그 결과 일반대학 졸업자, 산업대학 졸업자, 이원화대학 졸업자 중 경상계열에서 이원화대학 학사졸업자의 연봉이 4만7932유로에 달해 소득 중앙치에서 가장 높았다. 산업대학과 일반대학은 그 뒤에 쳐졌다. 공대 및 자연과학계열에서도 이원화 대학이 연봉 4만4200 유로로 일반대학을 제쳤다. 이원화대학 졸업자의 소득수준은 학사졸업자뿐 아니라 석사졸업자의 경우도 높은 수준을 기록한다.

이러한 성과들이 이제 독일 대학과정 이원화에 부흥기를 열었다. 현재 독일 전역에서 대학과정에 이원화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수는 10만 명이 넘어서고 있다. 독일에서는 대학과정에서도 이원화 교육에서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정미경 박사는

현재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이며 단국대 초빙교수로 있다.

독일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고 동 대학에서 강의했다.

독일의 직업훈련제도, 한국과 독일 인적자본투자의 경제적인 효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