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박사의 '청년실업 극복, 독일에서 배운다'│⑤ 일반 대학교육의 직업 연계성

실습증명서 없이는 대졸자도 취업 어려워

2018-10-08 11:23:04 게재

방학 활용해 3개월간, 1~6회 실습경력 축적 … 학업·취업에 높은 자발성 요구

초등학교 4학년 늦으면 6학년, 독일의 어린이들은 인문학교에 갈 것인지 아니면 실업계 중학교에 갈 것인지를 진로를 정한다. 그 판단은 초등학교 4년간 담임을 하면서 학생의 성장과 발전을 관찰한 선생님이 제안하고 부모와 면담을 한 후 결정한다.

학생의 희망도 주요한 변수가 된다. 부모는 대체로 선생님의 의견을 존중한다. 물론 이렇게 초등학교 과정에서 진로를 정했다고 하더라도 중학교과정 또 고등학교과정에서 실업계에서 인문계로 또 인문계에서 실업계로 진로를 바꾸는 것이 가능하다. 다만 인문학교로 진로를 바꾸려면 거기에 맞춰 정해진 교과를 추가로 학습해야 하고 실업계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 거기에 필요한 실습 및 직업탐색활동을 보완해야 한다.

한 IT기업의 트레이니 훈련과정. 훈련기간 동안 훈련생을 여러 부서를 돌며 회사 전체의 업무 흐름을 파악한다. 출처 www.handelsblatt.com


인문학교 11학년에 직업체험

인문계학교는 10학년이나 11학년에 과정 종료 후 실습을 실시한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과 직업의 진로를 정하고 대학입학시험(Abitur)을 본다. 그리고 대학입학시험에 합격을 하면 대학에 진학하는데 일부의 학생들은 입학시험에 합격한 후 바로 진학하지 않고 직업훈련을 수행하여 대학입학 전에 직업자격을 획득하기도 한다.

다수의 학생들은 대학시험에 합격하면 바로 진학을 한다. 학과에 따라서 대학입학시험성적이 높아야 진학할 수 있는 학과들도 있고 그러한 조건이 존재하지 않는 학과들도 있다.

대학 재학 중에 전공을 바꿀 수도 있고 대학간 전학이 가능해 다니는 학교를 바꿀 수도 있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의 대학 간 랭킹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어느 대학에는 어느 학과가 권위가 있다라는 대학별 중점 학과가 존재한다.

자발적으로 실습활동

실업계 고등학교나 고등교육이 필요한 수준의 직업능력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실업계열 대학과 달리 일반대학 학생들은 실습이나 직업훈련 의무가 없다. 그러나 학생들은 방학을 활용해 자발적으로 실습에 참여한다. 또 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지만 법외훈련에 참여해 교육과 직업연관성을 스스로 구축한다.

실습은 일반적으로 방학을 활용해 약 3개월 간 이뤄진다. 학생들은 최소 한번 이상 많게는 여섯 번까지 실습경력을 축적한다. 실습을 통해 학생들은 대학에서 학습한 이론을 현장에 적용해보고 본인의 취업하고자 하는 분야의 직무를 체험한다. 한국의 교생실습과 같이 교과과정에 따라 의무적으로 실습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는 경우에도 재학기간 중 실습이 광범하게 실시된다. 기업은 구직자가 당 업종에 실습한 경험이 없는 경우 해당 분야에 관심, 동기, 경험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 실제로 실습은 취업의 전제조건이다.

업무능력을 증빙하는 실습증명서

기업의 입장에서 실습은 단기간의 구인절차를 통해 파악하기 어려운 구직자의 잠재역량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기업은 학생이 당 기업에서 실습을 마치면 실습활동의 질적인 측면을 평가하는 증명서를 발급한다. 이 실습증명서는 직무와 관련된 학생의 특성을 평가한다. 실습생의 성격, 일에 대한 동기, 태도, 가치관이 평가된다. 또 업무를 가르치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실습생의 능력-전략적 사고능력, 문제해결 능력, 고객지향성, 대인관계능력과 소질을 파악한다.

졸업 후 구직을 할 때 이러한 실습증명서는 성적증명서와 함께 중요한 서류가 된다. 기업은 대학생들에게 방학기간 동안 단기실습을 제공하면서 임금비용에 대한 부담이나 고용의무에 얽매이지 않고 젊고 유능한 인재를 조기에 찾아낸다. 훌륭한 구인수단이다. 따라서 기업은 실습을 제공하면서 업무의 적임자를 발견하면 실습이 끝난 후 학생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해 기업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를 시도하고 졸업을 하면 자신의 기업에 취업하도록 이끈다.

기업과 가계약 체결하고 훈련실시

실습경력을 축적하고 학업을 종료한 사회초년생들은 일부 바로 구직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자발적으로 직업훈련을 받는다. 기업에 한시적으로 고용되어 볼론타리아트 즉 견습생이나 트레이니 즉 훈련생으로 일한다. 이러한 직업훈련은 실습에 더해 직업전문성을 축적하는 과정으로 대졸 전문직 관리직 노동시장에 일반화되어 있다.

훈련은 신규채용을 위해 신입사원 후보자를 선발한 후 이들과 기간제 고용관계를 맺고 실시된다. 실업계 고등학교과정의 직업훈련과 달리 교육 및 훈련의 내용, 기간, 방법 등이 법으로 정해지지 않아 구직자가 훈련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 그 내용과 방법을 사측과 협상해 계약서에 명시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언론, 광고, 출판 분야에서는 볼론타리아트라는 견습생 양성훈련을 실시하고 견습기간은 12개월에서 24개월에 달한다. 트레이니 프로그램은 경제학과, 경영학과, 공대, 전산정보학과 졸업생이 전문직이나 관리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직업전문성을 양성하는 훈련이다. 트레이니 프로그램은 12개월에서 18개월에 달한다.

이러한 훈련에서는 업무과제가 부여되고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그에 대한 책임이 부여된다. 그리고 훈련생으로 월급이 지급된다. 견습이나 트레이니 계약은 노동자와 사용자가 체결하는 자발적인 특수노동계약이다. 따라서 견습 또는 훈련의 시작과 종료, 기간, 월급, 계약기간, 휴가, 훈련프로그램, 견습증명서나 훈련증명서 발급 등이 구체적으로 계약에 명시된다. 이 계약과정에서 학생이 자신이 요구를 어떻게 얼마나 관철하는지도 업무능력으로 평가되곤 한다. 일방적인 양보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대졸 신입사원 후보자 직무훈련

견습생이나 트레이니를 고용해 양성훈련을 실시하지 않는 기업 중에 다수는 직무훈련을 실시한다. 대졸 신입사원 후보자 직무훈련은 기업에 정식으로 고용된 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신입사원교육과 달리 신규채용을 위해 신입사원 후보자를 선발 한 후, 선발된 예비사원에게 제공된다. 따라서 직무훈련은 한시적 고용의 상태에서 실시되며 해당 훈련생을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되지 않는다.

물론 기업이 신입사원 후보자를 선발하고 교육과 훈련을 제공하는 목적은 필요한 직무에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것이다. 기업은 직무훈련을 통해서 신입사원 후보가 해당 직무에 적합한지 판단하다. 그리고 해당 직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될 경우 조기에 훈련을 종료할 수 있다. 그리고 직무능력이 확인되면 훈련이 종료된 후 정식고용계약을 체결한다. 직무훈련을 통해 신입사원 후보자는 기업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고 기업의 문화를 체득하고 필요한 업무능력을 익힌다.

일반대학의 학생들이 수행하는 이러한 실습과 훈련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실업계 고등학교인 직업학교의 이원화제도 또는 이원화 대학과정 하에서 실시되는 훈련에 비해 그 성과도 작고 유의성도 낮다. 국가는 대학생들에게 학업을 거의 무상으로 제공하지만 다른 한편 이들에게 학업과 취업에서 높은 자발성을 요구한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여 학생들은 알아서 학업과 취업의 길을 찾는다. 그리고 그 결과 대졸자의 실업률은 실업계 고졸자, 이원화 직업교육생의 실업률과 비교될 정도로 낮다.

정미경 박사는

현재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이며 단국대 초빙교수로 있다.

독일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하고 동 대학에서 강의했다.

독일의 직업훈련제도, 한국과 독일 인적자본투자의 경제적인 효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