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국인' 한국 자연·역사에 빠졌다

2018-10-24 11:11:04 게재

서울관광재단-강북구 '관광협업' 시동

도심에 집중된 관광객 분산효과 기대

"10년간 한국에 살았는데 역사에 관심을 갖기는 처음이에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내년에는 친구들과 함께 초대길을 걷고 싶어요."

북한산 정상에서 생일잔치를 했을 정도로 산을 좋아한다는 간지나 레지나(고려대 4학년)씨.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살다가 부모를 따라 10년 전부터 서울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최근 북한산과 한국 역사라는 새로운 매력에 눈을 떴다. 레지나씨는 "지식과 영혼을 채운 느낌"이라며 "인스타그램에 먼저 올리고 방학때 고향 친구와 친척들에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관광재단과 강북구가 서울 사는 외국인들을 초청, 북한산역사문화관광벨트 매력을 세계에 알리도록 관광협업에 시동을 걸었다. 이재성 재단 대표이사와 박겸수 강북구청장이 근현대사기념관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무궁화 태극기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 강북구 제공


서울관광재단과 강북구가 관광 협업에 시동을 걸어 결과가 주목된다. 24일 서울관광재단과 강북구에 따르면 두 기관은 '글로벌 서울 메이트' 50명을 초청해 지난 17일과 19일 두차례에 걸쳐 강북구 주요 명소를 답사했다. 관광객들에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관광자원을 소개, 강북지역 관광 활성화를 꾀하는 동시에 서울 매력도를 높인다는 취지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서울의 매력을 글과 사진 영상에 담아 공식 누리집과 개인 사회적관계망을 통해 확산시키는 글로벌 서울 메이트를 운영 중이다. 관광분야 외국인 홍보사절단인 셈이다.

강북구가 선정한 지역 대표명소는 동학농민운동부터 4.19혁명까지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를 고스란히 품은 수유동 근현대사기념관을 비롯해 대한민국 정통성 확립에 기여한 개척자 묘역을 이은 북한산자락 초대길 등 5곳. 4.19혁명 영령들이 잠든 민주묘지, 외국인 수행자 도량으로도 이름난 화계사, 옛 놀이공원을 자연과 문화시설이 어우러진 공원으로 재단장한 북서울꿈의숲이 포함됐다.

근현대사기념관에서 무궁화와 태극기 만들기 체험과 함께 격동기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눈높이 공부를 마친 뒤 북한산 둘레길과 연결된 초대길을 걸었다. 신익희·신하균 선생과 이 준 열사 묘역에서는 특히 신익희 선생이 5만원권 주인공인 신사임당 후손이고 초대 부통령 이시영 선생네 6형제 모두가 독립운동가라는 문화관광해설사 설명이 홍보사절단 관심을 끌었다. 강북구는 올해 들어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해설사를 별도 채용, 3명 이상 신청자가 무료로 해설을 들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립4.19민주묘지와 화계사 북서울꿈의숲을 잇는 탐방 소감은 서울관광 공식 누리집과 답사 참가자 개인 사회적관계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참여자들은 "특색있는 장소마다 제각각 역사가 깃들어있어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며 "색다른 관광명소가 외국인들에 잘 홍보되지 않아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강북구는 외국인 홍보사절단이 맛본 관광자원에 더해 내년까지 우이동에 가족캠핑장을 조성해 1박 2일 '머무르는 관광'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우이동계곡 2.3㎞에 이르는 9곡 복원과 진달래 어울림 숲 복원과 생태놀이터 공동체정원 자연학습장을 조성, 내외국인들에 사랑받는 명소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구상도 있다. 박겸수 강북구청장은 "뛰어난 지역 자원을 세계인들에 알릴 수 있게 돼 기쁘다"며 "근현대사기념관 4.19혁명국민문화제 등 그간 노력으로 이룬 성과를 지구촌 곳곳에 알려 역사문화관광도시 강북구 위상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서울관광재단은 강북구를 필두로 서울 자치구와 협업을 확대, 서울의 매력을 지속 발굴할 예정이다. 종로구와 중구 마포구 등 도심에 쏠리는 이른바 '과잉관광'을 분산시키는 효과는 덤이다. 이재성 대표이사는 "서울 구석구석 숨은 명소들을 발굴·홍보해 이미 잘 알려진 관광명소 뿐 아니라 다양한 서울의 관광자원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25개 자치구와 협력사업을 지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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