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권세중(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장)

P4G 정상회의의 의미와 과제

2018-10-25 10:44:58 게재

인류는 행복한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 엄중한 도전에 처해 있다. 화석연료에 기초한 인류 문명의 발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으로 인한 생태계의 역습이 서서히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9일부터 20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녹색성장과 2030 글로벌 목표를 위한 연대(P4G)' 제1차 정상회의는 기후변화 등 국제사회의 도전과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행동지향적인 민관협력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P4G는 우리의 녹색성장 동맹국인 덴마크가 주도해 출범한 9개 중견국 및 개도국들 연합체로서 녹색성장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 발전을 도모하는 글로벌 가치 연대이다.

52개 국가에서 600여명의 각계 대표들이 참가한 가운데 정상급 인사들이 뜻을 모은 코펜하겐 행동선언은 글로벌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민관협력을 발전, 확대하기로 했다. 이 선언은 물, 에너지, 순환경제, 도시, 농업과 식량의 5개 분야에서 시장 기반 해결방안을 확산시킬 것을 다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녹색성장 발전 위한 기틀 마련

이번 제1차 P4G 정상회의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첫째로 우리나라가 10년 전에 채택한 녹색성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가는 중요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과거 정부에서 성안되어 추진되었어도 좋은 정책은 계승한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녹색성장 전략은 일자리 창출과 환경보호를 통해 현세대와 미래세대의 관심과 이익을 아우르고 있으며, 이는 이번 정부가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고 있다. 녹색성장 동맹국인 덴마크는 2011년에 P4G의 전신인 글로벌녹색성장포럼(3GF)을 개최했고, 우리나라는 한 해 앞선 2010년에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를 창립하고 2012년에 국제기구로 전환시키면서 제1차 글로벌녹색성장정상회의(GGGS)를 개최했다.

한국과 덴마크 양국은 글로벌 녹색성장 확산의 두 축을 이루면서 상호간 지원을 통해 가치 연대를 공고히 했다. 덴마크는 이번 정상회의 준비 과정에서 우리 정상의 참석을 위해 일정을 조정하고, 대규모 한국 대표단이 참석할 수 있도록 각별한 배려를 해 주었다.

둘째로 우리 정부의 핵심 기조라 할 수 있는 포용정책에 대한 의지의 천명과 국제사회의 인정이다. 국제사회는 빈곤국에서 중견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20일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포용국가, 포용성장이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가치임을 상기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후환경변화 대응을 위한 세 가지의 포용정신에 대해 언급하였다. 세 가지는 다름 아닌 국경과 분야를 넘는 포용과 아시아의 포용, 성공사례의 공유와 포용이다. 특히 아시아는 중국과 인도, 아세안의 포용,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지속가능 발전의 맥락에서 북한의 포용이 핵심이다.

셋째는 P4G가 추구하는 효과적인 민관협력(PPP)의 플랫폼을 통해 기업과 시민사회의 동참을 이끌어내고 실질적인 해결과 행동을 위한 연대의 저변을 넓혔다. 이번 정상회의 계기 수자원공사, 에너지기술평가원, 토지주택공사, SK텔레콤, 코오롱에코원 등 다양한 분야 대표들이 발제, 토론에 참여하고 파트너십을 구축하였다.

P4G의 이러한 특성은 혁신적인 우리 친환경 기업들이 민관협력의 틀을 통해 개도국과 협력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주도 국제기구 GGGI

우리나라의 향후 글로벌 녹색성장 전략 추진을 위해서는 P4G와 함께 연대의 축을 이루고 있는 GGGI에 대한 지원과 협력이 중요하다. 한국에 소재한 GGGI는 우리나라가 덴마크, 호주와 함께 주도적으로 설립한 국제기구로 28개 회원국을 가진 국제기구로 성장했다. GGGI는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해 정책 수립 및 재원 조성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번 유럽 순방 중에 문 대통령은 프랑스, 이태리, EU와 정상회담에서 이들의 GGGI 참여를 요청하였다. EU는 GGGI 가입을 위한 실무적인 절차를 마무리한 상황이다. P4G를 통한 민관 협력과 GGGI를 통한 개도국 정책·전략 이행, 그리고 녹색기후기금(GCF)을 통한 재원 조달 등 한국 소재의 국제기구와 P4G간의 협력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