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포커스 - 특별재판부 도입 논란

사법농단해놓고 '수사방해'에 '셀프 재판'?

2018-10-26 11:29:04 게재

사법부 '불신' 확산, 여야 4당·시민단체 가세 … 한국당 '나홀로' 반대

특별재판부 도입 여론은 사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재판거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이후 사법부는 압수수색영장, 구속영장을 연이어 기각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가능성이 높은 7개의 재판부 중 5개엔 사법농단에 참여한 판사들이 포진돼 '셀프 재판' 가능성도 높아졌다.

◆특별재판부가 필요한 이유 = 25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 3당(바른미래당, 민주통합당, 정의당)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특별재판부 도입 이유는 사법부의 조직적인 △수사방해 △근거없는 비난 △셀프재판에 따른 공정성 문제 △늦어지는 수사와 재판 등을 꼽았다.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도 힘을 실어줬다. 특별재판부 도입 법안(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을 제출한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대법원이 발간한 사법연감을 분석해 올 7월20일이후 10월 4일까지 22건의 사법농단사건 연루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에 대해 일부기각(16건, 72.7%), 기각 (6건, 27.3%)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일반사건 영장발부율은 90%다. 박 의원은 또 "사법농단 사건들이 배당될 가능성이 높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합의부 7곳 중 5곳이 사법농단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거나 과거 대법원 자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대상이었던 사람이 부장판사로 있는 곳"이라고 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각종 여론에서도 사법농단 재판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은 만큼 특별재판부 도입에 힘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동안 제대로 견제받지 않았던 사법부가 고삐풀린 상황에서 입법부가 아니면 바로잡기 어렵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조심스런 반대 목소리 = 기존의 사법시스템과 별도로 '특별한' 재판부를 두는 데에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장 앞세워지는 게 위헌 가능성이다. 입법부가 사법부의 재판사무분담에 간여하는 게 삼권분립을 규정된 헌법에 위배된다는 논리다. 이 부분은 자유한국당과 일부 학계에서 제기되는 부분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언급되는 것은 '나쁜 선례'와 '정권에 의한 활용 가능성'이다. 국정조사, 특검 등과 함께 권력형비리나 의혹에 특별재판부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잦아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또 기존의 특별재판부에 대해 정권 교체 이후 인정하지 않거나 그런 분위기로 몰아갈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 또한 묻어 나온다. 새로운 제도도입을 위해서는 향후 일어날 상황까지 고려한 장기적 관점에서 짚어봐야 한다는 얘기다. 특별재판부 대신 국정조사가 더 현실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주민 법' 내용은 = 박주민 의원은 위헌 가능성 제기에 "법안을 읽어보라"고 대응했다. 박 의원이 내놓은 법안엔 모두 56인이 참여했다. 재판부는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에서 두배수로 판사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3명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개인이나 법인도 특별영장전담법관 후보자나 특별재판부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 수사단계에서 압수수색 등을 위해 청구한 영장을 심사하는 특별영장전담법관 임명방안도 들어가 있다. 재판은 1심 3개월이내, 2심 3개월 이내로 규정해놨다.

특별재판부 도입이 가능할까. 자유한국당까지 버티면 불가능하다. 여론의 압박이 만만치 않고 사법농단사건의 불공정성 등에 대한 책임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협상의 여지가 적지 않아 보인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고용세습 국정조사에 대해 수용의사가 어느정도 있는 만큼 자유한국당과 협상카드로 특별재판부 도입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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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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