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에너지전환정책 시즌2 준비해야

2018-10-31 09:35:26 게재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 전주대 교수

요즘 정치권에서 에너지전환이 정책적 본질을 벗어나 단순한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다. 각국의 에너지통계가 에너지전환이 이미 시대적 흐름임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기에 더욱더 그렇다.

우리의 답답한 상황과 달리 유럽의 경우 덴마크는 2030년에, 스웨덴은 2040년에 100% 재생에너지 발전국가가 될 예정이다. 독일 또한 205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공급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미 74개 이상의 지자체가 재생에너지로 100% 에너지자립을 이룬 상태다. 트럼프 정부하의 미국에서조차 캘리포니아주가 최근 2045년까지 100% 청정에너지로 전기를 충당하는 법을 확정했다. 여기에다 재생에너지 단가 또한 2020년 이후에는 원전 단가보다 낮아질 정도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어 에너지전환의 세계적인 확산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부의 명확한 정책 시그널이 중요

이러한 변화로 인해 전통적인 전력공급회사들도 기존의 화력발전을 포기하고 경영전략을 에너지전환으로 빠르게 바꿔가고 있다. 실례로 얼마 전 에너지전환포럼과 에너지경제연구원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던 유럽의 두 거대 발전회사의 경우를 보자. 우선 독일 4대 독과점 전력회사 중 하나인 바덴뷔르템베르크 전력회사(EnBW)는 2020년까지 기존의 화석연료 전력 판매수익을 80% 줄이고 대신 재생에너지로부터의 수익을 250% 증대하는 새로운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덴마크 최대의 발전회사인 동에너지(DONG Energy)는 그동안의 석유와 가스 사업을 정리하고 풍력 중심의 자연에너지 발전으로 전략을 바꾸면서 회사 이름도 아예 외르스테드(Ørsted)로 변경했다. 이 두 회사는 급변하는 에너지시장에서 전력회사가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경영전략은 이제 에너지전환에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처럼 전통적인 대형 전력회사마저 에너지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배경이 무엇일까. 가장 핵심적인 요인으로 정부의 분명하고 선도적인 에너지전환 목표 설정과 이를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이미 30여 년 전에 2005년까지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25% 감축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수립하고 탈탄소 에너지전환의 구체적인 목표치와 로드맵을 체계적으로 작성했다. 그리고 이때 도입된 재생에너지법과 발전차액지원제도(FIT), 생태적 세제개혁 등은 독일의 에너지혁명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정부의 강력한 목표 설정과 과감한 정책 도입은 에너지시장에 분명한 변화의 신호를 보냈으며, 이로 인해 시장의 이익 구조도 재생가능에너지와 효율혁명의 방향으로 급격히 바뀌어나갔다.

에너지전환은 단순한 에너지원의 교체가 아니라 산업시스템과 사회구조가 통째로 바뀌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시작단계부터 사회 구성원에게 다가올 변화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는 노력이 중요하다. 즉 에너지전환이 왜 필요한지, 그 효과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변화의 과정에서 무엇을 감내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고 공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처럼 에너지전환에는 인내와 소통의 리더십, 그리고 치밀한 전략과 대안을 찾는 연구까지 정부의 지난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에너지전환은 산업시스템과 사회구조의 변화

현재 한국의 에너지전환은 주민 주도로 에너지자립마을이 확산된 독일과 달리 정부의 정책결정과 비즈니스 차원의 시장진출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민과 기득권층의 저항이 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에너지전환에 참여할 당사자들이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 체계와 기존 사업자와의 윈윈전략을 구축하는 데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앞서 언급한 독일 EnBW의 에너지전환 결정에는 기업의 이익구조 변화뿐 아니라 더 궁극적으로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과 시민의 높은 환경의식이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에너지전환정책이 2년째로 접어든 지금 정부는 그간의 시행착오와 부족했던 점에 대한 총체적인 분석을 토대로 더욱 미래지향적인 목표와 체계적인 전략 그리고 현명한 제도적 틀을 포함한 ‘에너지전환정책 시즌2’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잘 준비된 정책이 있을 때 시장과 사회구성원도 변화의 길로 더 빠르게 들어서게 된다.

임성진 에너지전환포럼 공동대표 전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