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낡은 공원을 실내외 통합놀이터로

2018-11-06 10:48:09 게재

아이들 미세먼지·추위 걱정없이 뛰놀수 있게

장애아동·부모 고려, 놀이기구·시설 배치

동네마다 하나씩 특색있는 창의놀이터 계획

서울 양천구가 어린이들이 미세먼지나 눈·비에도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마련했다. 신정6동 양천근린공원 내 낡은 시설을 바꿔 실내·외가 연결되는 통합놀이터를 구상, 더 눈길을 끈다. 지난달 실내놀이터 '키지트'를 개관하면서 완성됐다.

지난 5월 '콩쾅쿵쾅 꿈마루 놀이터'가 먼저 선을 보였다. 설치한지 24년이 지나 공원경관을 해친다며 주민들이 개선을 요구한 대형 야외무대를 활용했다. 구조안전진단을 거쳐 아이들 놀이공간으로 재구성했다. 기존 철제 구조물은 우주선, 무대 경사면은 미끄럼틀로 변신했다. 모래 놀이터에는 물놀이 시설을 비롯해 바구니 그네, 회전놀이시설이 들어섰다. 소리가 울리는 파이프, 착시효과를 주는 회전판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놀이요소도 더했다.

김수영 양천구청장과 주민들이 국내 첫 실내외 통합놀이터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양천구 제공


야외무대 창고처럼 사용하던 지하공간은 지난달 실내놀이터로 꾸몄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 눈이나 비 등 급작스럽게 날씨가 바뀔 때도 뛰어놀 수 있도록 조성, 아이들(kids)의 근거지(agit)라 해서 키지트(kigit)라 이름 붙였다. 숨바꼭질을 하거나 아기자기한 놀잇감을 활용해 노는 등 야외놀이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정적인 공간으로 기획한 게 특징이다. 0~8세로 이용 연령을 제한하고 유아·아동 교육이 가능한 놀이활동가 2명을 상시 배치해 안전관리와 함께 미세먼지 등 환경교육이나 공원에서 볼 수 있는 자연환경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어린이들이 이용하는 시설 대표와 인근 주민들이 놀이터 기획 단계부터 주민운영협의체를 꾸려 참여했다. 놀이기구 중심인 일반 놀이터와 달리 물과 모래 흙 풀 나무 등 자연 요소를 그대로 활용하자는 의견을 그대로 반영했다. 이형우 공원팀장은 "일반적으로 놀이터는 1년 중 7개월만 활용 가능한데 4계절 특히 겨울에도 이용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며 "기후변화나 층간소음 걱정 없이 뛰놀 수 있더"고 설명했다.

특히 주민들은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어우러져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원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 휠체어 진입이 가능한 회전놀이 시설, 장애아와 부모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바구니 그네 등이 그렇게 배치됐다. 장애 전문가가 주민협의체에 참여, 의견을 주었다. 복지관 프로그램과 연결해 장애아동이 놀이시설을 단체로 이용하는 과정도 처음부터 염두에 두었다.

아이와 보호자까지 최대 40명이 한번에 이용할 수 있는 키지트는 개관하자마자 아이들로 가득 찼다. 오전 10시와 오후 1시, 3시 30분부터 2시간씩 문을 열고 그 사이 30분에서 1시간은 정리정돈과 환기를 하는데 주말이면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다. 첫 주말에만 200명이 몰렸다. 두 딸과 함께 놀이터를 찾은 박근혜(41·신정동)씨는 "아이들이 집보다 바깥활동을 좋아해 종종 방문하는데 안팎에서 뛰어놀 수 있어 공간 활용이 효율적"이라고 평했다.

양천구청 직장어린이집 아이들은 1주일에 두세번은 키지트를 찾는다. 주민협의체로 참여했던 임선주 원장이 적극 활용 중이다. 임 원장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소리 지르면서 뛰어놀 수 있고 놀이기구를 최소화했고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보서리 보호대같은 안전장치를 강화했다"며 "키즈카페가 아니라 야외놀이터가 실내로 들어온 느낌"이라며 설명했다. 그는 "아이들은 놀이기구보다 모래놀이나 운동장에서 마냥 뛰는 걸 선호한다"며 "또래 아이들과 창의적인 놀이를 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놀이터 인근에는 영유아와 보호자만을 위한 베이비존을 조성했다. 자전거도 오토바이도 퀵보드도 애완견도 출입금지. 흙과 나무토막으로 노는 아이를 보호자가 지켜보면서 쉴 수 있도록 꾸며 '아이 놀이가 아빠의 쉼이 되는 공간'이라는 작명도 했다. 당초 진입 금지에 반대하던 주민들도 이제는 '우리 동네에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 양천구는 양천근린공원 외에도 동네별로 특성을 반영한 창의놀이터를 한곳 이상씩 확보할 계획이다. 2022년이면 15개로 늘어난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큰 시설물을 설치하는게 아니라 예산부담도 적다"며 "영유아와 보호자가 함께 다양한 놀이를 하며 즐길 수 있눈 공간을 꾸준히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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