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종량세' 논의 다시 불붙는다

2018-11-09 11:18:18 게재

국산맥주 역차별 해소위해 세금 '양'에 부과 … 업계 "소비자 이익"

맥주에 붙는 세금을 현행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는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

현행 종가세가 수입맥주에만 유리하고 국산맥주에는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국회에서 개정안이 발의됐다.
종량세 촉구 캠페인 포스터

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 권성동(자유한국당 강릉)의원이 최근 주류세금체계를 개편하는 '주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세금을 가격에 따라 일정 비율로 부과하는 방식이 아니라 맥주 1리터당 835원을 동일하게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세법개정안은 수입맥주가 국산맥주보다 과세 산정방식이 유리하기 때문에 발의됐다.

주세는 과세표준에 세율을 곱해 산정한다. 세율은 국산맥주와 수입맥주 모두 72%로 동일하다. 하지만 과세표준에 차이가 있다. 국산맥주는 과세표준이 출고원가인 반면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다.

국산맥주 가격구조를 살펴보면 출고원가(제품원가 판매관리비 이윤)+주세(출고원가의 72%)+교육세(주세의 30%)+부가가치세(10%)를 합해 공장 출고가가 된다. 여기에 유통마진이 붙으면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가격이 된다.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관세포함)+주세(수입신고가의 72%)+교육세(주세의 30%)+부가가치세(10%)가 더해져 1차 가격이 결정된다. 이후 1차 가격에 수입맥주사의 이윤과 유통마진이 더해져 소비자가 구매하게 된다.

국산맥주는 출고원가에 이윤 및 판매관리비가 포함돼 있다. 이에 근거해 부과하는 주세 교육세 등이 비쌀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수입맥주는 수입신고가를 낮게 책정해 주세 교육세도 낮게 책정된다. 수입맥주가 국산맥주보다 세금을 덜 내는 구조다.

또 수입맥주는 수입사가 수입신고가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과세당국은 수입사가 '신고'하는 수입가격을 믿고 주세를 적용한다. 제품의 정확한 수입가격은 수입사와 수입맥주 생산업체만 안다.

수입맥주사는 여기에서 마케팅 꼼수를 부린다. 낮은 수입신고가 낮은 세금이 붙은 맥주에 높은 이윤을 더해 현지 가격보다 3~4배 비싸게 판매가격을 정한다. 하지만 '4캔에 1만원' 마케팅을 적용해 할인해 주는 방식으로 판매한다. 대폭 할인을 해 주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마케팅이다.

이같은 현실 때문에 국내에는 400여종의 수입맥주가 유통되고 있고 수입물량도 대폭 늘었다. 2010년 4만8713톤이던 수입맥주는 지난해 33만1211톤이 수입됐다. 판매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12년까지 이마트 국산맥주 매출 비중은 74.9%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50% 이하로 떨어졌다. 편의점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종량세로 전환되면 대형 수입사에게 국내 투자를 적극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형 수입사들은 수입맥주를 국내에서 생산·판매하게 하면 물류비 등이 절감돼 이득이라는 설명이다.

정부가 종량세 도입을 결정하기까지 가장 큰 난제는 소비자 설득이다. 올해 7월 기획재정부도 종량세를 검토했지만, 소비자 반발에 한발 물러섰다. 수입맥주 '4캔에 1만원' 행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종량세가 되더라도 4캔에 1만원 행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4캔에 1만원 행사를 주도해 온 일본 맥주를 비롯해 주요 수입맥주 세금이 오히려 내려가기 때문이다. 국산 수제맥주도 최대 50%까지 세금이 줄어든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국산맥주 500ml 캔도 약 220원 정도 가격이 싸진다. 생맥주는 220원 정도(500cc) 부담이 늘지만 현재 4000~5000원에 팔리고 있는 500cc 한잔을 기준으로 할 때 실제 소비자 가격 변동 폭은 2~4% 정도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소비되는 물량은 생맥주 대비 캔맥주가 약 2배 이상이라 소비자 혜택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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