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달콤한 호흡

'달집 하나를 얻던 날 다른 달집을 잃었다'

2018-11-30 11:22:25 게재
안명옥 지음 / 천년의시작 / 9000원

#달집 하나를 얻던 날 다른 달집을 잃었다/ 거꾸로 매달려 머리를 찢는 아이// 이미 있던 구멍은 쓸모가 없게 되었다/ 의사는 인정사정없이 수직으로 칼을 그었다 (중략) 구멍은 상처 끝에서 맺히는 열매처럼/ 울음을 길어 올렸다 ('울음 구멍을 가진 여자' 일부)

안명옥 시인이 새 시집 '달콤한 호흡'을 펴냈다. 시인은 시집에서 상처에 천착한다. 시 '울음 구멍을 가진 여자'에서 그는 통상 환희로 대표되는 출산의 순간마저 '불완전한 존재의 비극'으로 묘사한다.

해설을 쓴 이병철 시인(문학평론가)는 "이 시에서 여성의 출산은 축복이 아닌 저주이자 상처의 시작으로 묘사된다"면서 "불완전한 결핍과 한계를 품고 살아야 하는 여성의 몸을 시인은 '울음 구멍'이라고 표현했다"고 해석한다.

다행히 시인은 상처를 어루만지는 해답도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주산지'와 같은 시를 통해서다. 시 '주산지'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나무는 한번 자리를 정하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아/ 차라리 하얗게 말라 죽을지라도// 나무는 한번 사랑을 심으면 좀처럼 옮기지 않아/ 마음 둘 곳 찾으면 간절함으로 뿌리를 내려"

시인은 시 '담쟁이'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사랑을 말한다. "우리가 사랑을 나눌 때/ 네 속에 씨앗을 떨구었다/ 네가 아무리 밖으로 떠나봐라/ 네가 모르는 사이에 떨군 씨앗은/ 무성히 자라 올라 넝쿨이 되어서/ 벽을 넘을 것이다/ 네 몸을 칭칭 감을 것이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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