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재활병원 규모·예산 논란 확산

2018-12-19 11:34:48 게재

"대통령 공약인데 국비 20%만" 대전시 불만

광주·경남 "대전 실수 되풀이할라" 벌써 우려

문재인정부 핵심국정과제 중 하나인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사업이 시작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수요예측을 잘못해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병원 건립이 확정된 대전은 물론 2·3호 병원을 준비하고 있는 경남·호남권 지자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8일 복지부가 경남·호남권 지자체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2차 공모 사전설명회에서는 국비지원 규모와 병상 수 등에 대한 지자체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앞서 사업이 확정된 대전시에서 나타난 문제들을 보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설명회에 참가한 광주시 관계자는 "현실적인 건립비와 운영비 지원이 필요한데 지금의 복지부 계획대로라면 지자체가 책임을 떠안을 것이 뻔하다"며 "참가 지자체들이 똑같이 지적하는데 복지부는 확답을 못하고 노력하겠다는 입장만 내놨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지하주차장 설치, 수치료 시설 등 대전 병원 설계에서 빠진 것들까지 지자체 예산으로 마련하라고 해 부담이 커졌다"며 "국비 지원 규모는 그대로 두고 지자체 부담만 늘리라고 하면 설립 취지와는 달리 지자체의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광주시와 경남도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 2차 공모에 가장 적극적인 지자체다. 광주와 같은 권역인 전남은 공모에 형식적으로 참가했고, 경남과 같은 권역인 부산·울산은 불참했다. 이 때문에 광주와 경남이 2차 공모에 선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남은 김경수 지사의 선거공약이다. 1차 공모 때도 참여해 대전시와 경합했다. 광주시에서는 장애아동 부모들이 모임을 만들어 병원 건립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이처럼 이 사업에 적극적인 광주·경남이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것은 먼저 사업이 확정된 대전에서 같은 문제를 겪고 있어서다.

실제 처음 병원 건립 운동을 시작했고, 대전 유치 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사)토닥토닥은 대전에 짓고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이 당초 장애아 부모들이 원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병원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선 병상 규모가 문제다. 현재 설계된 병실 규모는 30병상이다. 대전과 충남·북을 포괄한 규모다. 하지만 이는 권역 병원을 포기한 규모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권호 우송대 사회복지아동학과 교수는 "복지부가 의료전달체계의 취약성 때문에 서비스를 포기하거나 미루고 있는 것"이라며 "그래서 실제로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책임져야 할 아이들을 완전히 배제하고 수요예측을 한 게 근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파악하지 못한 수요를 근거로 병상수를 늘릴 경우 예산낭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토닥토닥은 복지부가 처음부터 병원 규모를 축소하려 했다고 의심한다. 김동석 토닥토닥 이사장은 "복지부가 2016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반대했던 대한소아재활발달의학회에 수요예측을 위한 용역을 의뢰하는 등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사업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잘못 꿰어진 첫 단추부터 다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건립비용도 갈등의 원인이다. 대전 병원 건립비용 347억원 중 국비는 고작 78억원 뿐이다. 대통령 공약사업인데 국비와 지방비 부담 비율이 2대 8이 됐다. 이 때문에 대전시 내부에서도 "대통령 공약사업이라고 하기 창피하다"는 말이 나온다. 대전시 한 간부공무원은 "1호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유치했다고 요란만 떨었지 정작 정부는 국비 78억원을 주며 생색만 내고, 부담은 대전시가 오롯이 떠안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장애아 부모들은 아이와 부모의 기본적인 권리인 교육과 돌봄 기능이 빠져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한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이 문제를 함께 담보하는 병원을 권역별로 짓는 것이었다. 그러나 복지부가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김동석 이사장은 "도로·철도 등 토목사업에는 수조원을 쓰는 나라가 장애아동과 그 부모들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일에는 수십억원도 아까워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최소한의 권리를 지키려는 우리 이야기에 귀기울려 달라"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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