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가 청와대에 올린 '언론대응 보고서' 단독입수

언론보도·인터넷여론 '조작' 의혹

2011-09-22 13:18:00 게재

"기획특집으로 부정적 언론 이슈 차단" … "온라인 상 부정여론 댓글 대응"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경인운하(경인아라뱃길)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언론보도와 인터넷여론을 '조작'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자원공사는 이같은 내용을 청와대에 수시로 보고한 것으로 확인돼 청와대 묵인 아래 '여론조작'을 시도한 셈이 됐다. 이같은 사실은 수자원공사가 청와대에 보낸 '언론대응 보고서'에서 확인됐다. 내일신문은 이 보고서를 단독입수했다.

◆청와대 행정관에 수시보고 = 수자원공사는 지난 19일 청와대에 보낸 A4 용지 1장짜리 '국감관련 언론보도 대응실적' 보고서에서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낸 '경인아라뱃길 운영 적자' 국감자료에 대해 △설명자료 배포 △온라인 상 부정여론 댓글 대응을 했다고 보고했다. 온라인에 홍 의원이 낸 자료를 근거로 한 기사나 글이 올라오면 수자원공사측이 직접 댓글을 달아 부정여론이 확산되는 걸 차단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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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기획특집 추진을 통해 부정적 언론 이슈 차단 △신속한 온라인 대응으로 왜곡내용 해명이라는 내용의 부처 자체평가도 내렸다. 언론사들이 경인운하에 대해 우호적인 내용의 기획특집을 해주면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부정적 언론보도를 사전차단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21일 청와대에 보낸 A4용지 2장짜리 보고서에서도 수자원공사는 민주당 홍영표 의원과 민노당 강기갑 의원의 국감자료를 사전에 입수해 검토했다고 밝혔다. 언론에 배포되지도 않은 국감자료를 사전에 입수해 대응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또 △아라뱃길 관련 기획특집(물류 및 관광레저 등 생산유발 효과 기대) △아라뱃길 공사현장사진 △아라뱃길 마라톤대회 홍보 등 '국감 대비 일반 언론 대응활동'을 했다고 적시했다. 실제 최근 중앙일간지와 인천지역 지방지에는 경인운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와 전망을 내놓는 '기획기사'와 사진이 자주 실렸다. 일부 언론사는 수자원공사의 후원을 받아 대규모 마라톤대회를 추진하고 있다. 수억원대 예산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4대강사업과 경인운하사업을 하느라 13조4200억원(강기갑 의원 자료)이란 천문학적 부채를 지고 있는 수자원공사가 비판 보도를 막기 위해 막대한 혈세를 쓰고, 직원들을 동원해 인터넷여론까지 움직이려 한 게 사실로 확인될 경우 거센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이 전 과정을 청와대가 수시로 보고받았음에도 묵인했다는 점은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청와대와 협의 없었다" = 청와대와 수자원공사는 보고서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언론과 인터넷여론을 조작하려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언론사 주최 마라톤대회 후원 등) 이런 빌미로 해서 언론사에 작업하고 기사에 영향 미치고 이런 것은 정말 아니다"라며 "온라인상 글이 정확한 사실이 아닐 경우 홍보실 직원들이 댓글을 다는 경우는 있지만 사람을 고용하거나 조직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 보고와 관련, "(보고서) 자체나 기획특집 이런 부분은 청와대와 협의한 게 아니다"라며 "청와대에 나름 홍보활동을 자랑하고 싶어서 자료(보고서)가 나갔던 것이지, 협의하고 일하는 차원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감에서 의원이 얘기하니까 (수자원공사가) 자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내부방향을 정리한 것 같은데, 우리한테 보고할 필요가 없었다"며 "우리가 그런 걸 보내라고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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