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은 바이오 봐줬지만, 투자자 "피해 커"

2019-01-17 11:26:24 게재

10곳 회계기준 위반, 개선권고·시정조치 … 회계처리로 주가급등락, 투자자는 손실

"금융당국은 바이오 봐줬지만, 투자자 "피해 커"" 로 이어짐

차바이오텍은 2016년과 2017년 개발비 62억원과 42억원 등 104억원 가량을 자산으로 처리했는데, 나중에 금융감독원 조사를 거치면서 비용으로 바꾸는 정정공시를 했다.

금감원은 차바이오텍이 분류한 개발비의 경우 기술적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최종적으로 금감원의 조사결과를 받아들여 "회사의 과실로 인한 회계처리 오류"라고 결론내렸다.


하지만 소액투자자들은 고의에 의한 분식회계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2017년 보고서에서 흑자 공시가 발표되면서 1만1000원대였던 차바이오텍의 주가는 2018년 1월 최고 4만28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두달 뒤 회계법인이 차바이오텍 감사보고서에 한정의견을 내면서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차바이오텍의 최대주주는 차병원그룹 차광렬 회장으로 6.5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차바이오텍 소액주주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한누리·평안에 따르면 차바이오텍의 흑자 공시 이후 주가는 급등했고 2017년 12월부터 2018년 3월 감사의견 한정을 받기 전까지 3개월간 회계기준 위반에 따른 피해는 해당 주주가 약 3만3000여명, 피해액은 약 777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법무법인에서 공시자료 등에 나타난 거래량과 소액주주 숫자, 시가총액 추이 등을 고려해 산출한 금액이다. 차바이오텍의 주가는 16일 종가기준 1만9700원이다.

소액투자자의 소송대리를 맡은 한 변호사는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분류했으니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신약의 개발 성공 등에 대한 기대가 컸을 것"이라며 "이같은 회계처리로 주가가 급등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돼서 정정공시를 했다고 해도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이 입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은 제약·바이오업계의 특성을 고려해 경고 등 계도조치로 끝냈다고 하지만 투자자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제약·바이오업체들의 연구개발비 문제에 대해 테마감리를 벌여 차바이오텍을 비롯해 10개 업체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업계의 반발이 거세자 금융위원회는 제약·바이오업체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국제회계기준을 국내에 도입한 지 올해로 8년째이지만, 아직 우리 기업들은 국제회계기준에서 강조하는 '원칙중심'의 의미에 대한 이해나 그 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신약개발과 같이 새로운 사업에 투자를 하는 경우에는 회계기준을 적용함에 있어 상당한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회계기준(IFRS)에서 밝히고 있는 개발비 자산화와 관련한 6개의 원칙만으로는 회사의 자의적인 판단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 금융위와 금감원은 작년 9월 구체적인 감독지침을 발표했다.

자산화가 가능한 구체적인 기준을 △신약 (임상 3상 개시 승인) △바이오시밀러(임상 1상 개시 승인) △제네릭(생동성시험 계획 승인) △진단시약(제품 검증) 등 유형별로 구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차바이오텍 등의 업체들은 국제회계기준상 '기술의 실현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했지만 감리결과 실현가능성이 낮았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제약·바이오업체에 대해 "회계기준의 모호성 등으로 인한 회계오류에 대해서는 개선권고나 시정조치 등 간접적인 수단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감독방향을 밝히자, 금감원도 이들 업체들의 회계기준 위반을 '과실'이라고 결론 내렸다.

차바이오텍 이외에 △일양약품 △씨엠지제약 △제넥신 △알보젠코리아 △오스코텍 △메디포스트 △바이오니아 △인트론바이오테크놀로지 △이수앱지스 등의 업체도 같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법원에서 과실이 아닌 고의성을 주장할 예정이다. 차바이오텍의 외부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을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했는데, 회계법인이 회계기준 위반을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018년 3월 삼정회계법인이 차바이오텍에 한정의견을 낸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차바이오텍이 2016년까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상태에서 2017년에도 영업손실이 나면 거래소의 관리종목지정 사유가 되기 때문에 이를 피하려고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차바이오텍 뿐만아니라 다른 9개 업체에 대해서도 소액투자자들이 문제제기를 할 경우 업계 전반으로 법적 분쟁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지난해말 금융위는 정례회의에서 제약·바이오사가 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해 장기간 영업손실이 발생해도 관리종목 지정을 5년간 면제하는 내용의 '제약·바이오 기업 상장관리 특례'를 의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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