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법무부 탈검찰화'

2019-01-25 12:17:18 게재

비검사 여성 인권과장 해임의결

"법무부, 검찰중심 문화 여전"

비검사 출신 인권전문가인 법무부 인권과장에 대한 해임이 의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는 최근 법무부 오 모 인권정책과장에 대한 해임을 의결했다.

징계위가 이 결정을 법무부에 통보하면 오 과장은 곧 해임처분을 받게 된다.

회식 중 부하 직원에게 '국가노예들이 너무 풀어졌다'는 등 부적적한 발언을 했다는 것이 이유다.

지난해 11월 오 과장은 "평소 공익근무 법무관들이 자신들을 '국가의 노예'로 비하하는 농담을 한 것에 빗대 '국가의 노예라면 (주말행사도 내용파악을 위해) 가야지. 가방끈도 짧은데 공부 좀 하지'라는 발언이 잘못 알려졌다"고 밝힌 바 있다.

대표적인 인권전문가인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찬운 교수는 "이 사건이 한 고위직 공무원의 인생을 끝내게 할 정도의 사건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여성 공무원에 대한 차별이고 법무부 탈검찰화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 사건의 저변에는 오 과장이 여성이란 사실과 그가 검사가 아니라는 사실이 깔려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만일 인권정책과장이 남성이었다면, 예전처럼 부장검사였다면 이 사건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라며 "지금 법무부에선 구관이 명관이란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법무부에서 검사들이 나가고 그 자리에 비검사들이 일하는데 매우 어렵다"며 "문화는 검찰문화인데 사람만 바뀌니 굉장히 힘들어 한다. 장관이 철저히 막아주어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음모론도 제기했다. 박 교수는 "오 과장이 성소수자 차별금지를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에 포함시켜 일부 기독교계 단체에서 파면요구를 받았던 것을 기억하면, 이 징계와 그것이 무슨 연관이 있는 것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 문제도 지적했다.

부적절한 언행으로 징계신청되는 경우에도 대부분 견책이나 감봉정도의 경징계로 마무리됐지, 이번처럼 중징계를 한 예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징계권자의 요구보다 더 중한 징계를 했다는 점도 의문이다. 통상 공무원징계는 징계요구권자가 징계 종류를 정해 요구하고, 징계위는 그 범위 내에서 의결해왔다.

이 사건에서 법무부장관은 감봉 수준의 경징계를 요구했는데, 징계위가 중징계인 해임을 의결했다.

박 교수는 "징계위가 새로운 사실을 확인한 것도 없는데 중징계를 의결했다"며 "징계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한 관계자는 "탈검찰화 역행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오 과장이 5급에서 3급으로 발탁승진한 데 따른 내부 불만이 컸는데, 이를 잘 다독이지 못한 것이 이번 사태 배경으로 작용한 듯하다"고 해명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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