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능력 잃은 국회 | ② 팔은 안으로 굽는다

윤리위 회부해도 징계 1.5%뿐 … 체포동의안도 21%만 통과

2019-02-12 11:32:15 게재

뭉개기 전략으로 '임기말 폐기' 146건

여야간 담합으로 '철회' '폐기'도 수두룩

체포동의안 표결에도 '방패막이' 나서

"윤리위 제 역할 못해, 제도개선 필요"

더불어민주당이 '5.18 민주항쟁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자유한국당 의원 3명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했다. 민주당은 최고수위인 '의원 제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과거'가 '현재'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팔은 안으로 굽었다. 동료 의원 징계엔 솜방망이였다. 그마나 징계가 나온 경우는 실정법 위반으로 사법적 판결이 예상되는 사례들이었다. 체포동의안 처리에도 국회의원들은 직접 '방탄 막이'로 나섰다.

민주평화당 "5.18 정신 훼손 자유한국당 해산하라" |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최근 5.18과 관련해 부적절하고 논란이 되는 발언을 한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한국당을 비난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리특별위원회가 만들어져 국회의원들의 징계안을 직접 처리한 1991년 5월말이후 28년 동안 접수된 징계요구안은 258건이었다. 5.18 북한군 개입 등 역사왜곡 발언과 관련,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등 자유한국당 의원 3명에 대한 징계요구안은 빠진 수치다.

징계요구안 중 대부분은 국회의원 임기말까지 결론을 내지 않고 묻어둬 폐기처리됐다. 모두 146건이었다. 19대 국회까지 제기된 징계요구안 232건 중 임기말폐기된 게 62.9%에 달했다.

논의결과 폐기키로 결정한 것은 46건으로 19.8%였고 징계를 요구한 의원들이 각당 간의 합의로 상호 철회한 사례 등은 36건으로 15.5%였다.

◆4건의 징계결과를 보니 = 징계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돼 실제로 징계가 이뤄진 사례는 4건에 불과했다. 제기된 징계요구건의 1.5%다.


징계결과로 제명처리건은 19대 국회의 심학봉 의원뿐이었다. 당시 심 의원의 징계요구안엔 "대구 한 호텔에서의 40대 여성 성폭행 혐의"가 들어있었다. CCTV 등으로 범죄 가능성이 소명되는 상황이었다.

18대 국회때는 강용석 의원 징계건은 '제명'의견으로 윤리위를 통과했으나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곧바로 '30일간 출석정지'안이 나왔고 통과됐다.

강 의원에 대한 징계안에는 "남녀 대학생 20여명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자리에서, 아나운서 지망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를 할 수 있겠느냐'고 했고 또 지난해 청와대를 방문한 여학생에게는 '그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 옆에 사모님(김윤옥 여사)만 없었다면 네 (휴대전화)번호도 따갔을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며 "이날 발언은 성접대를 연상케하는 발언으로 20대 여대생과 현직 여성 아나운서들에 대한 인격적 모독이며, 현직 대통령을 마치 '음탕한 사내'처럼 묘사한 비윤리적, 비도덕적 발언"이라고 규정했다. 강 의원은 아나운서 성희롱 관련해 고소당했으며 1.2 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기도 했으나 결국 무죄로 결론났다.

17대엔 모 일간지 여기자를 회식자리에서 껴안고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은 최연희 의원과 골프 뒷풀이에서 맥주병을 던지고 폭행, 멱살잡이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징계회부된 곽성문 의원에 대해 '윤리위반 사실 통고'라는 경징계가 의결됐다.

◆체포동의안에도 '우리편' 정서 = 체포동의안 처리결과도 '제 식구 감싸기'를 보여줬다. 제헌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정부에서 제출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구속동의안 포함)은 모두 61건이었으며 이중 21.3%인 13건이 통과됐다. 32건은 철회되거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범죄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된 국회의원이 불체포특권을 과도하게 활용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20대 국회에서는 홍문종·염동열 의원에 앞서 작년 12월 수뢰 혐의를 받은 한국당 최경환·이우현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까지 총 4건이 제출됐다. 최경환·이우현 의원 체포동의안의 경우 작년 12월 29일 본회의에 보고됐지만, 여야가 이날(12월 29일)로 12월 임시국회 회기를 종료하기로 하면서 표결로 이어지지는 않아 곧바로 구속됐다. 홍문종·염동열 의원건은 부결됐다.

15대 국회(12건)에서는 표결에 부쳐 부결처리된게 1건이었고 나머지 11건은 모두 폐기됐다. 16대 국회(15건)의 경우 김대중정부의 대대적인 사정칼날로 역대 가장 많은 체포동의안이 제출됐으나 모두 부결(7건)되거나 폐기(6건), 철회(2건)됐다.

'방탄 국회'라는 비아냥이 붙었다.

17대 국회는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던 당시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1건에 대해 부결시켰다. 18대 국회에서는 3건의 체포동의안이 제출돼 1건이 가결됐지만, 2건이 자동폐기됐다. 19대 국회는 총 11건의 체포동의안 중 4건을 가결했다. 2건이 부결됐고 폐기와 철회는 각각 3건, 2건이었다. 20대 국회 전반기 윤리특위원장을 지낸 원혜영 민주당 의원은 "국회 윤리위원회가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면서 "제도적으로 개선해 국회 윤리위가 책임있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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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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