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투자심리 '금'으로 모여든다

2019-02-12 11:07:27 게재

금은비, 2008년 금융위기보다 높아

시장 불안, 국제적 긴장 고조 탓

아시아의 투자자들이 금으로 속속 달려가고 있다고 닛케이아시안리뷰가 11일 전했다. 금융시장의 불안,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대비 차원이다. 이 때문에 금값과 은값의 격차(금은비)가 커지고 있다.

중국 공상은행(ICBC스탠더드뱅크) 도쿄 지점 관리자인 이케미즈 유이치는 "투자자들이 금이라는 안전자산에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금값을 은값으로 나눈 금은비는 투자자들이 두 금속의 가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최근 금값과 은값은 함께 움직였다. 하지만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금에 대한 수요가 더 높아져 금은비가 확대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국제적 금값은 트로이온스(약 31.1g) 당 1310달러, 은값은 15.70달러로 금은비는 대략 83 정도다. 2016년 2월 80을 넘어선 이후 급격히 떨어졌다가 2017년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2월 이후로 줄곧 80선을 상회하는 상황이다.

인도와 중국 등 신흥국은 금에 대한 장기적 수요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시장이다. 지난해 중국 내 민간의 금 매입량은 1151톤으로 전년 대비 5.7% 늘었다. 중국금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민간 금 매입량과 관련해 6년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도의 경우 지방과 중산층에서 금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금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인도의 한 금트레이더에 따르면 중산층이 금을 구입할 경우 직접세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향후 금 장신구 수요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전 세계 금 수요의 90% 정도는 장신구와 투자 용도다. 반면 은 수요의 60%는 산업용이다.

금은비는 1991년 걸프전쟁 당시 100선을 넘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84선을 찍었다. 지난 20년 간 평균 금은비는 60선 안팎이었다.

10년 전 금 선물의 월별 거래량은 은 선물 월별 거래량보다 약 200만건 정도 많았다. 지난달에는 금 선물 거래량이 은보다 336만건 많았다.

금값은 지난 2~3년 동안 지지부진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서서히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데다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되고 글로벌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의 금 수요가 커졌다.

게다가 지난달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인내심을 갖겠다고 선언하면서 금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뉴욕선물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9개월래 최고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무역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점차 금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금은비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금협회는 최근 "올해는 금이 매력적인 위험회피(헤지) 수단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협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달 연속으로 금 상장지수펀드(ETF)에 31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다"며 "넉 달 연속 금 ETF에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는데, 특히 북미 지역의 투자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금융전문매체 '더 스트리트'의 10일 보도에 따르면 뉴욕 소재 투자은행 중개업체인 내셔널시큐리티즈의 최고수석전략가인 아서 호건은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으로 선회하면서 금에 대한 수요가 치솟고 있다"고 말했다.

호건은 그 이유로 지정학적 리스크, 높아진 증시 밸류에이션, 연준의 입장 변화를 지목했다. 지정학적 리스크의 경우 미중 무역전쟁과 베네수엘라 정치분열, 영국 브렉시트가 꼽혔다. 각 사안이 투자자들의 미래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면서 안전자산으로 회귀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기업들의 예상수익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있다는 점도 우려 지점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주식 일부를 현금화해 금선물이나 금펀드 등으로 옮기고 있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연준 통화정책이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인식이다. 호건은 "지난해 하반기만 해도 2019년 미국 기준금리가 최소 2번 인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한 번의 금리인상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위기로 선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금리는 달러 약세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고, 이는 결국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높인다. 이런 상황은 금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든다는 것. 그는 "달러의 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사안은, 반대로 금 가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머크인베스트먼터 최고 투자책임자인 악셀 머크는 "연준의 폴 볼커 전 의장이 80년대 초 금리를 연달아 급격히 올린 때를 제외하고는 증시 약세장에서 금은 언제나 강세를 띠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세계 경제 잇단 위기 경고음] 크루그먼 "올해 말 경기침체 가능성"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