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렸던 박원순, 강북 개발 '시동'

2019-02-14 11:12:58 게재

성수·망우·미아동 중심, 동북권 육성 방안

목동-청량리 잇는 강북 횡단 경전철 계획

'주택 8만호' 위해 용도변경 기준 대폭 완화

정부 부동산 정책에 보조를 맞추느라 움츠렸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북균형발전 계획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집값 안정을 낙관할 수 없어 조심스럽다곤 하지만 미뤘던 사업을 본격 가동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서울시는 14일 동북권 거점지역 특화 육성방안 수립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해 3월 '2030 서울생활권계획'을 수립했다. 서울을 동북·서북·서남·동남·도심권 등 5개 권역으로 세분하고 3도심, 7광역중심, 12지역중심, 53지구중심으로 도시기본계획을 구체화했다.


동북권 육성방안은 이중 지역중심 사업의 일환이다. 동북권에 대한 인프라 확충, 지역특화사업 확대 등이 포함된 계획이다.

성동구 성수동, 중랑구 망우동, 강북구 미아동이 동북권 거점 지역의 중심지로 선정됐다. 3개 지역과 그 일대가 거점 계획 수립 대상이 된다.

2030 생활권계획이 청사진이라면 이번에 수립할 동북권 지역중심 육성방안은 실현계획에 해당한다. 지역중심지별 구체적 특화·육성방안을 마련하고 이에 필요한 사업, 생활SOC 공급 방안 발굴, 연차별 투자계획 수립 등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다양한 방안을 마련한다.

시는 대규모 교통망 확충 계획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 내부순환로 지하를 따라 강북을 좌우로 횡단하는 강북순환선(사진)을 만드는 사업이다. 강북순환선은 지하 경전철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이르면 3월 중 국토부 사업 신청에 들어가 2021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가 구상하는 강북 횡단열차는 양천구 목동에서 시작해 동대문구 청량리까지 이어지며 총 연장 24.8km, 역은 약 15개 정도로 건설될 예정이다. 사업비는 2조원 규모로 알려졌다. 강북순환선은 박 시장이 지난해 삼양동 옥탑방 체험 후 내놓은 강남북균형발전의 핵심사업이다. 지하철이 부족하고 환승이 불편한 강북지역 교통망을 확충하는 대규모 개발계획이다. 강북선은 기존에 서울시가 발표한 경전철 4개 노선과 연계될 예정이다.

우이신설선(신설동~북한산 우이)과 면목선(개통예정)이 환승역으로 연결되고 5호선 목동역, 6호선 마포구청역, 경의중앙선 가좌역, 3호선 홍제역, 우이신설선 정릉역 등 다수의 역이 강북선 예정 노선과 겹치는 환승역으로 설계될 계획이다.

서울시는 역세권 내 용도지역 상향 기준도 대폭 완화했다. 시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시는 13일 역세권 청년주택 건립 및 운영기준을 개정, 시행한다고 밝혔다. 상업지역 용도 상향 기준을 대폭 낮추고 호텔 등 기존 건물의 용도변경을 쉽게 하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개정 전에는 역세권 청년주택을 짓기 위해 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하려면 역세권 요건, 부지면적 기준, 인접 및 도로 기준 등을 충족해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역세권으로 인정받기 위해 1개 이상 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인접 간선도로 기준도 폭 25m 이상에서 폭 20m 이상으로 완화된다. 부지면적도 당초 기준(1000㎡) 이상은 유지하되 필요성이 인정되면 면적의 10% 이내에서 완화할 수 있게 했다.

현금 기부채납도 허용하기로 했다. 국·공유지 등을 장기임차해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추진하는 사업자가 특별한 사유로 토지 기부채납이 어려운 경우, 현금으로 납부할 수 있는 길도 열어놨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박 시장이 지난달 발표한 공공주택 8만호 공급을 실현할 주요 카드다. 박 시장 입장에선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이 시급한 이유다. 2월 현재 시가 추진 중인 역세권 청년주택은 총 75개소 2만8000호 규모다. 사업인가가 완료된 곳은 28개소(1만2000호), 사업인가를 준비중인 곳이 18개소(7000호)다. 빠르면 오는 6월부터 첫 입주자 모집공고가 시행된다.

서울시가 도시개발에 시동을 걸면서 잠잠했던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강북횡단열차를 비롯, 시가 미뤄놨던 대다수 도시개발계획은 주변 부동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반면 주택공급은 되레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경우 그린벨트 해제 논란이 재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을 좀더 지켜봐야 하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부동산 시장도 살펴야 하지만 시장에게 주어진 역할을 마냥 미룰 수는 없는 일"이라며 "서울을 미래지향적으로 관리하고 가꾸는 것은 시장에게 부여된 기본 책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속적 모니터링으로 필요 시 속도조절 등 대안을 마련하고 사안에 따라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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