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상파방송 재송신, 시청자가 선택토록

2019-02-26 08:41:59 게재
조은기 성공회대 교수 신문방송학과

우리나라 방송업계에서 해마다 거르지 않고 불거지는 갈등으로 지상파 방송 재송신료 인상 이슈가 있다. 지상파방송사는 유료방송 때문에 줄어든 광고 수입을 벌충하기 위해서는 재송신료 인상이 불가피하고, 유료방송 사업자는 지상파방송 사업자가 요구하는 재송신료의 가격이 터무니없고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이 서로의 주장이다.

2012년 유료방송 가입자 당 280원으로 시작했던 지상파방송 재송신료는 2016년 이후 400원으로 올랐고, 올해는 지상파방송사가 지상파방송을 재송신하는 대가로 800원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되면 시청자는 매달 전기요금 고지서에 포함되는 KBS 수신료 2500원과 별도로 KBS2 MBC SBS의 실시간 방송을 시청하는 대가로 유료방송이 나오는 TV 수상기 한 대 당 월 2400원을 지상파방송 3사에 납부하는 꼴이 된다. 집에 유료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TV 수상기가 안방과 거실에 2대 있으면 월 4800원, 3대가 있으면 월 7200원이다. 적지 않은 부담이다.

수상기 한 대 당 월2400원 지상파방송 3사에 납부하는 꼴

지상파방송사가 재송신료 가격을 자기들 마음대로 올릴 수 있는 이유는 유료방송 사업자의 입장에서 지상파방송이 나오지 않으면 자사 가입자가 즉시 서비스를 해지하고 다른 유료방송으로 갈아탈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특정 주파수 대역을 물리적으로 늘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지상파방송사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거의 없다. 반면 유료방송 시장은 예전에는 케이블TV만 있었는데 이제는 통신 3사가 모두 IPTV 사업을 하고 있다. 요컨대 지상파방송사는 독과점 상태이고, 유료방송 사업자는 매우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존재한다. 당연히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사업자 간에는 협상력의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지상파방송 재송신료가 실시간 지상파방송의 시청 가치에 기반 한 정상적인 가격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이다.

AGB 닐슨과 매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발간하는 ‘방송사업자재산상황공표집’에 따르면 2015년 재송신료를 징수하는 KBS2 MBC SBS 3사의 시청률 합계는 11.2%였다. 그런데 2017년 기준으로 그것은 9.02%로 20% 가까이 줄었다. 프로그램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제작비의 경우에도 3사의 제작비 합계는 2015년 2조1579억에서 2017년 1조9709억으로 10% 가량 줄었다. 반면 3사의 재송신료 수입은 2015년 1200억에서 2017년 2153억으로 거의 2배 가까이 늘었다. 시청자가 예전보다 덜 보고, 제작비가 줄어들어 품질도 떨어진 지상파 방송의 가치가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찾기 어렵다.

지금처럼 지상파방송 재송신료 가격이 비상식적으로 계속 올라가면 전체 방송생태계가 정상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 지상파방송사가 가져가는 재송신료가 늘어나면 새로운 채널에 돌아가는 프로그램 사용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보지도 않는 지상파방송에 매달 적지 않은 금액을 주는 것이 불합리할 것이다. 잘 알다시피 많은 시청자는 지상파 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청하기보다는 유료방송 사업자가 제공하는 ‘지난 방송 다시보기’로 시청하고 있다.

다시보기 형태로 지상파방송 시청하려는 시청자 선택도 고려돼야

이런 현실에서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시청자로 하여금 실시간 지상파 방송을 직접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즉 지상파 방송 재송신 패키지를 별도로 만들어 지상파 3사, 혹은 KBS2 MBC SBS 개별방송을 시청자가 직접 선택하게 만들면 매년 반복되는 지상파 방송 재송신료 인상 이슈는 자연히 소멸할 것이다. 채널 당 천원을 받든 만원을 받든 그것은 지상파방송사의 몫이고, 시청자의 선택이다. 그것은 시장 원리와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다.

또한 다시보기 형태로 지상파방송을 시청하려는 시청자의 선택도 당연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실시간 방송과 다시보기 서비스를 묶어서 판매하는 행위는 근절되어야 마땅하다. 다른 모든 문제도 그렇지만 지상파방송 재송신료 이슈 역시 최종 소비자인 시청자의 선택권을 존중할 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조은기 성공회대 교수 신문방송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