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신용카드 세액공제 연장키로

말바꾸기 해프닝 끝에 결국 '원점'

2019-03-14 11:36:25 게재

여론반발 조짐에 번복, 일몰연장만 9번째 … 한시적 도입, 20년 존속

지난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검토' 발언으로 불거진 논란이 결국 기재부의 완패로 끝났다. 13일 당·정·청 협의회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 시한을 다시 3년 연장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홍 부총리는 '말바꾸기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홍 부총리와 기재부의 '정무적 감각 부족'이란 지적도 나왔다.

◆홍 부총리, 청문회서도 언급 = 신용카드 사용액 소득공제 축소·폐지 문제는 기재부의 해묵은 숙제다. 이 제도는 1999년 9월 소득세법 개정안에 처음 담겼다. 도입 당시에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명분으로 제도가 시행됐다. 당초 2002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용될 이 법안은 매번 저항에 부딪혀 1∼3년씩 연장돼 지금에 이르렀다.

이 문제를 다시 언급한 것은 홍 부총리였다. 지난해 인사총문회에서 홍 부총리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에 대해 "내년에 폐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면서 "상당 부분 당초 제도 취지가 달성됐다고 보고 내년에 세제개편을 하면서 판단해보겠다"고 언급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는 올해 연말 일몰 예정이었다. 이어 지난 4일에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감면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한 발 더 나갔다.

◆시민단체·정치권 반발 = 홍 부총리 발언 뒤 여론이 싸늘해졌다. 가뜩이나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월급쟁이들은 연말정산에서도 '불이익'을 봐야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인 한국납세자연맹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반대 서명운동을 예고했다. 이 단체는 '사실상의 서민증세'라고 규정했다.

총선을 1년여 앞둔 정치권도 빠른 반응을 보였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지난 10일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2022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추 의원은 "우선 3년 연장 법안을 제출한 뒤 향후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기본공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즉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당도 움직였다. 기재위 윤후덕 의원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 일몰을 3년 정도 연장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신용카드 세액공제를 축소하면 여론이 매우 나빠질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기재부는 지난 11일 보도해명자료를 내고 "정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근로자의 보편적 공제제도로 운용되어온 만큼 일몰 종료가 아니라 연장되어야 한다는 대전제 하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곧이어 13일에는 당·정·청 협의회를 열고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 시한을 다시 3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사전협의 없는 돌출발언 = 이 과정에서 지난 4일 홍 부총리의 언급이 내부 조율이나 당정과 협의 없이 나온 '돌출발언'이란 점도 지적됐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14일 "홍 부총리의 발언내용을 '원칙적 언급' 정도로 볼 수도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이 문제가 국민세금과 관련된 예민한 사안이고 시기적으로 경제도 어렵고 총선을 1년 남짓 남겨둔 시점이란 점을 고려해야했다"고 말했다. 내부는 물론 여당 등과 사전협의를 거치고, 납세자 여론 등도 충분히 검토해 언급해야 할 사안이란 지적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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