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닷새째, 이재민 계속 늘어 … 829명

2019-04-08 11:12:52 게재

집계 본격화되자 재산피해 규모 눈덩이

공공연수시설 임시숙소로 활용 큰 도움

강원 산불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피해조사가 본격화되면서 재산피해 규모가 드러난 것이다. 특히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이 829명으로 늘어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19개 임시주거시설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은 829명으로 집계됐다. 강원산불 대피인원은 산불이 발생하고 진화가 한창이던 4~5일 한때 4000여명을 넘었다. 그러다 산불이 완전히 진화된 뒤 속속 귀가해 6일 오후에는 500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주택 피해를 확인한 뒤 다시 7일 대피소로 되돌아오면서 이재민 수가 다시 증가했다.

'영웅'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 강원도를 뒤덮은 산불에 전국 소방관들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밤새 달려가 진화작업에 힘 쓴 것을 계기로 소방관 국가직 논의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사흘째인 8일 오전 10시 30분 현재 18만명을 넘어섰다. 소방관 월급을 올려달라는 청원도 등장했다. 사진은 지난 5일 강원도 속초시 장천마을에서 화재진압 작업을 하는 소방관 모습. 속초 연합뉴스


지역별로는 고성이 651명으로 가장 많고 속초 97명, 강릉 58명, 동해 23명이다. 현재 이재민들은 마을회관(325명), 경로당(112명) 요양원(62명) 등에 마련된 임시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재민이 대피생활을 하는데 피해지역에 위치한 공공 연수시설들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동해 망상초등학교에 머물던 9세대 23명이 7일 철도공단 망상연수원으로 임시거처를 옮겼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속초연수원에도 43명이 머물고 있다.

서울시도 8일부터 속초연수원 숙소 80실을 산불 피해복구를 위해 제공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65실은 이재민에게, 15실은 자원봉사자와 복구지원기관 등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이르면 오늘 오후엔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속초에 연수원을 운영 중인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 신용보증기금 등이 연수원을 이재민 임시숙소로 제공하기로 했다. 국회도 고성연수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한국여성수련원은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 끝나는 대로 연수시설을 이재민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임시주거시설로 제공 가능한 연수원은 정부 파악 170여실로 이재민 대부분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문재인 대통령도 5일 "임시숙소로 체육관·강당 말고 연수원 등을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했다.

대부분이 고령 노인들이어서 거주지에서 멀리 있는 연수원 생활을 꺼릴 수도 있다. 봄철 농사 등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긴급주택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는 조립주택 등 공사기간이 그나마 짧은 주거시설을 마련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조립주택을 설치하기 위한 부지 확보와 인허가 처리 등 행정절차는 정부와 해당 지자체들이 최대한 단축해 이재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오전 6시까지 집계된 피해현황을 보면 불에 탄 주택은 478채다. 고성이 335채로 가장 많고 속초 60채, 강릉 71채, 동해 12채다. 창고(195동) 공공시설(138곳) 관람시설(168곳) 피해도 전날보다 늘어났다. 그밖에 비닐하우스 21동, 농림축산기계 434대, 축사 61동 상가·숙박시설 54동 학교부속세설 9곳 등이 불에 탔다. 소 13마리 등 가축 4만1520마리가 이번 불로 죽었다.

통신시설은 복구가 끝났다. 당초 3개 통신사 기지국 646곳이 피해를 입어 인터넷 1351회선에 장애가 발생했었다. 현재 기지국은 모두 복구됐고, 인터넷 회선도 10여개를 제외하고 복구가 마무리됐다.

피해 주민을 돕기 위한 기부금은 사흘새 약 100억원이 걷혔다. 전국재해구호협회 대한적십자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이 기부금 모집에 나섰다. 자원봉사자도 어제까지 2617명에 이른다. 최근 재난 때다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심리상담 지원도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재난 후 발생하기 쉬운 스트레스 대응 상담과 심리회복 지원을 위한 활동이다. 7일까지 상담활동가 77명이 재난 현장에 투입돼 319명의 상담을 진행했다.

한편 이번 산불대응에 지난 7일까지 연인원 4만여명이 동원됐다. 공무원 9996명, 소방 5691명, 군 1만3328명, 경찰 4518명 등이 산불 현장에서 고군분투 했다. 헬기 151대, 소방차 2158대 등 장비 동원규모도 역대 최대였다.

중대본 관계자는 "재난대응에 한마음으로 나서준 지자체와 민간단체 등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이재민들이 하루빨리 생업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정부도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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