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 2022년부터 수시채용

2019-04-19 11:44:10 게재

경단련·대학, 22일 발표

기존 일괄채용도 병행할 듯

일본 최대의 경제단체인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가 기업의 인재채용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내용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경단련은 지금까지 이른바 일본식 채용방식으로 통해온 대졸 신입사원에 대한 기업의 동시·일괄채용 방식을 벗어나 연중 수시채용을 도입해 이를 확대시킬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일 "경단련과 대학측이 22일 간담회를 갖고 새로운 채용방식 등을 담은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라며 "이러한 채용방식의 도입으로 천편일률적인 일괄채용과 연공서열로 상징되는 '일본형' 고용관행의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고 했다.

일본은 1960~70년대 고도경제성장기 이후 오랫동안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할 때 경단련이 주도가 되어 기업들이 비슷한 시기에 졸업생을 입도선매 하는 방식으로 했다. 대학 3학년 3월부터 취업설명회를 가질 수 있고, 4학년 6월부터 학생들에 대한 면접을 진행해, 이듬해 대학졸업과 함께 신입사원으로 채용하는 방식이었다.


이처럼 일본 기업들은 수십년간 △대졸자 일괄채용 △연공서열에 따른 호봉제와 승진제도 △종신고용 등의 이른바 '일본형' 고용관행을 유지해 왔다. 결국 일본은 장기불황에 따른 기업환경의 변화 등으로 종신고용이 무너지고, 연공서열에 따른 인사제도도 변화하는 가운데 신입사원 채용에서도 큰 변화의 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경단련이 대졸신입사원 채용을 수시채용의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직접적인 계기는 나카니시 히로아키 회장이 지난해 10월 지금까지의 채용방식을 없애자는 의견을 제시한 이후 정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나카니시 회장의 결단 이면에는 기업들이 그만큼 변화하는 환경속에서 인재채용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는 배경이 저변에 깔려 있었다. 특히 기업의 경영환경이 글로벌화·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IT분야나 국제적 감각을 가진 외국어에 능통한 인재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취업을 원하는 대학생들의 요구도 바뀌고 있다. 상당수 대학생들이 유학이나 인턴십 경험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이러한 경험을 살려 취업하려는 요구가 높아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수시채용의 방식이 확산되면 외국인 유학생이나 일본인 유학생이 취업활동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다"며 "특정한 시기에 집중됐던 지금의 방식은 유학생에게 불리하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단련은 일단 수시채용 방식을 오는 2022년 대학졸업자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하는 것을 제안했다. 기업과 정부가 일정한 준비기간을 거쳐 시행하려는 목적이다. 다만 수시채용 방식이 진행되더라도 지금까지의 일괄채용 방식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전히 상당수 기업들은 졸업시즌을 맞아 일정한 수의 취업준비생을 모아 이들을 대상으로 기업의 요구에 맞는 신입사원을 다수 확보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단련과 대학측은 이번 보고서에서 "대졸자 일괄채용 방식뿐만 아니라 IT 등 전문기술을 중시하는 분야에서의 업무처리형 채용을 포함해 학생 개인의 의사를 반영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채용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이와 관련 연중 수시채용이 학생들의 학업분위기를 헤칠 것이라는 대학측의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경단련과 대학은 취업에서 학업성과 등도 중시하는 방향으로 지침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채용에 필요한 졸업논문이나 졸업연구 성과를 포함해 학생들이 학업을 외면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에서도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지금까지의 대규모 공개채용 방식을 접고 그때 그때 필요한 인재를 수시로 채용하는 방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가 공채를 없애고 개별 사업부문별로 수시채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고, 최근 일부 사업부문에서 소규모 채용방식으로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8월 상장사 571곳을 대상으로 '2018년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방식'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의 59.5%가 기존 공개채용 방식을 채택해 전년에 비해 9.8%p가 줄었다. 이에 비해 대기업의 21.6%는 수시채용 방식을 선택해 전년도에 비해 9.8%p 늘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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