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세번째 추경, 들여다보니

미세먼지로 시작했지만 결국은 '경기대응'

2019-04-24 10:55:39 게재

정쟁 탓 국회 통과 '노란불' … 경기대응 효과 여부엔 관측 엇갈려

문재인 정부는 24일 6조7000억원 규모의 정부 출범 뒤 세 번째 추경안을 내놓았다. 사실상 매년 추경을 편성한 셈이다.

이번 추경은 '미세먼지'가 촉발했다. 미세먼지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자 지난달 6일 문재인 대통령이 "필요하다면 추경을 긴급 편성해서라도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추경안의 재원 재분을 보면 민생 지원과 경기 대응에 무게가 더 실렸다.


◆미세먼지 예산 22% 머물러 = 추경 전체규모 6조7000억원 중 미세먼지 대응 예산은 1조5000억원으로 22%에 그쳤다. 오히려 경기대응 예산이 4조5000억원으로 67%를 차지했다.

추경 예산안 편성 강조점이 경기대응으로 유턴한 데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지난달 12일 IMF가 "올해 성장률 목표(2.6∼2.7%)를 달성하려면 국내총생산(GDP)의 0.5%(약 9조원)가 넘는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권고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여기에 대내외 경제 여건도 악화하며 추경을 통해 경기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미중 무역갈등,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신흥국 금융 불안 등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진 결과다.

이 때문에 추경편성요건이나 명분 등을 놓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야당의 반발이 예고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선제적 조치가 필요한 시기'란 점을 내세워 야당 설득에 나설 전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추경 브리핑에서 "당면한 경기 하방 위험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 자칫 우리 경제가 위축되고 서민경제 어려움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선제적이고 보다 과감한 경기 대응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으로 '선제적 경기대응'에 효과가 있을 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추경을 통해 하반기 경기 회복 추진력을 만들어 올해 GDP 성장률을 0.1%p 높일 것으로 분석했다. 통상 추경은 전체 투자 규모의 50% 내외로 성장률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추경 규모 충분할까 = 하지만 0.1%p로는 정부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앞서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8일 2.5%로 0.1%p 내렸다. 민간연구기관들은 전망치가 더 낮다. LG경제연구원은 기존 전망(2.5%)에서 0.2%p 낮춘 2.3%를 제시했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2.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4%를 각각 제시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한국 경기 판단을 '둔화'에서 '부진'으로 바꾸며 하향 조정을 시사했다.

정부 추정치대로 추경을 통해 성장률을 0.1%p 올리더라도 목표치인 2.6∼2.7%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홍 부총리는 "추경과 함께 올해 초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가 발표한 정책, 또는 그를 넘어서는 추가적인 보강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경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은 점도 변수다.

자유한국당은 여야 4당이 패스트트랙 합의안을 추인하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향후 국회에서 추경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추경의 핵심인 집행의 '타이밍'과 '속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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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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