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주주총회 결산 |④지배구조개선 위한 상법개정

적극적 주주권행사 가로막는 상법 개정해야

2019-04-25 10:54:55 게재

국회 표류 중인 10%룰·5%룰 개정 … 경영참여 주주권행사 범위 조정

2019년 주주총회는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열리는 첫 정기 주주총회로 많은 투자자들이 과거의 주총과는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하지만 많은 회사에서 거수기인사·낙하산인사 등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대주주와 경영진의 독단적인 경영을 막고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임을 보여줬다. 이는 수년째 국회 표류 중인 상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기관투자자들과 일반주주들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발목을 잡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는 24일 법무부와 함께 '상장회사 등의 주주총회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며 주총소집 통지 시한 연장과 상장사에 주주 이메일 제공, 전자투표시 공인인증서 이외 휴대폰·신용카드, ID(외국거주자) 등도 대체 인증수단으로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주들의 참여를 높여 상장사의 주주총회 성립이 가능하게 하고 내실있는 주주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0%룰, 5%룰 개정과 전자투표 의무화 등 주총 활성화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법 개정 내용은 포함하고 있지 않아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주주권행사 제약 =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룰, 5%룰 등이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 주주권행사를 가로막고 있다.

10%룰이란 기관투자가가 경영권과 관련 없이 투자 목적으로 특정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했을 때 이를 공시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이와 관련한 단기매매차익반환제도는 상장회사의 임직원이나 주요주주가 해당 법인의 주식 등을 매수한 후 6개월 내에 매도하거나 매도 후 6개월 이내에 매수 함으로써 차익을 얻은 경우 그 차익을 회사에 반환하도록 한 것이다. 내부자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 등의 거래를 통해 부당한 차익을 얻는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에 심각한 제약을 가져오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경영참가목적의 범위가 광범위하게 설정되어 있어 국민연금이 피투자회사의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려고 할 경우 대부분 경영참가 목적으로 지분보유의 성격을 변경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문제가 있는 이사의 직무를 정지시키고자 하거나 범죄 경력이 있는 이사를 선임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관변경안을 제안하고자 하는 주주의 경우 직접적인 경영참여 의도가 없지만 경영참가목적으로 변경신고한 후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주주들이 해당 행위 자체를 꺼려할수 있다. 이에 경제개혁연구소는 내부정보 이용 가능성이 적은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단기매매차익 반환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5%룰은 기관투자자들과의 연대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성엽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 간의 연대 활동을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연대가 5%룰에 의거 제약받을 수 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고 있고 적대적 M&A 시도와 무관한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을 위한 일반적인 관여활동에 대해서는 5%룰의 적용 완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영참가목적 범위 너무 넓어 = 현행 자본시장법상의 경영참가목적 범위는 너무 넓다. 주주로서 기업을 건실화하고 그 결과 시세차익 및 배당을 얻는 것까지 경영참가목적에 포섭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오히려 건전한 투자를 가로막고 소수주주권의 행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강정민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현행 경영참가목적으로 열거한 사유 중 실제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사유를 제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지배주주가 아닌 주주가 임원 중 1인을 선임하고자 하는 경우 소수주주의 권리보호를 위해 타당한 측면이 있으며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유지청구권 행사 회사의 자본금 변경 및 배당과 관련된 사항 등도 주주로서 요구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에 속하는 것이므로 경영참가목적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올해 정기주총 시즌에서 주주들이 전자투표를 이용한 행사율은 5%에 불과하다. 전자투표 이용률이 90~95%에 이르는 미국이나 영국과 비교하면 턱 없이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의결정족수 부족문제는 다양한 주주의 참여를 통해 주주총회를 활성화함으로써 해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결정족수 문제, 전자투표 의무화로 = 이상훈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는 '전자투표제도 의무화'로 주주총회 참석이 어려운 소액주주도 의결권 행사를 가능하게 해 지배구조의 왜곡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주주총회에 참석해야 하지만, 소액주주들은 물리 적·시간적으로 주총 참석이 어렵다. 이 변호사는 "주주 참여를 높이고 주총을 내실화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주주총회에서 전자 투표제가 의무화 되어야 한다"며 "자율적인 전자 투표 도입 유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족수 부족문제는 지배구조 개선과 다양한 주주들의 참여율 확대라는 경제민주주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정족수 부족이 개인주주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므로 개인주주 참여 확대에 맞추어져야 하며 이런 점에서 전자투표의 의무화가 가장 직접적이고 바람직한 대안"이 라고 강조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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