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아마존·페이스북 … IT 공룡 해체 논쟁 치열

2019-05-02 11:45:15 게재

범유럽 싱크탱크 '브뤼겔' 각종 견해 비교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등 미국의 IT 공룡기업을 해체해야 하느냐를 두고 논쟁이 커지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 시작된 논의에 물론 유럽, 국제기구, 학계 등도 가세했다. 벨기에 소재 범유럽 싱크탱크인 '브뤼겔'이 지난달 30일 거대 기술기업의 독점력 폐해와 해소방안에 대한 각각의 논쟁을 살폈다.

미국 상원의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은 미국 거대 기술기업을 해체해야 한다는 자신의 법안을 설명하는 에세이를 지난 3월 8일 온라인매체 '미디움'에 투고했다. 그는 아마존과 구글, 페이스북을 겨냥했다. 과도한 권력을 축적했다는 것이다. 워런 의원은 "전자상거래 절반 가까이가 아마존을 통해 이뤄진다", "모든 인터넷 트래픽의 70%가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사이트를 통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을 해체해야 하는 이유는 시장지배력을 기반으로 경쟁기업을 죽여 혁신을 제한한다는 것. 워런 의원은 "기술 부문에서 경쟁과 혁신이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미 정부가 반독점법 적용을 느슨하고 약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기업 스타트업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 기술 부문에 일반적 현상인 고성장의 젊은 기업이 줄어들고 있다"며 "기술 스타트업에 대한 첫 투융자 액수가 2012년 이후 22%나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경쟁과 혁신의 감소는 두 가지 통로를 통해 벌어진다. IT공룡기업들은 싹수가 보이는 잠재적 경쟁자를 아예 인수해버리는 것, 그리고 자사가 소유한 기울어진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거대 기술기업을 해체하자는 그의 제안 역시 두 갈래로 나뉜다. 첫째 이해관계 충돌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에게 온라인장터나 거래소, 제3자들이 연계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이 글로벌 매출 250억달러 이상 벌어들일 경우 플랫폼만 운영하는 공익사업자가 돼야 한다. 자체 플랫폼 운영과 상품 판매를 동시에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

둘째 기울어진 경쟁의 장을 공평하게 하자는 것이다. 워런 의원은 규제당국이 현행 반독점법을 활용해 반경쟁적 인수거래를 취소할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 사례로 아마존의 홀푸드·자포스 인수, 페이스북의 왓츠앱·인스타그램 인수, 구글의 웨이즈·네스트·더블클릭 인수가 꼽혔다.

워런은 "미국은 지나치게 비대하고 지배적인 거대기업을 해체해온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며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컴퓨터 OS 지배력을 기반으로 '웹브라우징'이라는 새로운 영역도 독점하려 했다. 하지만 정부가 반독점법을 MS에 적용하면서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혁신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반론이 나왔다. 조지메이슨대 타일러 코웬 교수는 4월 17일 '더 클로브 앤드 메일' 기고에서 워런의 입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 역시 반독점 역사에서 사례를 끌어온다. 1969년 IBM에 대한 반독점 소송이다. 미 정부는 IBM을 해체하려 했다. 기업 컴퓨터 시장에서 약 70% 점유율을 가진 공룡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소송은 13년간 이어졌다. IBM과 정부 모두 수백만달러 소송비용과 막대한 시간을 들였다. 소송에 자원과 시간을 쏟아부은 IBM은 컴퓨터 시장이 기업에서 개인으로 이동하는 추세를 따라잡지 못했다. 결국 시장 점유율이 붕괴돼 기록적인 손실을 냈다.

코웬 교수는 "주요 기술기업들은 매우 효율적인 혁신가들"이라며 "해체가 거론되는 기업들은 과거의 IBM처럼 본분(사업)에 관심과 열정을 덜 기울일 수밖에 없어 힘이 약화된다. 이는 결국 기업의 혁신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그가 보기에 거대 기술기업들이 인수합병 수단을 사용하는 이유는 잠재적으로 위협적인 경쟁자들을 제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수단을 통해 기업의 혁신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는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이 유튜브와 안드로이드를 인수해 잇따라 거액을 투자하며 콘텐츠와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한 것을 대표적 혁신사례로 꼽았다.

그는 또 거대 기술기업이 진짜 독점시장을 형성하는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소셜네트워크 상에서 페이스북은 여전히 많은 대안기업들과 경쟁한다. 그리고 현재 추세대로라면 페이스북의 경쟁력은 시간이 지나면 더욱 약화될 전망이다. 광고부문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이 지배적 사업자일지 모르지만, 여전히 서로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은 물론 TV 등 전통적 매체와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코웬 교수는 "광고와 관련해 구글은 단가를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의 경우 과거엔 광고에 큰돈을 들여야 했지만, 지금은 훨씬 적은 돈을 들인다. 이는 다른 부문에서 경쟁을 독려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물론 그는 거대 기술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무조건 옳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반독점법을 들이대는 것은 성급하고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하버드대 케네스 로고프 교수는 워런 의원의 입장을 지지하는 쪽이다. 그는 지난달 1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에서 "거대 기술기업 규제 논쟁이 2000년대 초 금융규제 관련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당시와 마찬가지로, 기술기업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기술부문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외부세계나 규제당국이 그 속성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 주장을 펴다 결국 금융업계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킨 주범이 되고 말았다.

로고프 교수는 "거대 기술기업이 잠재적 경쟁자들을 인수하고 플랫폼 지배력을 활용해 다른 부문 사업으로 문어발식 확장하는 것에 대해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데 절대적으로 찬성한다"고 강조했다.

워런의 에세이 기고 닷새 뒤인 3월 13일 또 다른 제안이 나왔다. 영국 정부의 용역을 받아 작성된 '디지털경쟁 전문가패널 리포트'다.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경제회의 수석부의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이 주도한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집중력은 디지털 경제의 본래적 속성이다. 이는 네트워크 효과 때문인데, 어떤 재화의 수요자가 늘어나면 그 재화의 객관적 가치, 즉 재화 이용자들이 느끼는 가치도 더불어 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소수의 기업이 지속적으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면 가격은 높아지고 선택은 줄어들며 혁신은 무뎌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디지털 기업의 해체 또는 수도나 전기와 같은 공익사업처럼 이익을 제한하고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대신 정부의 조치가 경쟁과 선택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거대 플랫폼에서 경쟁적 행위에 대한 '행위규범'(code of conduct)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는 워런 의원이 제안한 것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온라인 장터에서 검색결과 등을 조작해 자사의 제품을 다른 라이벌 제품보다 우선 노출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방안은 '데이터 이동성'(data mobility)이다. 이는 전환비용을 줄여주자는 것이다. 데이터 이동성을 허용하면 개별 고객들은 검색결과와 구매 이력을 한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친구가 이용하는 네트워킹 사이트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또 한 기업이 축적한 암호화된 대량의 데이터를 프라이버시 규범을 준수하는 또 다른 신생 기업이 시장에 진입할 때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균형 잡힌 훌륭한 내용"이라고 평가했지만, 여전히 회의적인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개념상의 데이터 이동성이 실제 어떻게 진행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또 보고서가 가져올 파급력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영국 정부가 보고서의 추천대로 정책을 수립한다고 해도 글로벌 거대 기술 기업들의 국적은 대개 미국이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기술기업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

컬럼비아대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도 논쟁에 참여했다. 그는 3월 11일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에서 "공룡 기술기업들의 시장 지배력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워싱턴 정가에 대한 이들 기업의 영향력도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따라서 미국의 정치시스템이 거대 기술기업에 대한 개혁과제를 맡아도 되는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유럽이 사안을 주도하는 것이 더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코노미스트도 비슷한 입장이다. 이 매체는 3월 23일 기사에서 "기술기업들이 쳐다보는 곳은 미국 워싱턴이나 캘리포니아가 아니라 유럽의 브뤼셀과 베를린"이라며 "유럽연합(EU)엔 거대 기술기업이 없기 때문에 보다 객관적일 수 있고 알파벳과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MS 등이 총매출의 1/4 정도를 올리는 전 세계 가장 거대한 경제블록을 가진 곳"이라고 전했다. 이런 사실은 유럽이 제정한 표준이 종종 신흥국에서도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페데리코 디에즈와 로메인 듀발 연구원은 지난달 초 보고서에서 "집중력이 커지는 것은 디지털이냐 아니냐의 경계를 넘어서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27개 선진·신흥국 국적의 100만개 가까운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이들 기업의 제품 마진이 평균 6% 올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상률은 특히 선진국에 자리한 제조업 이외의 서비스 기업에서 도드라졌다. 디에즈 연구원은 "마진의 증가 대부분은 높은 이윤율을 가진 상위 10% 기업들에게서 나왔다"며 "상위 기업들은 나머지 기업보다 무형자산과 네트워크 효과,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즉 승자독식 구조를 창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저자들은 "시장지배력의 상승은 투자를 줄이게 만들고 소득에서 노동비중을 감소시키는 무시할 수 없는 효과"라고 덧붙였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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