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반세기, KSS해운의 경영 이야기

2019-05-15 10:47:20 게재

박종규 고문 회고록 출간

직원이 주인되는 과정 기술

창업주가 회사에 관한 모든 권한을 내려 놓은 날, 회사는 직원의 것이 됐다. 주변에서는 주인 없는 회사라고 했지만 그는 '직원이 주인 된 회사'로 진화하는 과정을 말없이 지켜봤다. 박종규(84) KSS해운 고문은 1970년 정월 초하룻날 회사를 창업한 후 25년 만에 후배에게 사장 자리를 내줬다. 그리고 창업 반세기 만에 직원이 주인되는 과정을 기술했다.

이 책 '직원이 주인인 회사'는 KSS해운의 경영이야기다. KSS해운은 석유화학과 가스운송업의 선두 상장회사다. 20년간 매출 대비 10% 이상 연속 흑자로 안정적 경영기반을 구축해 주목받았다. 박 고문은 지금의 경영성과는 창업 초기부터 임직원을 동업자로 여긴 이익분배와 투명경영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기업 성장 과정에서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도 견뎌야 했다. 그가 존경한 유일한 선생의 경영철학을 따라 큰 기업을 이루고 싶다는 갈림길에서 고민했다. 큰 기업을 만들려면 사업권 취득부터 금융 조달까지 비자금이 안들어갈 수 없었고 눈 앞에 큰 사업이 어른거릴 때마다 모처럼 만든 투명기업을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었지만 그는 작지만 강한 기업을 선택했다.

박 고문은 사장을 그만 두는 날 경영에 간섭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대주주 권한인 사장 추천권도, 주주배당률 결정권도 내려놓았다. 경영과 자본이 분리되는 것 이상을 실행했다. 그리고 3명의 전문경영인이 KSS해운의 선장이 됐다.

이 3명은 모두 회사를 함께 이끌던 동업자들이다. 근로자가 동업자이니 노사가 따로 없었다. 이익이 나면 동업자에게 나누어 줬다. 임직원에게 배당을 주는 성과공유제다. 이익을 나눠 가진다는 것은 회사의 주인이 된다는 뜻이다. 임직원들의 자세가 바뀌면서, KSS해운의 성과공유제는 기업 경영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책의 도입부는 월급쟁이 시절 경험담이고, 1·2부는 KSS해운 창업과 역경의 역사다. 3부는 2005년 위암 수술을 받고 건강을 회복한 후 전문경영인 체제의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지배구조 확립 과정을 담고 있다. 박 고문은 사외이사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많은 국내기업들이 기업 내 독재체제와 오너의 오판이 기업의 존립을 좌우하는 것을 본 박 고문은 이사회제도의 확립이 의사결정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2018년 한국경영인협회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뽑힌 박 고문은 이 책 머리말에서 이같은 말을 남겼다. "독창보다 합창이 더 장엄한 하모니를 이루는 것처럼 기업도 여러 사람이 함께 공헌하는 것이 더 많은 소득을 얻는다. 21세기에 우리가 변하지 않고 혈연주의에 집착하다간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경영의 틀을 바꾸어야 할 때다. 재산이 많고 회사 규모가 크다고 해서 자랑거리가 아니다. 존경받는 기업이 돼야 성공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존경받는 기업이 되려면 주식회사의 원칙을 지키면 된다."

대한민국학술원 회장인 김동기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 책은 KSS해운이라는 기업 이야기를 통해 생생하게 들려주는 경영지침서다. 이 땅의 경영자라면 읽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추천했다.

직원이 주인인 회사. 홍성사 펴냄. 1만5000원.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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