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같은 청년기업 100곳 육성한다"

2019-05-15 11:24:43 게재

안양시 '청년이 찾아오는 도시' 만들기

창업펀드·청년스마트타운 집중 육성

"가진 것 없이 아이디어만 갖고 시작했는데 안양시의 도움으로 사무실, 자금 지원은 물론 분야별 전문가들의 자문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지금은 수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안정적인 성장을 꿈꿀 수 있게 됐죠."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청년오피스'에 위치한 ㈜이웃벤처의 김지홍 대표는 창업 3년 만에 32명의 직원을 둔 '청년 기업가'로 성장했다. 아파트에 사는 고객에게 '호텔'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아이디어로 시작한 그의 사업은 지난해 말 벤처투자가들로부터 4억7000만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지난 3월엔 중소벤처기업부의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TIPS)'를 통해 추가로 5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하지만 시작은 초라했다. 2017년 초 안양시 창조경제융합센터의 가상오피스 지원사업에 사업계획서를 내 작은 공간에 책상 하나를 받았다. 이후 성장사다리 지원금 415만원을 받아 전단지를 만들었고, 추가로 지원받은 1780만원을 종자돈으로 사업을 본격화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있고, 가사서비스 시장규모가 6조원이 넘는다"며 "욕실청소부터 주방, 세탁, 세차 등 무궁무진한 서비스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아이디어에 주목해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호 안양시장이 지난해 청년오피스 A-Pro 1기 데모데이에 참여한 청년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 안양시 제공


◆100명의 '청년서포터즈'가 청년문제 고민 = 안양시가 '이웃벤처' 같은 청년기업 100곳을 육성하는 등 '청년이 찾아오는 도시' 만들기를 시정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과거엔 공장들이 많은 생산도시였지만 지금은 상당수 기업이 떠나고 발전이 정체된 소비도시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인구 감소도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안양의 청년인구(19~39세)는 17만5000여명으로 전체 인구(57만8154명)의 30% 수준이다. 이는 2000년대 초반 38%(22만여명) 수준이었던 청년층이 8%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특히 2017년에는 안양을 떠난 청년층 인구가 4000명이 넘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안양시는 지난해 11월 전담부서인 '청년정책관'을 신설하고 청년층의 자립부터 성공, 행복까지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소통과 참여' '취업과 창업' '문화·복지' 3대 목표로, 올해 30여개 사업에 146억2000만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첫 출발은 청년과의 '소통'이었다. 청년들이 직접 자신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청년정책서포터즈'를 100명 규모로 운영한다. 오는 11월쯤 청년정책 연구과제를 발표하는 워크숍을 개최한다. 청년공간인 범계큐브에서 공연과 토크콘서트를 매달 열고, 안양일번가 내 소공원 부지를 청년활동지원공간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안양을 스타트업 기지로" | "창업하면 다들 강남이나 판교로 가려고 합니다. 안양시가 유능한 인재를 유치해 지원하고 좋은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지홍 이웃벤처 대표는 지자체가 청년 창업을 적극 권장하고 다양한 지원정책을 홍보하는데 주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사진은 김 대표(사진 가운데 우측 의자)가 직원들과 기념촬영한 모습. 사진 이웃벤처 제공


◆전국 첫 청년창업펀드 300억원 조성 =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사업은 청년스마트타운 조성사업이다. 청년창업과 일자리 창출 지원시설을 중심으로 대규모 청년층 주거시설을 만드는 이 사업은 관양고교 일원과 석수동 뉴타운 해제지역 두 곳이 후보지다. 시는 지난 2월 19일자로 관양고 일대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고시했다. 오는 2023년이면 이곳에 청년층 주거공간과 근린생활시설이 들어설 전망이다.

특히 청년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청년창업펀드 300억원을 조성한다. 지난달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다. 지자체가 결성하는 창업펀드 규모로는 최고액이다.

창업펀드는 국비 180억원, 시비 45억원, 기타 투자자금 75억원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안양시 관계자는 "청년기업을 육성해도 서울 강남과 판교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시의 고민"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펀드로 유망기업을 지원, 안양에 뿌리내리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는 또 청년기업 육성공간으로 에이큐브에 청년창업실을 신설하고, 청년창업 베이스캠프를 운영한다. 예비창업자와 청년오피스 및 에이큐브 입주사를 대상으로 청년기업 사업화 컨설팅과 엑셀러레이팅을 강화한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청년기업 100개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청년일자리 확대를 위해 시설관리공단, 창조산업진흥원, 청소년재단, 문화예술재단 등 시 산하기관의 청년의무채용 비율을 기존 3%에서 8%로 대폭 높이기로 했다. 청년채용 기업에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안양형 청년일자리 두드림' 사업, 남부시장 '청년도깨비 야시장' 조성, 자금난을 겪는 청년창업자를 위한 청년창업 특례보증 등도 시행한다.

◆청년들 '기' 살리기, 문화·복지 풍성 = 청년들의 삶을 풍성하게 해줄 문화·복지사업도 다양하게 추진한다. 시는 오는 10월 범계역 광장에서 청년희망축제를 개최한다. 청년단체 워크숍과 청춘토크, 문화예술 창업 등을 소재로 한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고, 청년들의 사기진작 차원에서 '안양시 청년상'을 제정, 매년 10월 청년축제장에서 시상할 계획이다.

청년 부실채무자가 재기 발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신용회복 지원을 추진하고 한부모가정을 포함한 19~39세 미혼청년을 대상으로 전월세 보증금 대출이자를 지원한다.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청년배당)과 근로소득장려금을 지원하는 '청년희망키움통장'도 시행한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낙후된 안양시의 미래를 담보하려면 청년층의 경제활동 인구가 많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청년들이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청년정책에 집중해 안양을 희망 있는 도시로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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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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