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CCTV' 사건, 강간미수 처벌 어려워

2019-05-30 11:44:44 게재
신림동에 거주 중인 여성의 집에 무단침입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 남성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구하는 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하지만 주거침입죄 외에 강간미수는 실무상 적용이 어려워 보인다.

지난 28일 한 트위터에는 '신림동 강간범 영상 공개합니다'라는 제목의 CCTV 영상이 공개됐다. 한 여성이 현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 출입문을 닫는 순간 뒤따라 오던 남성이 출입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당겼다. 그러나 몇 초 사이로 문이 닫혀 남성은 방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남성은 이후에도 방 앞을 서성였다. 송파구에 사는 30대 여성 권 모 씨는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는 것을 보니 밤 늦게 원룸에 들어갈 때 인기척이 들리면 뒤를 돌아보게 된다"며 불안해했다.

해당 남성에 대해 '강간미수'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나 나오고 있지만, 현행법상 쉽지 않아 보인다. 강간미수죄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원익 변호사는 "분명 일반 사람의 상식에는 CCTV 남성이 주거침입을 넘어 강도 또는 강간의 목적으로 침입하고자 한 것으로 볼 정황이 있지만, 막상 어떤 목적으로 그렇게 했는지에 대해서 자백 또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위험을 예방해야 하나, 실제 저지른 범행을 가려내기도 어려운 것이 오늘날 형사사법의 어려운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보라 변호사도 "문을 열려고 시도한 것만으로 폭행·협박이 인정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주거침입죄로의 처벌은 가능해 보인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동주택의 내부에 있는 엘리베이터, 공용 계단과 복도를 거주자의 의사에 반해 침입하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 만약 수사과정에서 해당 남성의 주거침입의 동기가 강간 등의 '성범죄'로 밝혀진다면, 양형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다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의견이다. 양태정 변호사는 "강간미수로의 처벌은 어려워 보이지만, 주거침입의 동기가 성범죄였다는 것이 밝혀지면 양형사유에서 고려돼 중하게 처벌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동영상만으론 주거침입 동기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해당 남성의 자백이 없는 한 범행동기의 입증이 사실상 어렵다.
안성열 기자 sonan@naeil.com
안성열 기자 기사 더보기